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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419

봄비 비가 내렸다. 시기상 봄비라 부를 수 있을 듯 하다. 비는 세상의 모든 먼지를 씻어내고 선연한 색을 되돌려 준다. 이제 자라나는 새 생명들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꽤 오랫동안 집안에서만 지냈다. 청소도 하고 놀기도 하며. 그러다 아주 잠깐 바람을 쐬러 집앞에 나가 본다. 나는 어릴 때부터 비를 좋아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소리를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습기를 머금은 대지의 내를 한껏 들이키자면 저절로 행복감에 부풀어 오르곤 한다. 20090313 2010. 2. 9.
화창한 겨울의 어느 하루 한달전에 내렸던 눈들은 삼한사한-삼한사온이 아니라-에 2주넘게 산이고 들이고 녹지 않고 버티더니 지난 밤사이 내린 눈은 오늘의 포근한 날씨와 햇살 덕에 금새 녹아 자취를 감취었다. 비온뒤 하늘과 세상이 맑다 했더니 눈온뒤도 매 한가지였다. 깨끗한 눈으로 대기의 먼지며 세상의 티끌이 씻겨져 내려간 기분이다. 오른쪽 아래 밭위에 네모모양으로 보온덮개로 덮혀 있는 부분은 땅을 파 배추를 묻어놓은 곳이다. 저렇게 묻어놓은 뒤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는 것이다. 20090125 2010. 2. 9.
춥다. 맑다. 춥다. 추위로 인해 내린지 일주일이나 된 눈이 아직 이렇게 산과 들에 남아 있다. 맑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더욱더 대기가 깨끗해 보인다. 여름이 자연을 생각하게 해주는 계절이라면 겨울은 사람과 인간존재를 생각하게 해 주는 계절인 듯 하다. 맑은 대기 만큼이나 정신은 맑아 오고 추운 날씨 만큼이나 가슴이 아려온다. 나에 대한 생각 그리고 너에대한 생각들이 가슴을 파고든다. 맑은 정신에서. 20081228 2010. 2. 9.
녹지 않은 눈 밟다 며칠간 눈이 녹지 않았다. 밖에 나가 보니 딱딱하게 굳은 눈이 뽀드득 하며 소리를 낸다. 조금 더 나가니 눈이 온 뒤로 누구도 지나지 않아 새하얀 길이 펼쳐졌다. 군데군데 고양이 발자국만이 찍혀있을 뿐이다. 잠시 망설이다 결국 그 새하얀 길을 밟지 못하고 돌아섰다. 플레이해 보면 눈 밟던 상황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20081223 2010. 2. 9.
눈 온 다음날 오늘을 볼일이 있어 오전에 버스를 타고 나왔다. 어제 내린 눈으로 도로는 얼어붙어 있었고, 버스는 20분이나 연착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것이 집에서 나가는 길부터 버스를 타고 가며 보이는 창 밖 풍경까지 정말 절경이었다. 내가 사는 골짜기를 조금만 벗어나니 도로의 눈은 다 녹아 보이지 않았고 조금만 더 벗어나니 산에도 눈이 없다. 바로 가까운 곳인데도 골짜기는 눈이 펑펑 내리고 나머지는 그러지 않은 것이다. '고립'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 오른다. 고등학교를 밖에서 다니던 시절 한달에 한두 번 집에 오면 가끔 눈이 내릴 때가 있었다. 만약 그때 차가 다니지 않을 만큼 오면 학교를 쉴 수 있었다. 불과 10킬로미터 정도만 나가면 길이 뻥 뚤린 큰길이 나오지만 그 10킬로미터 정도가 골짜기이여서 고.. 2010. 2. 9.
시골에 내려와 하루 자고 난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온 세상이 새하얗다. 이 예상치 못한 눈은 하루종일 내렸다. 버스도 나가지 못한 듯 하다. 하지만 알아보니 내가 사는 골자기에서 조금만 바깥으로 나가면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카메라는 택배로 부쳐 빨라도 내일 즈음 도착할 것이다. 그냥 간단히 집앞 정원에라도 나가 본다. 내린 눈이 살짝 녹아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적막한 대지를 채운다. 20081221 2010. 2. 9.
무지개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밭일을 하러 갔다. 밭에 도착하니 점점 흐려지더니 서쪽하늘에 엄청나게 큰 반원 무지개가 생겨났다. 한쪽 하늘을 거의 덮는 크기였으며 모양도 어설픈 호의 한부분이 아니라 완벽한 반원이었다. 몇 년 살지는 않았지만 내생에 이런 무지개는 정말 처음이었다. 부모님도 보시더니 정말 보기힘든 멋진 무지개라고 하셨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어렴풋히 쌍무지개였다. 휴대폰카메라에는 도무지 한 프레임에 다 담겨지지가 않았다. 파노라마를 시도해보았으나 저 무지개 곡선이 완벽하게 재현되지 않길래 그만두었다. 앞으로 살아가며 언제 이정도의 무지개를 다시 보게 될까. 생각해보니 무지개 자체를 본 것또한 무지 오랜만인 것 같다. 무지개에 빠져있다보니 얼마후 비가 내렸다. 20080730 2010. 2. 9.
태풍이 지나간 뒤 태풍 갈매기가 힘을 잃고 사라진 뒤 오랜만에 쾌청한 날이 찾아 왔다. 내 방 창문으로 파아란 하늘이 나를 유혹한다. 창가로 다가가 모든 문을 열어젖히고 밖을 보니 정말 찢어지게 쾌청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찢어진다는 표현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가진거라곤 휴대폰 카메라밖에 없다는게 정말인지 한탄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며칠간 온종일 방안에 처박혀 있었기 때문에 한번 나가 본다. 햇살이 무지하게 뜨겁다. 20080721 2010. 2. 9.
일하러 가는 아침녘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아침 5시 40분 기상. 일어나자마자 나는 집 밖으로 나와 밭으로 나간다. 부모님은 한시간도 전에 벌써 나가시고 없다. 이번에 일할 밭은 집 바로 코 앞이라 걸어서 가면 된다. 여섯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해가 떠 있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 위해 기다렸는데 10시가 넘어서야 떠오른 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하지만 그 빛은 강렬했고 하늘은 멋지게 푸르렀다. 또한 아침들녘은 묘하게 몽환적인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찾는다. 생각해 보니 서울에 두고왔다. 어쩌지 어쩌지. 휴대폰을 가져온다. 찰칵. 20080712 2010.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