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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빨래를 하십시오

by 막둥씨 2011. 3. 12.

빨래를 하십시오  / 이 해 인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물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 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예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서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 - - - - - - - -

새벽에 잠에서 깨어 문득 손빨래를 할 때가 있다.
이는 기도와도 같은 행위일까? 아니면 그리움의 표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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