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을 볶는 기계. 미숫가루는 쌀이나 보리 등을 볶아서 빻은 것이고, 참기름은 깨를 볶아서 짜낸다.
방앗간에 들어서자 우리를 맞이한 분은 뜻밖에도 외국분이셨다. 아마 국제결혼을 통해 방앗간 집으로 시집을 오신 것 같았다. 벌써 아이도 낳아 원래 방앗간 주인인 할머니는 이제 일을 뒤로 한 채 손주 보기에 여념이 없으셨다. 한국말이 매우 유창한 이 새 주인은 능숙하게 모든 작업을 혼자 척척 해냈다.
어쨋든 나는 이참에 참기름을 짜는 과정이나 미숫가루를 만드는 과정을 관찰해 볼 요량으로 유심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보기에는 너무나 지루해서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니 무려 두 시간이나 걸린다고 했다. 두 시간동안 가만히 기계 소음 속에서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 마무리가 되었을 무렵 찾으러 오기로 하고 방앗간을 나섰다. 다른 손님은 없었는데도 두 시간이나 걸리는 것을 보니 생각했던 것 만큼 단순한 작업은 아니었나 보다.
깨는 세 되 정도 집에서 먼저 씻어서 말린 뒤 가져갔고, 쌀은 그곳에 가서 씻었다. 우리 집은 보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찹쌀과 멥쌀을 섞어서 미숫가루를 만든다. 그런데 다른 집은 어떻게 해서든 보리를 구해서 넣는다고 한다. 먹어보진 못했지만 아마 그래야 더 고소하나 보다. 기호에 따라 다른것도 넣어먹는지는 잘 모르겠다.
곡물을 빻는 기계. 곡물이 가루가 되어 나오며, 좀 더 고운 입자를 바랄 때는 몇번의 재반복 과정을 거친다.
흔히 방앗간이라 하면 벼 껍질을 벗겨 쌀을 만들어 내는 정미소를 생각하기 쉽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처럼 물론 벼도 도정해 주고 동시에 미숫가루도 빻아주는 방앗간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작업이 되었다. 먼 옛날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초가의 물레방아가 있던 시절에는 이 두 가지가 같은 작업이었다. 벼를 찧거나 곡식을 빻을 때 모두 이 방아가 이용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벼를 이런 식으로 찧지 않는다. 정미기(도정기)를 통해 껍질을 깎아 내는 것이다. 그래서 매커니즘도 달라지고 기계도 구분되게 되었으며 이렇게 정미는 하지 않는 방앗간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아직도 시골 정미소는 엔진을 이용해 돌아간다. 배 엔진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엔진까지 석유를 연소시킨 동력으로 정미기를 돌리는 것이다. 물레를 동력으로 정미기를 돌린적도 있다. 그것 또한 아주 오래전의 일로 아버지가 열 살 무렵이었다고 한다. 엄마는 아주 어렸을 적 있다는 것만 들었고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이전 정미기가 생기기 전에는 덩기덕쿵덕 우리가 생각하는 초가집 물레방아가 쌀을 찧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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