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문/잡설

우리 농(農)이 하는 일

by 막둥씨 2012. 2. 7.

2004년도 무렵에 '우리 농(農)이 하는 일, 당신의 생각 곱하기 12.5'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진행되었던 하나의 캠페인이 있었다. 그 의미인즉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우리 농촌이 하는 일이 단순한 식량생산 뿐이라고 여기는데 실은 거기에 홍수조절, 토양보전, 산소발생, 대기정화등의 환경적 기능이 더 있다는 것이다. 또한 '뉴욕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센트럴 파크, 만일 그곳이 없었다면 지금쯤 그 자리에 그만한 크기의 정신병동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 처럼 그 정서적 기능까지 합친다면 실제 우리 농촌이 하는 일은 식량생산 가치의 12.5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농촌의 다원적 가치라고 부르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04년 12월 연구보고서(오세익, 김동원, 박혜진)인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농업의 다원적 가치 평가액은 연간 28조 3,771억원으로 추산되었다. 이는 2003년 기준 우리나라 농업 국내 농업총생산(GDP) 20조 5,848억원 보다 약 8조원 많은 것이다. 한편 산림(山林)의 다원적 가치(49조 7,913억원)를 포함하면 농업과 산림의 다원적 가치는 8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수치도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이렇게 다원적 가치가 중요하다지만 그 가치에 대한 보상은 전무하다. 지구의 허파인 열대우림을 현지 주민들이 먹고 살기위해 베어내는 것을 선진국들은 단순히 비판할 수 만은 없다. 그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생의 길인 것이다.

2004년 당시 저 행사에 참여해 보리 화분을 하나 받아 본 사람으로서 나는 사실 이런 류의 캠페인은 지지한다. 앞서 언급한 보상은 말이 보상이지 사실 당장의 어떤 금전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언제나 관심에서 부터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개개인으로 하여금 좀 더 고차원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자연스럽게 인도할 것이다. 

독일에선 농부를 Farmer가 아닌 Natural Manager라고 부르자는 운동이 있었다고 한다. 농부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직업이 아니라 '자연의 관리자'라는 것이다. 인식의 점진적 변화가 필요하다.

'산문 >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뛰시오?  (1) 2012.04.14
이기적인 사랑은 없다  (0) 2012.02.13
물건들을 정리하며  (0) 2012.02.06
도시적 삶의 환경성과 전원생활  (0) 2012.01.10
나무가 되고 싶다  (0) 2011.12.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