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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농사

집 생활 1주일 차

by 막둥씨 2012. 2. 7.

사실 그 전에도 방학 때나 휴학했을 적에 한 두달 씩 집에 머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서울에 적을 둔 것이 아니기에 내게 있어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집으로 내려온 지 만 1주일 째. 잉여킹이 된 것 같다. 매서운 겨울 추위에 바깥 나들이는 고사하고 마당 앞에도 나갈 일이 거의 없다. 그 대신 하루종일 방 안에 앉아 영화를 보거나 청소를 하거나 할 뿐이다. 현대인은 일 할 때도 컴퓨터 놀 때도 컴퓨터 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어릴 적 그래도 이 동네에는 예닐곱 명의 같이 노는 또래 아이들이 있었다. 여름이면 매일 같이 물놀이를 했고 겨울이면 얼음을 지치거나 눈썰매를 탔다.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달리기도 했으며 산에 들어갔다가 옻독이 오르기도 했다.

당시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집은 부잣집이었다.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컴퓨터 한 대 가격이 300만원을 호가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화가 일었던 것은 내가 중학교 2학년때 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부가 도시 서민과 농어촌 가정에 컴퓨터를 보급하겠다는 국책사업을 펼쳤고, 인터넷PC라는 이름으로 약 100여만원에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자식을 가진 시골집은 너도 나도 컴퓨터를 하나 씩 장만했다.

그 때 부터 동네의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갔고 아이들의 놀이는 '스타크래프트'가 대체했다.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컴퓨터실이 생겼고, 아이들은 방과 후 모두 모여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기에 바빴다.

이제는 시골에 아이들이 전혀 없다. 그것은 앞선 이야기와 상관 없이 농촌이 가진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지난 주말 장남과 쥐불놀이를 하며, 더 이상 얼음을 지칠 스케이트도 아이들도 없으며 나아가 그런 문화 자체가 소멸되고 있다는 사실이 한 없이 쓸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진 / 바람이 많이 분 날이다. 해가 기울며 창가로 스며드는 빛이 너무 따스해 현관문을 나섰다가 오 분 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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