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마늘을 수확했다. 작년엔 여름내내 서울에 머물러 직접 마늘을 캐진 못했다. 다만 기계를 이용해 캤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그 전 해에는 삽으로 직접 마늘을 캤는데 정말이지 몸살이 날 뻔 했다. 땅이 굳어 하나도 빠짐 없이 삽질을 해 줘야 마늘을 캐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계를 이용하면 그냥 손으로 뽑아 정리만 하면 되니 이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예전과는 비할 데 없이 편리한 셈이지만 그렇다고 생각보다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특히 며칠 내내 아프다는 구실로 쉬었던 터라 몸이 적응이 안되어 있었다. 날시도 더웠던 탓에 하루종일 작업을 하고 나니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하지만 수확의 재미는 분명 쏠쏠했다. 오늘과 내일에 걸쳐 뽑아 놓은 마늘은 하루 정도 볕에 말린 뒤 집으로 가져갈 것이다.
마늘밭이 길 옆에 있다 보니 지가가던 동네 어르신들이 모두들 한 마디씩 하고 가신다. 난지형 마늘인 스페인 마늘에 비하면 작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한지형 마늘인 육쪽 마늘이 이정도면 굵은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다. 아버지와 어르신들의 대화를 종합해 볼 때 올해는 전국적으로 작년보다 마을 알이 덜 굵은것 같았다. 이 또한 가뭄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남 지역은 무려 104년 만의 가뭄이라는 말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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