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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씀바귀

by 막둥씨 2012. 5. 31.

김치도 담궈먹고 무쳐서도 먹는다는 씀바귀. 나는 한 번도 먹어 본 기억이 없어 여쭤보니 씀바귀는 맛이 써서 우리집에선 안먹는다고 한다. 사실 다른 집들은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늘 먹던 것에서 가끔은 벗어나기 위해 보리밥같은 옛음식을 종종 먹는다던데 우리집은 그런것이 없다. 부모님의 표현을 빌자면 '먹을 것 쌨는데(많은데) 그런건 뭐하러 먹냐'는 식이다. 굳이 어려웠던 시절의 음식을 드시고 싶어하지 않으시는것 같다. 그래서 밥도 늘 다른 것을 섞지 않고 오로지 하얀 쌀밥만 먹는다.

며칠전 중고책방에서 어린이용 식물도감을 하나샀다. <교과서에 따른 초등학교 식물도감>으로 비매품표시가 찍혀있는 것이 교과서거나 부록같아 보이는데, 무시할 것이 못되는게 이곳에 도록되어 있는 식물이 무려 500여가지가 넘기 대문이다. 한 번 훑어 보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것만 다 알아도 산이며 들에 모르는 꽃이나 나무가 없을 것 같다.

나는 꽃사진을 찍으면 이름을 꼭 찾아본다. 학창시절 어떤 선생님 - 아마 국어선생님인 것같다 - 의 말씀이 문학에서 종종 표현하는 '이름 모를 꽃(이 피어있다)'는 너무 무책임하며 무지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이름이 없는 꽃은 없다. 따라서 이름 모를 꽃이 피었다는 표현은 그저 '내가 지식이 없고 관심이 없어 알지 못하는 알려고 하지도 않은' 꽃이 피어 있다는 말인 것이다. 관심을 가지면 알게되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 알고 나면 나쁜 사람 없다는 유명한 말은 그래서 설득력 있는 말이다.

여튼 이제 나도 식물도감을 손에 넣었으니 조금이라도 더 꽃들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씀바귀를 맛보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나무는 구분이 꽃보다는 어려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집 앞에 핀 씀바귀꽃. 유려한 곡선은 없어도 그 모양은 숨김없이 정직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무거운 생각이 들지 않게 하며 색 또한 깨끗한 노랑으로 여타 화려한 꽃에 비해 마음에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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