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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1일차] ④ 봉화 청량산과 두근두근 첫날밤

by 막둥씨 2012. 7. 29.

경북 봉화의 청량산자락과 그 아래 낙동강

 

집에서 계획해 온 오늘의 야영지는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청량산 아래 강가 모래사장이었다. 게다가 친구 '곰' 녀석의 집이 바로 그곳이라 여차하면 친구의 부모님께 도움을 얻을 수도 있었고 물을 얻기도 쉬울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계획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약속이란 깨기위해 존재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계획도 틀어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량산은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문제의 강가는 내 기억과는 달리 모래사장은 거의 없고 바위와 돌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을 때도 몇몇은 이곳에서 야영을 했었던 것 같은데 모래가 많이 유실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도움을 청할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친구네 집은 앞마당에 수 많은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고, 래프팅 업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무실을 꾸려 한창 장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정 정도의 임대료를 받고 마당을 내어준것으로 보였다. 기대와는 다른 번잡함에 들어가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우린 임대료를 낼 처지가 못되니까.

 

이곳까지 오는 길에서 본 안동 시골 동네에는 곳곳의 정자가 떠올랐다. 차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그리고 곧 우리의 첫 야영지인 안동 가송리 참살이마을로 들어섰다. 큰 길가에 알맞은 크기의 정자가 있는 곳이었다.

 

가송리에서 유명한 곳은 낙동강이 굽이돌고 농암종택이 있는 계곡 안쪽이지만, 당시 우리는 농암종택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빈약한 사전조사는 눈앞의 보물을 지나치게 만드는 법이었다. 어쨋든 우리가 묵은 큰길 쪽도 가송리에 속한 땅이었다. 그런데 오늘 묵을 정자 바로 옆에는 무슨 교회 수련원으로 보이는 큰 건물이 들어서 마을을 압도하고 있었다. 작은 시골마을에 들어선 건물치고는 어찌나 큰지, 마을에 건물이 들어선 것이 아니라 건물 주위로 마을이 형성된 것 처럼 보였다. 그만큼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기도 했다.(나중에 찾아보니 도예집이라고 나오는데 문을 닫고 수련원이 들어선 것인지 아니면 아직 도예집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쨋든 첫 야영지가 정자 위라니 나쁘지는 않았다. 게다가 주위에는 잔디와 꽃, 나무등이 심어져 있어 소풍을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어 좋았다. 정작 우리의 기분을 망쳐놓은 것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였다. 정자 주위에는 외부인들이 놀다가 버린 것이 분명한 쓰레기가 굴러 다녔고 그 위를 개미가 점령하고 있었다. 이런 쓰레기 문제는 시골 사람들이 외부 관광객들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휴가철이면 아예 마을 입구에서부터 쓰레기 청소비용을 받는 마을도 생기는 것은 이때문이다. 정자 위에서 하루밤을 보내야 했던 우리는, 이 쓰레기가 마치 우리가 버리고 간 것 마냥 부끄럽고 불편했다. 대체 이런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잘 놀고 왜 이딴짓을 하는지 화가 나기까지 했다.

 

 

첫날밤을 보낸 정자와 그 주변부

갖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어쨋든 무사히 밤을 보내기 위한 텐트를 설치했다. 집에서 몇번 텐트를 완성하는 연습을 하고 온지라 헤매지는 않았다. 대신 정자위라 말뚝을 박지는 못해, 줄로 정자기둥과 연결해 텐트를 고정했다. 

 

 

텐트 설치가 끝나자 밥을 해 먹어야 했고 그러려면 물이 필요 했다. 집에서 가져 온 20리터짜리 물통을 꺼내 무작정 민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침 마을회관으로 보이는 곳에서 할아버지 두 분이 나오고 계셨다. 나는 90도 인사를 한 뒤-시골 어르신들의 도움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하면서도 쉬운 방법이다- 물을 좀 얻고 싶노라고 말씀드렸다. 흔쾌히 승락하신 어르신은 마을 회관 안 주방으로 우리를 데려 가셨다.

 

물을 한가득 받고 나왔다. 한 번 더 인사를 드리고 텐트로 향했다. 그런데 이 물통이 생각보다 엄청 무거웠다. 손잡이로 잡기도 하고 자세를 바꿔 물통을 안기도 하며 이동했다. 300미터도 안되는 거리가 무슨 천리길 처럼 느껴졌다. 혹시 물통이 20리터 짜리가 아니라 30리터 짜리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다음부턴 아무리 가까워도 기필코 차를 이용하리라 다짐했다. 연료를 아껴야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의 생명(?)인 허리가 나가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저녁메뉴는 3분카레밥에 고추참치를 하나 여는 것으로 정했다. 점심을 부실하게 고구마로 때웠던 탓에 꿀맛이었다. 여름철이라 해가 기울고 오후 8시가 가까워서야 밤이 시작되었다. 어두워지자 할 일이 없었고 일찍 잠을 청했다. 그렇게 잊지 못할 첫 날 밤이 찾아왔다.

 

산으로 둘러싸인 정자 위 텐트. 낮과 달리 밤은 온전히 동물들의 차지였다. 한 밤중 잠에서 깨어보니 새소리, 벌레소리 등의 동물 소리가 온천지에 요동쳤다. 사람인 나는 숨소리 조차 낼 틈이 없었다. 형언하기 힘든 공포를 느꼈다. 그것은 동물이 지배하는 밤이었다. 나는 이날 밤 한 낱 소수자에 불과했다. 오지 캠핑을 즐기는 캠퍼들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른다. 허나 나에게는 공포의 첫 경험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여태껏 살며 그렇게 자연에 내던져지기는 또 처음이었다. 이것이 캠핑의 매력이 아닐까?

 

어쨋든 그렇게 여행 첫날 밤 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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