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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열하나 수호신의 안녕을 살피다

이것 참 뜬금없는 고백입니다만, 글쓴이인 저는 ‘소띠’입니다. ‘이 녀석 몇 살 이구나’ 하고 바로 짐작이 가시나요? 어떤 세대는 나이를 생년보다 이렇게 지지(地支)로 말하는 게 더 편하다고도 합니다. 그들은 ‘무슨 동물의 띠’ 하면 마치 컴퓨터가 입력된 수식을 처리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나이를 계산하곤 합니다. 그러나 ‘똘기, 떵이, 호치, 새초미, 드라고, 요롱이, 마초, 미미, 몽치, 키키, 강다리, 찡찡이’를 소환해야만 비로소 십이지의 순서를 펼쳐놓을 수 있는 제게는 무척 신기한 일일 따름입니다.(무릎 탁! 공감하는 이라면 필자와 비슷한 세대가 분명합니다. 그 외 독자에 부연하면 ‘꾸러기 수비대’란 애니메이션 이야기입니다.)





연말 연초,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새해를 상징하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어김없이 각종 미디어를 장식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으나, 올해인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으로 노란 개, 누렁이의 해였습니다. 다가오는 2019년은 기해년(己亥年)으로 돼지의 해라고 합니다. 한 해를 상징하는 그래서 우리에게 태어난 해의 상징 동물이 되어주는 이들은 땅을 지키는 열두 수호신, 십이지(十二支) 동물들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12년에 한 번씩 동물 자신이 상징이 되는 해가 돌아오지만, 정작 이들은 ‘인간이 신이 된’ 이 세상에서 얼마나 안녕할까요? 연말 연초를 맞아 우리 사회에서 십이지 동물의 안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축인묘(子丑寅卯)


[쥐] 십이지의 달리기 설화에서 1등을 거머쥐었던 쥐는 동물 실험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종입니다. 2017년 한 해를 통틀어 총 308만2259마리의 동물이 국내의 각종 실험에 사용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283만3667마리가 설치류였으며, 쥐(마우스와 랫드 기준)가 276만173마리였습니다.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은 해마다 증가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2013년 196만 마리에 비하면 4년 만에 무려 50% 이상 급증했습니다. 가급적 동물실험을 줄이자는 논의와 합의는 예전부터 있어왔는데, 전혀 작동하지 않나 봅니다. 그 사이 불필요한 실험으로 고통 받는 동물 개체는 꾸준히 늘고 있으니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소] 스페인에 투우가 있다면 국내에는 소싸움이 존재합니다. 소싸움은 명백한 동물학대로 보이지만, 동물보호법상 ‘민속경기’로 규정하여 예외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계상황 속에서 전북 정읍 등 몇몇 지자체들은 소싸움판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며 나서고 있습니다. 소싸움은 사실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라는 동물보호법의 표현 그대로 동물학대가 맞습니다. 비록 당장은 예외로 두었더라도, 없던 소싸움을 본격적으로 만든다거나 판을 키우는 상황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호랑이] 대전동물원 퓨마 탈출사건 이후 동물원 조사를 간 적 있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엄마 손 잡고 관람중이었습니다. 웅성웅성 아이와 부모가 몰려든 곳에 가 보니, 실내 사육장에 갇힌 호랑이가 유리벽 너머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큰 볼일’을 보려 시도하는 듯 했으나 잘 되지 않았던 모양인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때 한 엄마가 이야기 합니다. “쟤 봐, 변비인가?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가봐.” 동물원 동물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는 줄 일순간 알았으나, 엄마는 아이에게 다시 경쾌한 말투로 이야기 합니다. “호랑이 볼일 보는 것도 다 볼 수 있네!” 동물원이 ‘교육 기능’을 한다는 업계의 주장이 더욱 씁쓸해집니다. 좁은 실내 동물원의 볕 한줌 들지 않는 밀실에 맹수를 키우는 건 당장이라도 사라져야 할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토끼]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은 최근 몇 년 사이 ‘토끼공원’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토끼공원’이라니! 무언가 귀여운 느낌이지만, 사람들이 반려동물로 키우던 토끼를 유기하면서 생긴 슬픈 이름입니다. 유기된 토끼들이 번식을 하고 새롭게 새끼를 낳으며 개체가 늘자 결국 지역의 무시할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되었습니다. 지난한 협상과정 끝에 현재는 동물단체와 자원봉사자, 서초구가 합심하여 추가 유기를 막는 한편, 기존 토끼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사오미(辰巳午未)


[용] 십이지 가운데 유일한 가상 동물입니다. 십이지를 테마로 만든 동물원에서는 악어나 거북, 도마뱀 따위가 용을 대체한다고 합니다. 인간이 만든 가상의 동물 때문에 애꿎은 다른 종의 동물이 피해를 받는 슬픈 사연입니다.


[뱀] 뱀가죽은 지갑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최근 샤넬이 명품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뱀을 비롯하여 악어 등 파충류의 가죽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런데 동물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오히려 파충류가 가장 만만한 모양입니다. 최근 생겨나는 수족관은 동물원까지 겸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뱀 등 파충류를 대거 전시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주어진 공간은 작은 상자 하나 정도의 크기일 뿐입니다.


[말]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말을 이용한 꽃마차는 동물 학대 논란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 시흥시와 고양시, 강원 양양군, 제주도 등 전국 곳곳에서 말이지요. 보호장구 하나 없이 마차를 끌고 아스팔트를 달리는 말은 사람이 높고 딱딱한 구두를 신고 무거운 짐을 든 채 차가 다니는 도로를 하루 온종일 달리는 것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상상만 해도 고통이 느껴지는데요, 물과 먹이 또한 제때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양] 지난 6월 14일 전 세계 30여 개 나라에서 ‘Stop Live Transport’ 캠페인이 진행되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의 장거리 운송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인데요. 2015년 루마니아에서 출발한 1만3000마리 양이 열악한 운송 환경 속에서 분변과 동료의 사체에 뒤엉킨 채 끔찍하게 죽은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연간 1570만 마리의 양이 세계 곳곳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운송되고 있습니다. 주로 할랄 방식 도축을 위해 그리고 원산지 변경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살아있는 동물 수입이 적은 편이지만, 생명체의 고통에는 국경이 없는 만큼 연대의 힘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신유술해(申酉戌亥)


[원숭이]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11월 6일 전북 정읍시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동물실험에 사용할 원숭이의 번식장인 셈인데요, 무려 준공식 당일 붉은털원숭이가 탈출하며 향후 제기될 문제들에 복선을 깔아주었습니다. 동물단체들은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제대로 된 운용 계획조차 없이 185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해 지어진 것을 지적합니다. 따져보면, 연구용으로 들여온 원숭이들이라 번식 자체가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결국 번식이 합법화되는 한편, 이후 이곳이 새로운 동물학대의 온상이 되지 않을까 동물단체들은 현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입니다. 


[닭] 국내 산란계 닭은 대부분 감금·밀집 방식인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에서 사육됩니다. 닭 한 마리당 A4 한 장보다 작은 크기의 공간만 허용됩니다. 올해부터 국내에서 케이지 프리(Cage-Free)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업이 소비하거나 유통하는 달걀에서 케이지 달걀을 몰아내자는 운동입니다. 국내에서는 브랜드란 판매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 풀무원이 10년 안에 자사가 판매하는 식용란을 모두 동물복지란으로 전환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만큼 많은 산란계가 좁은 닭장을 벗어날 수 있을 터이니, 이제 다른 기업들도 동참해야 할 때입니다.


[개] 불법 번식장에서 생산된 강아지, 펫숍에서 물건처럼 판매되는 동물들, 그리고 이런 생명경시 풍조 속 동물 유기 및 학대…. 반려인구 천만시대라고들 합니다만, 그 이면에는 이렇게 짙은 그림자가 우리 일상 곳곳 드리워 있습니다. 한 해 유기되는 동물도 최근 10만 마리를 넘었습니다.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를 중심으로, 학대로부터 구조한 동물과 유기동물들로 사설 보호소는 1년 365일 포화상태입니다.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이제 ‘사지 말고 입양’을 강권합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채셨겠지만, 십이지 가운데 돼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새해가 마침 돼지의 해이니, 2019년에 발행될 글에서 좀 더 심층적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새해의 상징 동물에 대한 나름의 배려 아닌 배려입니다.

인간은 예부터 지금까지 동물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동물을 이용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눈부신 과학의 발달과 사회적 진보에도 동물을 대하는 모습이나 배려의 정도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는 오히려 동물을 더욱 잔인한 방식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십이지 동물들은 전혀 안녕하지 못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과 함께하고 있는 동물을 우리는 더욱 인도적으로 대해야 합니다. 이는 동물이 받는 고통 자체에도 이유가 있지만, 그것이 우리 인류가 진보하고 있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우리 인간도 동물입니다만.


*빅이슈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