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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눈을 맞이하다

by 막둥씨 2011. 12. 28.


잠시 서울을 비운 지난 금요일 눈이 내렸다. 덕분에 올해는 한 두 송이 날리던 어설픈 눈 말고 제대로 된 눈을 아직 보지 못했었다. 오오후 5시무렵.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시야를 가려 창 밖 풍경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내렸다. 기쁜 마음에 집 밖을 나오니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채 30분도 내리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 양이 많았던지 세상은 이미 하얗게 변해있었다.

겨울에 맞이하는 대부분은 풍경은 밋밋하기 짝이 없다. 푸르른 잎이 있는 것도 아니요 가을처럼 단풍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있는 가로수를 동반한 잿빛 풍경만이 있을 뿐이다. 산에 가면 사철 푸르다는 소나무가 있지만 햇빛이 강렬하지 않아 색채도 옅다. 이런 이유로 종종 주위의 지인들이 내게 겨울의 가 볼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으레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늘 하나의 조건을 달곤 하는데, 그것이 바로 "눈이 온다면 어디든 다 좋겠지만..." 인 것이다.

강원도 지역에서 군생활을 한 사람들이나 매일 차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눈을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 두 경우가 모두 아닐 뿐더러, 심지어 고등학교 겨울방학때 눈이 와서 시골집에 고립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보충수업을 며칠 제낀 적도 있다. 전반적으로 실 보다는 득이 많았던 눈인 것이다.

얼른 또 내려 눈요기를 했으면 좋겠다. 올 겨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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