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프롤로그

by 막둥씨 2012. 7. 28.

안동에서 시작해 안동에서 끝이난, 23일간의 최종 경로. 지도에는 큰 길을 위주로 대략적인 루트만 나와 있지만 지방도로도 많이 빠졌고 몇번인가 방황도 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고은 (길)-

 

이 여행의 시작은 생뚱맞게도 1년 전 캄보디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수업의 일환으로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함께 간 동료들 중에 지금의 여자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봉사활동을 기록했던 동영상을 편집해 케이블방송에 보냈다. 100여만 원의 돈이 다시 생겼고 그 돈으로 나는 또 한 번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이번에는 좀 더 전문적인 기록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시 영상을 편집했고 이번에는 공중파에 방송이 되었다. 지난 번 보다는 좀 더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기회는 찾아왔다. 대학을 졸업한 나에게는 백수의 최대강점(!)인 시간이 있었고, 또 캄보디아로부터 비롯된 얼마간의 돈과 든든한 여행의 동반자까지 있었다.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는 집에 경차도 하나 생겨, 고민 끝에 여행의 이동수단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차가 있지만 느린 여행이 하고 싶었다. 차를 포기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았다. 그렇다. 상식과는 반대로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차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아마 이는 차가 경차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나싶다. 기름값도 기름값이지만 주차료나 통행료등도 나를 경차 예찬론자로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계획된 장기캠핑여행. 텐트는 젊고 가난한 우리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물건이었다.처음 여행을 막연하게 구상하고 있을 무렵 나는 엉덩이의 종기로 고생하고 있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이 마치 이 종기인 것마냥 느껴졌다. 덕분에 병원을 도시로 다니게 되었는데 그때 대형 마트에 들러 텐트를 구경했었다. 집에 돌아와 마트에 팔던 텐트 이야기를 아버지께 했더니, 무려 5년쯤 전에 작은 아버지께서 놓고 간 텐트가 집에 있다고 하셨다. 과묵하신 경상도 아버지. 무려 5년 만에 말씀해 주신 것이다. 난 집에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창고 한구석에 묵혀져 있던 텐트를. 찾아보니 5만원 정도의 텐트인 것 같았다. 매력을 느꼈다. 불과 5만원에 한 달이나 넘는 기간동안 나만의 공간을 우리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니!! 텐트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장마기간을 우려해 나는 최종적으로 새 텐트를 구입했다. 10만원을 줬다.)

 

초등학교때 보이스카웃 이후로 처음 해보는 캠핑, 게다가 장기캠핑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다. 자금도 넉넉지 않아서 타프 등 필수로 여기는 장비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캠핑족 120만 시대라는 기사에는 쾌적한 캠핑을 위한 필수장비들이 열거되고 있었다. 과연 이것들 없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가장 큰 걱정은 비였다. 정확히 장마기간에 우리의 일정이 잡혀 있어 비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타프는 내가 구매한 텐트보다도 더 비쌌고 게다가 무겁기까지 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 번째 걱정은 뱀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던 나날, 길에서 뱀과 한 번 마주치고 나니 몸서리가 났다. 덕분에 뱀을 쫒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찾아보았다. 담뱃재나 백반을 뿌리는 방법과 휘발유를 뿌리는 방법 등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뿐 더러 경험자가 증언한 효과는 미미한 듯 보였다. 휘발유는 TV프로그램 <스펀지>에서 실험을 해 보았더니 효과가 최고였다고 한다. 하지만 토양오염문제로 할 수 없었다. 추가로 나프탈렌이나 식초등도 거론이 되고 있었으나 효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뱀의 종류도 찾아보았다. 물리면 일곱발자국 밖에 못가고 죽는다는 칠점사부터 살모사, 불독사, 유혈목이 등 그 징그러운 비주얼 만큼이나 위험해 보이는 독사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정말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뱀부터 시작해서 장마를 거쳐 산사태까지 걱정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종말까지 걱정할 지경이다. 사과나무를 한 그루 트렁크에 싣고 다녀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 지도 모르니까.

 

글이 길어졌다. 우스갯소리를 뒤로하고 이제 여행을 떠나 보려 한다. 어찌보면 그닥 대단할 것 없는 여행이지만 분명한 것은 평생 한 번 해보기 힘든 그런 여행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여행!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