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섯 시간 가까이 전철이며 버스를 탔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인천공항을 갔다가 공항버스를 이용해 수원까지 갔고 그곳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프랑스에서 돌아오는 푸딩을 만나서 집까지 데려다 준 것이다. 몇 번인가 인천공항을 통해 국외로 오간적은 있었지만, 공항철도는 처음이었다. 늘 리무진 버스만 이용한 탓이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공항철도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비행기는 정시보다 10분일찍 착륙했지만, 예상보다 입국심사가 늦어져 푸딩은 한시간 후에나 나왔다. 푸딩을 놀래켜주려고 한 나도 1층 C게이트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지루하지도 전혀 짜증나지도 않았다. 길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짧지만도 않은 보름만의 귀국이었기 때문이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모두 행복해 보였다. 아니, 아까 전 공항철도에서 내 앞자리에 앉았던, 나처럼 누군가를 마중가는 아가씨의 얼굴도 행복 그 자체였다.
건너 아는 지인 중 누군가는 할일없을 때면 홀로 공항에 가서 오르내리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그 분위기를 즐긴다고 한다. 그렇다. 떠나는 사람도 혹은 돌아오는 사람도 그리고 그들을 마중하는 사람도 대부분 즐겁고 행복한 것이 오늘날의 공항이다. 2000년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첫 장면도 공항이었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 휴 그랜트는 특유의 상냥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Whenever I get gIoomy with the state of the worId, I think about the arrivaIs gate at Heathrow airport.
GeneraI opinion makes out that we Iive in a worId of hatred and greed but I don't see that.
Seems to me that Iove is everywhere.
Often it's not particuIarIy dignified or newsworthy but it's aIways there.
Fathers and sons, mothers and daughters, husbands and wives, boyfriends, girIfriends, oId friends.
When the pIanes hit the Twin Towers, none of the phone calls from peopIe on board were messages of hate or revenge, they were all messages of Iove.
If you Iook for it, I've got a sneaky feeIing you'll find that Iove actually is all around.
그의 말대로 돌이켜 보면, 심지어는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들의 마지막 메시지나 통화도 모두, 사랑의 발로였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사실 누군들 그러지 않으리.
다시, 인천공항 C게이트. 푸딩이 나온다. 감격적이 재회다. 나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잘 다녀왔어?"
'산문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퓰리쳐상 사진전 (1) | 2014.07.28 |
---|---|
무더위의 시작 (0) | 2014.07.10 |
비오는 한 주를 보내고 (0) | 2014.06.26 |
봄맞이 친구를 사귀다 (0) | 2014.04.01 |
봄이라니! (0) | 2014.03.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