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장/농사

시골 방앗간

by 막둥씨 2012. 6. 19.

곡물을 볶는 기계. 미숫가루는 쌀이나 보리 등을 볶아서 빻은 것이고, 참기름은 깨를 볶아서 짜낸다.

어제는 참기름을 짜고 미숫가루를 빻았다. 이제 우리집은 본격적인 일철이 시작될 터이기 때문에, 바쁘기 전에 필요한 일들을 모두 해 놓아야 했다. 본격적인 일이란 바로 담배수확인데 한여름에 수수확을 하는지라 덥지 않은 새벽녘에 일을 나가야 한다. 이 때 밥먹기는 이르고 공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숫가루가 나름 유용하게 쓰이는데 그래서 여름이 다가오면 으레 만들어 놓고는 했다.

방앗간에 들어서자 우리를 맞이한 분은 뜻밖에도 외국분이셨다. 아마 국제결혼을 통해 방앗간 집으로 시집을 오신 것 같았다. 벌써 아이도 낳아 원래 방앗간 주인인 할머니는 이제 일을 뒤로 한 채 손주 보기에 여념이 없으셨다. 한국말이 매우 유창한 이 새 주인은 능숙하게 모든 작업을 혼자 척척 해냈다.

어쨋든 나는 이참에 참기름을 짜는 과정이나 미숫가루를 만드는 과정을 관찰해 볼 요량으로 유심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보기에는 너무나 지루해서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니 무려 두 시간이나 걸린다고 했다. 두 시간동안 가만히 기계 소음 속에서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 마무리가 되었을 무렵 찾으러 오기로 하고 방앗간을 나섰다. 다른 손님은 없었는데도 두 시간이나 걸리는 것을 보니 생각했던 것 만큼 단순한 작업은 아니었나 보다.

깨는 세 되 정도 집에서 먼저 씻어서 말린 뒤 가져갔고, 쌀은 그곳에 가서 씻었다. 우리 집은 보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찹쌀과 멥쌀을 섞어서 미숫가루를 만든다. 그런데 다른 집은 어떻게 해서든 보리를 구해서 넣는다고 한다. 먹어보진 못했지만 아마 그래야 더 고소하나 보다. 기호에 따라 다른것도 넣어먹는지는 잘 모르겠다.

곡물을 빻는 기계. 곡물이 가루가 되어 나오며, 좀 더 고운 입자를 바랄 때는 몇번의 재반복 과정을 거친다.

두 시간 정도 뒤에 가보니 기름은 이미 다 짜서 병에 들어가 있었고, 미숫가루가 빻는 기계에 들어가 가루가 되어 나오고 있었다. 이 빻는 기계가 아마 방앗간에서 가장 자주 쓰이며 중요한 기계일 것이다. 미숫가루 뿐 아니라 떡을 만들 때도 먼저 쌀을 불려서 이 기계에 빻은 다음 쪄서 만든다. 뿐만 아니라 고춧가루 또한 이 기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흔히 방앗간이라 하면 벼 껍질을 벗겨 쌀을 만들어 내는 정미소를 생각하기 쉽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처럼 물론 벼도 도정해 주고 동시에 미숫가루도 빻아주는 방앗간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작업이 되었다. 먼 옛날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초가의 물레방아가 있던 시절에는 이 두 가지가 같은 작업이었다. 벼를 찧거나 곡식을 빻을 때 모두 이 방아가 이용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벼를 이런 식으로 찧지 않는다. 정미기(도정기)를 통해 껍질을 깎아 내는 것이다. 그래서 매커니즘도 달라지고 기계도 구분되게 되었으며 이렇게 정미는 하지 않는 방앗간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아직도 시골 정미소는 엔진을 이용해 돌아간다. 배 엔진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엔진까지 석유를 연소시킨 동력으로 정미기를 돌리는 것이다. 물레를 동력으로 정미기를 돌린적도 있다. 그것 또한 아주 오래전의 일로 아버지가 열 살 무렵이었다고 한다. 엄마는 아주 어렸을 적 있다는 것만 들었고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이전 정미기가 생기기 전에는 덩기덕쿵덕 우리가 생각하는 초가집 물레방아가 쌀을 찧었을 것이다.

'저장 >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늘 수확  (0) 2012.06.22
이웃의 양파밭  (0) 2012.06.19
매실 수확  (0) 2012.06.17
이웃의 양파수확  (1) 2012.06.16
양파 수확  (1) 2012.06.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