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4일차] ③ 영월 한반도 지형과 별 헤는 밤

by 막둥씨 2012. 8. 6.

 

영월 한반도 지형. 차라리 풍광이 멋지다고 했으면 모를까, 단지 한반도와 비슷한 모양인 것 때문에 분에 넘치게 유명해진것 같아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대산을 출발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는길에 영월을 지나게 되었고 푸딩과 나는 고민끝에 한반도 지형으로 향했다. 마침 근처인데 그냥 지나가기는 섭섭한 탓도 있었고, 또한 단순 이동을 너무 많이 하는것 같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네비를 따라가는데 길이 무척이나 험했다. 산을 하나 넘는데 비포장길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발파지역이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이 갈라지는 길 마다 서 있었다. 다른 차량도 산을 넘는 동안 단 한 대만을 만났을 뿐이다. 주말치고는 사람이 별로 없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었다. 산을 넘자 웬걸 포장도로가 떡하니 나왔는데 알고보니 우리가 넘어온 길은 옛길이고 지금은 아스팔트길이 산을 둘러 평평하게 새로 나 있었던 것이다. 뎀잇 네비. 

 

<1박 2일>의 여파는 상당했다. 방송 후 이곳은 명승 제75호로 지정되었으며 뿐만아니라 주차장도 새로 크게 만들면서 올라가는 산길도 바꾼 듯 했다. 역시 주말이라 그런지 새로생긴 주차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올해들어 지난 5월말까지 28만명이 찾았다고 하니 이 조용했던 시골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들어닥친것은 확실했다. 아닌게 아니라 마을에서는 뗏목유람선까지 운행하고 있었다. 게다가 무려 행정구역명도 2009년 10월 본래의 서면 - 참 개성없기는 했다- 에서 한반도면으로 바꾸었다.

 

산림훼손도 지나칠 문제는 아닌것 같았다. 오가는 많은 인파를 고려해 만든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등산로는 매우 넓고 컸다. 또한 이렇게 길을 위해 잘려나간 나무 뿐 아니라, 길을 따라서 드러나는 나무뿌리도 심각할 정도로 보였다. 물론 등산로라면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갑작스런 유명세로 인해 전에 없던 몸살인것은 분명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왕복 1.6km 정도. 무척 더운 날이라 모두가 힘들어했다. 심지어 같이 오르던 한 관광객은 왜 전망대까지 자동차길을 내지 않았느냐고 투덜거렸다. 이번 여행을 하며 느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우리 나라엔 도로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천혜의 계곡이 수 없이 많으나 도로로 인해 반 이상이 잘려 나간곳이 많았다. 좁은 골짜기에 도로가 반 계곡이 반이었던 것이다.

 

땀과 맞바꿔 전망대에 도착했다. 오후의 나른한 빛이 지형 너머에서 비추어 아름다웠다. 그러나 비록 한반도 지형이라고 붙여놓은 것은 마음에 안들지만 그 물돌이 구조는 볼만했다. 북에서 내려오던 평창강이 주천강을 만나기 전 크게 한 번 물돌이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한반도 지형이었다. 물론 영주 무섬마을이나 안동 하회마을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왜냐면 물돌이 안쪽에 마을 군락이 형성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멀리 거대한 규모의 시멘트공장이 보였다.

 

이삼일 지내보니 안일해진 탓인지 오늘은 텐트 칠 장소를 늦게 물색하기 시작했고 결국 한참을 고생한 끝에 잘만한 곳을 찾았다. 덕분에 텐트를 설치할 때 쯤엔 둘 다 신경도 곤두서 있고 기진맥진해 있었다. 텐트를 친 곳은 간단한 운동시설이 있는 정자였는데 잘 이용하지 않는 탓인지 풀이 많이 자라 있었다. 근처에는 집이 거의 없고 큰 식당만 하나 있었다. 그런데 사람도 많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물을 얻기 영 마음이 불편해 결국 옆 마을로 다녀왔다. 옆 마을에서는 소 여물을 자르고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흔쾌히 마당의 수도를 제공해 주셨다. 하지만 무뚝뚝한 표정에 어디서 왔냐고만 물어보셨는데 나중에 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푸딩을 보시더니 환하게 웃으셨다. 역시 시커먼 남자보단 처자가 있는게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씻으니 금방 어둠이 찾아왔다. 푸딩이 문득 하늘을 쳐다보다 놀란다. 아닌게 아니라 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푸딩이 북두칠성을 찾아냈다. 나나 푸딩이나 별자리를 잘 모르는데 이곳에선 너무나 밝게 빛나 저절로 눈에 들어온 듯 했다. 영월에 별마로 천문대가 있다고 하던데 과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별을 가슴에 품은 채 4번째 밤을 맞이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