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가지에 바짝 붙어서 피듯 매실도 가지에 바짝 붙어서 열린다
아침에 부모님께 호언장담을 했었는데 말처럼 쉽지 않았다. 매실나무에는 가시가 있어 팔이 긁히고 접근이 어려웠다. 또 매실나무가 벽에 붙어 있고 바닥의 여유공간도 충분하지 않아 사다리를 설치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게다가 날씨는 어찌나 맑은지 날아오는 햇볕에 입고있던 검은색 반팔 티셔츠가 금방 뜨거워졌고 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혼자 낑낑 대며 노력한 끝에 일단락을 지었다. 수확시기가 살짝 지난 탓인지 노랗게 익은 매실도 몇몇 보였다. 생각해 보면 익은매실을 보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덜익은 매실인 청매실이기 때문이다. 익은 매실은 청매실과 구분지어 황매실이라 부르는데, 따로 매실 품종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그냥 덜인은 매실과 익은 매실의 차이인 것이다. 게다가 매실음료에도 당연한 듯 청매실만이 그려져 있어 - 아마 청매실로만 만들긴 하겠지만 - 도시에서 나고자란 사람들은 매실은 원래 초록색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왜 황매실은 보기 어려운 것일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유통상의 문제점 때문일 것이다. 단단했던 매실이 노랗게 익으면 동시에 물러지는데, 이렇게 되면 유통과정에서 손상을 입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유통기한도 짧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집도 매실을 모두 익기 전에 따기 때문에 사실상 나도 익은 매실을 접한 적이 거의 없다. 이런 생각에 익은 매실을 하나 맛보았다. 살구맛이 강하게 났다. 찾아보니 둘 다 벚나무 속에 속하는 식물로 아마 비슷한 부류인것 같았다.
매실액을 담그기 전 꼭지를 떼어내야 쓴맛이 덜하다
매실에는 유기산인 시트르, 카테킨등이 풍부하다. 이들은 피로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장운동을 촉진시켜 소화에 좋다. 우리네 어머님들이 가족들이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된다고 할 때 매실액을 한 잔씩 떠 주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원액은 워낙 진하기 때문에 물을 타서 마시는 것이 좋다.
매실나무 재배는 3000년 전 부터 이루어 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천 500년 전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매실나무가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나무와 동일 한 것인지를 불과 몇년전에야 알았다. 우리 동네에는 매실을 업으로 재배하는 집이 한 가구도 없어 수확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화나무는 그저 꽃나무로만 여기고 매실은 과수로만 여긴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진짜 촌놈은 시골에 살면서 시골을 하나도 모르는 놈'이라고 가르쳐 준 적이 있는데 내가 그 모양이 아닌가 싶어 부끄럽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