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문/잡설

21세기, 매국노도 없고 애국자도 없다

by 막둥씨 2013. 7. 10.

* 먼저 앞서의 포스팅 ‘국익에 관한 단상’을 읽기를 권한다.

태국에 가서 객관적인 자료를 전달하고 온 환경단체를 매국노라 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시각을 동의할 수는 없을지언정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재미있는 부분은, 그 환경단체가 국제적인 단체인 그린피스였다면 과연 매국노라는 비난을 들었을까하는 점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국노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두 단체에 이렇게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일까?


국적이 의미 없는 시대

사실 미리 밝히지만 나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 하지만 분명 단체나 구성원들의 국적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관련해서 삼성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삼성이 애플과의 각종 소송에서 이겼으면 하고 바란다. 또한 헐리우드 영화를 보다가, 혹은 외국 여행을 하다가 삼성 제품을 보거나 쓰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에게 국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일 뿐이다. 삼성은 이미 글로벌 기업, 다국적 기업, 무국적 기업이다. 실제 법적으로도 삼성은 한국 기업이 아니며, 내부에서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삼성이 한국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한다. 한 예로 행사장에 태극기는 물론이거니와 한국을 연상시키는 모든 물건을 퇴출시키는 것이다. 실제 삼성 측 한 인사는 “삼성은 본사만 한국에 있다 뿐이지 한국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며, 본사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해외로 옮겨 나갈 수 있다. 그러면 삼성은 한국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기업이다.”라 말했다. (김상진 칼럼, 2005년)

삼성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한 기둥 중 하나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애국자는 아니다. 나라가 망하는 일이 생겨도 그들은 결과적으로 돈이 더 된다면 그쪽을 택할 것이다. 국토가 파괴되고 국민들이 착취를 당하더라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게다가 국적도 없으니 애국자가 될 기본조건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다시, 그린피스는 세계적인 단체다. 매국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소극적 의미의 국익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눈에 가시일 것이다. 때문에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4월 전 세계를 돌며 원전반대운동을 하던 그린피스 운동가가 입국거부를 당한 것이다. 그는 “평생 전 세계를 돌며 환경운동을 했지만 입국거부를 당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입국을 거부한 당시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측은 “관계기관의 요청에 따라 ‘국익유해자’로 분류돼 입국을 금지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소극적 의미의 국익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던 입국금지 조처를 하면서 까지 말이다.

이런 시대임에도 한국에 기반을 둔 환경단체는 매국노라 불린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이 말하듯 환경에는 국경도 인종도 없다. 게다가 돈을 벌어올 때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환경은 지키고 인권을 위해 싸울 때는 국경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편리한 방식이다. 아무리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때때로 우리는 옆 사람을 위해 두 팔을 뻗어야 할 것이다. 홀로 잘사는 사람도, 홀로 잘사는 나라도 없다. 그리고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하나다.

'산문 >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른일까?  (0) 2014.01.19
정치를 보았다  (0) 2013.07.21
국익에 관한 단상  (0) 2013.06.28
지구를 지켜줘! 어스아워(Earth Hour)  (0) 2013.03.23
독립출판, 주류가 부정했던 단면들을 지지하며  (0) 2013.03.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