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후 내내 비가 오는 바람에 양파를 캐던 작업이 중단되었다. 그래도 이 동네에서는 가장 농사를 대량으로 하는 집이라 나도 처음으로 양파캐는 기계를 구경 - 아쉽게도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라 정지해 있는 기계만 구경 - 할 수 있었다. 산촌동네에 가까운 이곳은 좁은 땅에 주민들이 옹기종기 살아왔기 때문에 대량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논이나 밭이 없다. 그래서 대량으로 한가지 농사를 짓는 집이 잘 없었다. 이 집은 아마 이런 면에서는 동네에서 유일할 것이다.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에 한낮일 무렵 다시 한 번 나가보았지만 수확은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땅이 질어 수확하기 좋지 않은것 같았다. 결국 인터넷으로 이 기계를 찾아보았다. 자주식 - 자주식이라는 말은 트랙터나 경운기등 다른 동력의 연결없이 스스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 양파수확기인 이 기계는 굴취작업으로 양파를 퍼낸 다음 이송콘베어를 통해 기계위로 이동한다. 이 이동과정에서 위에 타고 있던 몇며의 인부들이 선별작업을 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선별을 거친 양파는 뒤편에 마련된 그물망으로 들어가게 되는 구조였다. 같은 방식으로 감자도 캘 수 있는듯 했다.
이 신기한 기계를 보고있노라니 농촌 인구가 점점 줄면 이곳 같은 작은 골짜기의 농업도 모두 대량생산체제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산물의 단가가 낮아진다던가 가구당 소득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을터이고 반면 부정적인 면, 예를 들어 농산물의 질이 떨어진다던가 더이상 시골도 자생할 수 없게 되는 문제도 있을 터이다. 또 그만큼 궁금해 지는 것은 우리네 시골이 가진 고향으로서의 이미지의 변화이다. 점차 시골이 고향이 사람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시골은 마음의 안식처로서의 정서적 기능보다는, 단순 1차산업지대로서의 기능에만 충실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농산물을 만들어내는 흙공장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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