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숭신여고 학생들이 대학로에서 어스아워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눈 감은 예쁜 학생 미안!)
일 년에 단 하루,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전등 1시간 끄기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 지구의 시간)가 올 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된 이 지구촌 행사는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에 진행되며, 이번 2013년은 3월 23일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가 전등을 꺼야할 시간이다. 작년에는 무려 152개국 7001여 개의 도시가 참여했으며, 우리나라도 서울시청, 남산N서울타워 등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 시민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세계적 행사는 각 나라의 시간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심야의 에너지 낭비 및 빛 공해가 심각하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지난 조사 결과를 보면, 영업이 끝난 심야의 영업장 옥외조명 소등률은 불과 19퍼센트로 나타났다. 다섯 군데의 상가 중 네 곳은 간판등이나 옥외조명을 켜둔 채로 퇴근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도시 어디든 길거리를 나서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밤새도록 꺼지지 않고 있다. 영업이 끝나더라도 말이다. 사업주에게 문의해보면, 주로 광고를 위해 영업이 끝나도 켜두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별 생각 없이 24시간 켜두는 경우도 있다.우리나라는 전력대란을 걱정하며 끊임없이 발전소를 늘릴 궁리만 하지 정작 수요관리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이에 지난 8월 에너지시민연대가 상업 분야에서 자발적 에너지 절약을 이끌어내는 ‘그린숍’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150여 개의 미용실 및 카페가 석 달간 참여해 4만1202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절약했다. 137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전기량이라 한다. 이 실험결과는 꽤나 유의미하다.
사이즈가 커지면 효과도 커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1600만 가구가 5분간 전등을 끄면 26만 6471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12만3189킬로그램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억 원의 가치. 전 세계인이 한 시간 동안 참여하는 어스아워는 그 상징성을 넘어 실제 어마어마한 전기를 아끼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단발적 참여만으로는 기대효과가 적다. 하루 전기사용량이 적다고 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덜 짓거나 핵발전소를 늘리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전력소모가 줄어야 그만큼 발전시설도 줄게 된다. 어스아워와 같은 수많은 캠페인을 기회로 사람들의 습관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력수요관리를 시작할 때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서울 밤하늘에서 늘 존재하는 남산N서울타워의 불빛도 사라진 '어스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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