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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나무가 되고 싶다

by 막둥씨 2011. 12. 20.


사람들은 흔히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가 부럽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평소 나무의 우직함이 좋았다. 바람이 불거나 눈과 비가 몰아쳐도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엔 더더욱 좋았다. 싱그러운 초록의 잎은 햇살을 투과해 빛났고 나는 그것을 보고있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곤 했다. 입가엔 절로 피어나는 미소와 함께. 그래서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나 늦봄이나 여름이라고 혹자가 물으면 대답한다.

그런데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는 나무처럼 살기 쉽지 않다. 언제나 기회를 엿보아야 하고 고통을 부정하며 쉬운길을 찾으려고만 한다. 또한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를 제대로 모르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렇기에 엄밀히 말하면 비교조차 성립되지 못하는 것이다. 비교를 시도하기 전에 온전한 자기의 생을 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우직한 나무가 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외부의 것들보다 스스로에게 좀 더 귀 기울이고 싶다.


사진 / 호주 퀸즐랜드주 북부의 열대우림 Kurranda.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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