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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어린이날과 어른이 바라는 아이 像

by 막둥씨 2011. 5. 5.

 집으로 가는 길. 정류장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정차되어 있던 시골버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뒷자석에는 한 무리의 어린 아이들이 신나게 이야기하며 놀고 있었는데, 그때 밖에서 지나가던 같은 버스회사 기사가 이를 보고 버스에 올랐다. 그는 아이들에게 버스 내에 설치된 카메라가 너네들을 다 찍고 있다고 겁을 주며, '저지레' 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큰소리로 윽박질렀다. 사실 그렇게 심하게 '저지레'를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오늘은 어린이날. 나는 다소 슬픈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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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켜 보건대 사실 소파 방정환이 추구했던 어린이 상像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다. 아래는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찾은 어린이날에 대한 설명 중 한 단락이다.

 3·1운동 이후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고자 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해 1923년 5월 1일, 색동회를 중심으로 방정환 외 8명이 어린이날을 공포하고 기념행사를 치름으로써 비로소 어린이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주의 깊게 볼 부분은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고자 하는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는 부분이다. 바로 훈육의 이데올로기라 칭할 수 있는데, 이는 곧 획일적인 이상향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당대의 동화를 보면 어린이는 반드시 용감하고 씩씩해야 하며 죽음의 슬픔등을 통해 성숙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 예로 아래는『어린이』3권5호(25.5)에 수록되었던,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동요 따오기이다.


동요 : 따오기 (한정동 시, 윤극영 곡)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나라 해 돋는 나라 

잡힐듯이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나라 해 돋는 나라

 이 동요를 보면 따오기의 울음소리에 슬픈 감정이 이입되었는데, 그 슬픔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에 연유한다. 하지만 그들이 가신 곳은 '해 돋는 나라'로 결국 죽음과 슬픔을 극복하고 초월해 성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렇게 그 시대의 아이들이 부르던 동요나 동화등은 죽음과 슬픔 그리고 훈육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당시 어린이 운동 주체들은 일제강점기라는 민족의 수난 속에서 강인한 인재를 길러낼 필요성을 깨달았고, 결국 새로운 문화운동의 대상이자 주체로 어린이에게 눈을 돌렸던 것이다.

박지영 쌤의 수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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