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일상268 20100625 따로 또 같이 오전에는 콩을 심었다. 점심을 먹은 후 손수 운전을 하여 5일장에 다녀왔다. 늦어가는 오후에는 담 옆에 한그루 자라는 매실나무에서 매실을 수확한다. 꽉 찬 하루다. 날은 종일 흐리더니 밤이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사진//메꽃. 나팔꽃 또한 메꽃과이며 생김새가 거의 동일하다. 비교법은 메꽃은 암술이 두갈래이며 잎이 더 길고 가늘다. - - - - - - - - - - 호감을 느껴 말을 붙이고 말을 붙이니 답변이 오고 답변이 와서 다시 말을 붙이고 그렇게 저렇게 대화가 오가는 사이에 정이 트이고 정이 트여서 한번 만나고 두번 만나고 그러다 저러다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 소중해져서 헤어지기가 아쉬워지고 아쉬움이 외로움이 되고 외로움은 또 다시 서러움이 될 즈음, 우리는 또 .. 2010. 6. 25. 20100624 타들어 간다 아침에 정말 잠깐 일을 한 뒤 하루 종일 쉬었다. 오늘도 맑은 날씨다. 동네 어르신들은 비가 오지 않아 작물이 타들어간다고 한숨을 쉬신다. 마음도 타들어 간다. 주말에 비가 온다는데 이들 모두를 적셔주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하기란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고통스러울 필요는 없다. 사진//마늘과 양파를 다 수확한 뒤 콩을 심기 위해 밭을 장만하고 있다. - - - - - - - - - - Cold Blood - MOT 널 처음 봤던 그 날 밤과 설렌 맘과 손톱 모양 작은 달 셀 수 없던 많은 별 아래 너와 말 없이 걷던 어느 길과 그 길에 닿은 모든 사소한 우연과 기억 널 기다렸던 나의 맘과 많은 밤과 서툴었던 고백과 놀란 너의 눈빛과 내게 왜 이제야 그.. 2010. 6. 24. 20100623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며칠 전 옛 물건들과 서류들을 정리하다 일기장과 편지뭉치를 발견했다. 그 중 편지를 보자면 받은 것들도 있지만, 특히 내가 썼던 편지들의 사본은 일전에 찾던 것이라 꽤나 감격이었다. 게다가 자리에 앉아 읽으며 몇몇 문장에서 깜짝깜짝 놀랐다. 4년 전 쯤의 나는 지금 보다 훨씬 맑은 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순수했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가 부럽기까지하다. 사실 얼마 전 부터 주변의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고민해도 그 때 만 못하다. 지금 쓰고있는 한 편지는, 거진 일주일째 쓰고 있지만 무엇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또 한 번 부치지 못한 편지가 혹은 미완의 편지가 될 수도 있을듯 하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내 자신이 문제다. 오늘 문득.. 2010. 6. 23. 20100622 피곤한 하루 하루 종일 양파와 마늘을 수확했다. 피곤이 몰려온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 그것이 힘들다. 불을 끄고 책상에 홀로 앉아 있는데 여전히, 개구리 운다.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말을 아끼게 되는 날이다. - - - - - - - - - -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 중의 고등 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입니다.” - 백남준 2010. 6. 22. 20100621 늦은 오후의 대화 자전거를 밟아 들판 한가운데 있는 작은 정자로 갔다. 하늘은 푸르렀고 바람은 맑았다. 돌아올 때 쯤엔 이미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따스한 빛이다. 그리고 따스한 마음이다. 하지만. 오늘의 우문현답愚問賢答 나 : 사랑이 뭐야? ㅂ : 잘 알지 못해도 할 수 있는 것. * 이 대답을 나에게 해 준 뒤 ㅂ은 다시, 잘 알지도 못해'도' 할 수 있는 것과 잘 알지 못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놓고 고민했다. - - - - - - - - - - Shelby Lynne - Wall In Your Heart I feel your pain I feel the rain What happened to you I can't get to you Cause there's a wall In your heart That n.. 2010. 6. 21. 20100620 싱그러운 초록 속 나른한 하루 시골에 내려온지 둘째날. 창고화 될 뻔 했던, 중학교때까지 쓰던 내 방을 깨끗이 치우고 작은 책상을 가져다 놓았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창밖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과 녹음의 풍경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하루종일 농삿일을 도왔다.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며 가볍게 맥주 한 잔. 그리고 다시 오후 내내 일을 했다. 일이 끝나고 샤워한뒤 현재 위의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나른하지만 좋은 기분.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컴컴한 창문 밖으로 다시 개구리 운다. 좋다. 누님이 낮에 따 오신 오디와 산딸기를 맛본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다. 2010. 6. 20. 20100619 별이 진다네 서울에서 시작한 여행은 대전과 대구를 거쳐 결국 시골집에서 마무리 되었다. 이틀만에 급박하게 바뀌는 풍경은 나에게 사소한 우울을 불러 온다. 대전역에서의 밤 공기에도 대구의 대낮 뜨거운 공기에도 슬며시 그 사소함이 고개를 내민다. 시골집으로 온 첫날밤.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피곤함이 몰려든다. 일찍 잠자리에 들려다 맥주를 한 잔 마셨다. 창문을 열자 개구리 소리가 온 방안을 가득 메운다. 비가 오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즈음. 시골에서는 한밤중이다.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밖으로 나가 들었던 소리를 소박하게 담아 본다. 개구리 운다. 모두들 그러하다. 사진 // 대전역 플랫폼 - - - - - - - - - - - 별이 진다네 - 여행스케치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 뿐이야.. 2010. 6. 20. 20100618 이상한 동네의 뷔지아노 이야기 했던 제목으로 글을 쓴다. 이상한 동네의 뷔지아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랄까. 그제까지만 해도 해야 할 일에 치였던 생활이었는데, 갑자기 무한한 여유가 생겼다. 게다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장소.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그런 나를 토끼는 자신의 추억의 장소들로 데려다 주었다. 나는 지금 몽환적인 기분의 낮잠을 자고 있다. - - - - - - - - - - 죽음을 앞둔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진리보다는 환상이 더 좋은 것일 수 있다. 환상이라는 것은 그것이 지속되는 한 세상에 대한 해석을 확고하게 하며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환상 자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는 기본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中 2010. 6. 19. 20100617 끝이 아닌 끝 세상에 무엇이든 끝이 있겠냐만은 일단은 종강이다. 학기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홀로 나오며 구름을 통해 확산되어 나오는, 아늑하지만 동시에 눈부신 빛으로 둘러싸인 세상을 보았다. 밝지만 희뿌연 그 모습. 나의 한 학기가 그러했고 앞으로 다가올 방학도 그럴 것 같다. 뭐 그래봤자 학생 나부랭이의 푸념이자 배부른 소리가 되겠지만. 주어진 두 달이라는 시간.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이 필요하다. 일단은 일주일 쉬고. 3주 만에 나타난 ㅌㅇ이는 이상하게 마치 엊그제 만난것 처럼 친근했다. 녀석은 착실하게 엽서도 보냈고 고맙게 선물도 사 왔다. 선물은 아이패드!!! ... 가 아니라 술안주였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 하지만 풀어 놓았을때의 파장도 또한 어렵다. 여기서도 진.. 2010. 6. 17.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