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하버드대학 경제학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는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국내의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말한것 처럼 그의 요지는 일반 사람들의 상식과는 반대로 도시가 훨씬 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자가용을 이용하는 지역보다 일인당 에너지소비량나 탄소발생량이 적을 뿐 더러 그들이 사는 아파트는 열효율 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직적으로 설계된 도시의 빌딩은 그만큼 녹지를 덜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신빙성 있는 말이며 많은 부분 수긍이 간다. 하지만 동시에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나는 그가 도시의 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조를 한 것은 대부분 도시에서 가까운 교외의 지역이었다. 그는 이 교외지역 사람들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며 쓰게되는 에너지의 양과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을 비교하였는데 사실 나의 시각에서는 교외지역도 도시의 한 부분으로 여겨졌다. 직장을 모두 도시에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베드타운(Bed Town)이든 전원마을이든 도시사람들인 것이다. 따라서 이는 도시와 시골의 비교가 아니라 큰 도시와 위성도시의 비교 혹은 도시사람들의 주거형태에 대한 논의라 해야 마땅할 것 같다.
아쉬웠던 또 하나는 인구증가율에 대한 조사다. 사람들이 도시를 이루어 모여 살게되었을때의 인구증가율과 그렇지 않았을때의 인구증가율의 비교가 있었다면 어느것이 더 친환경적일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자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든 아니면 그 반대든 간에(그리고 대다수가 도시를 더욱 선호하는 국내의 상황과는 다소 어는나는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은 훌륭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월든 호수가에 살며 저술한 <월든>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미국 자연주의 철학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그는 어느날 음식을 해 먹기 위해 모닥불을 지피다가 큰 산불을 냈다. 그리고 그를 추궁하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부주의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잘못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니 번갯불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얼마나 자연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반증이다. 또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연속에서의 삶이 단순히 친환경적인 것이나 친자연적인게 아니라 우리의 전원에 대한 욕심일 뿐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이 멸망하면 전 세계가 녹지와 숲으로 뒤덮이라고 보여주던 <인류 멸망 그 후>(Life After People)라는 한 다큐가 생각났다. 하지만 생태학적 관점이 사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듯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반드시 악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숲에서 인위적으로 행하는 간벌은 비록 인간이 개입된 활동이지만 식생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활동이다.
나는 이 책의 여러가지 관점과 이제것 보아온 다른 주장들을 종합하며 도시에서 살기 싫어하는 나의 생각이 친환경적인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전원생활을 꿈꾸는 나의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 책을 보는 내내 나는 비경제학도로서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지나치게 경제학적인 측면에서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렇게 하나의 단순화한 시선으로 집중해 봄으로써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재미있는 생각들을 내게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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