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고구마를 집 앞에다 심었었다. 고구마는 씨를 뿌린다거나 모종을 사서 심는게 아니라, 장에 가면 모종을 판매하는 집에서 고구마 줄기도 함께 파는데 그 줄기를 사서 그대로 밭에 꽂아 심는다. 사진 처럼 넣은 다음 흙을 부어 주고 물을 주면 알아서 성장하는 것이다. 며칠만에 가 보니 몇 포기는 죽어 있었다. 그래서 자라난 살아있는 포기의 줄기를 떼어내어 빈 곳에 다시 심었다. 어차피 줄기를 심으면 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전에 말 한 적이 있듯 이 고구마 줄기를 노루놈들이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최대한 집 가까이 심어 놓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이곳에 동물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분명 노루놈일 것 같은데 발자국이 꽤 컸다. 집 바로 앞 인데다가 중간에 시내도 있고 봇도랑도 있고 나무도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인데 동물같은 감각으로 - 동물이니까 당연한건지도 모르지만 - 찾아내 방문한 것이다. 걱정과 동시에 신기하기 까지 했지만 다행히 별 피해는 없어보였다.
오늘은 6월 9일. 고구마를 심은지 한 달이 지났다. 그때 심어놓은 고구마 줄기는 이렇게나 컸다. 더 클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동안 많이 가물었던 터이라 이정도인지도 모른다.일전에 한 농부에게 들었던 바가 있는데, 농작물 중 농약을 치지 않는 유일한 작물이 바로 이 고구마라고 한다. 그 말은 누구나 손 쉽고 재미있게 키울 수 있는것이 고구마라는 말도 된다. 고구마 수확은 가장 재미있는 가을 일 중 하나라고도 한다. 힘이 별로 들지도 않을 뿐 아니라 굵직한 것들이 올라올 때는 즐겁기 때문이다.
우리집 고구마는 밤고구마다. 올해는 자색 고구마도 심어볼까 생각했었는데 생각만으로 그친것 같아 아쉽다. 모종을 살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마침 그때는 그 생각이 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늘 그렇듯 밤고구마를 심게 되었다. 밤고구마는 생것을 깎아 먹으면 밤맛이 나고 그 색도 하얗다. 이것도 달고 맛이 있긴 한데 다소 퍼석퍼석 한 구석이 있다. 왜 우리집은 밤고구마만을 고집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거라도 먹으려면 노루놈을 조심해야 한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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