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실천

1.
 대학 교내 식당에서 일하시는 어머님들에 대한 칼럼(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09040.html)을 보고나서 도서관에서 쪽잠이 들었다. 그러다 깼는데 이유없이 시 한 편이 문득 떠올랐다. 활동적이었던 내 누이가 20대 초반에 보던, 지금은 고향집 책장 한구석에 꽂혀있는 책 <사람만이 희망이다>에 나오는 유명한 시. 나는 어릴적 하릴없이 책장을 뒤적거리다 이 책과 이 시를 발견했던 것이다.

- 다시 /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사람만이 희망이다> 中

 헌데 사실 나는 사람은 희망인 것 같으나 사람만이 희망인지는 잘 모르겠다(사람만이 절망인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 시에는 썩 맘에 드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라는 부분과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라는 부분이다. 듣기만 해도 기분좋아지는 말이며 그런 사람들 곁에 있으면 나까지 희망찬 사람 좋은 사람이 될 것 같다.


2.

 안다는 것은 꽤나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이 모두 실천으로 옮겨지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지난 8년간 대학생이란 신분에 몸담고 있던 나는 수많은 부조리를 느끼고 또 보아왔다. 하지만 무엇 하나 바로잡지 못했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수 많은 석학들이 공부하고 있는 또 앞으로 지식인이라 불리울 자들이 군집해 있는 큰 배움터인 대학. 교내 식당 어머님과 청소용역 어머님들은 그 누구보다 이런 우리들 가까이 계셔온 분들이다(혹은 우리가 그분들 가까이 있어 왔거나). 하지만 우리는 정작 그들의 고충도 부당함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또 알면서도 그냥 지나쳐 왔다.

 실천이 없는 앎은 과연 앎이라 할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은 앞서의 칼럼을 접하기 며칠전부터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이다.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또 삶은 곧 현실이라는 이유로 이런 본인의 앎을 부정해왔다. 탓 할 수는 없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이 그러 할 것이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앎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분명 필요할 것이다.

사진 / 눈과 해가 반복된 겨울날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