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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한 잔의 맥주가 생각나는 밤

by 막둥씨 2010. 5. 10.
아침 9시에 수업을 들으러 올라가 한 시간 짜리 수업을 듣고 혼자 점심을 먹은 후 바로 도서관에 틀어박혀 발제문과 씨름하기 시작,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겨우 도서관을 나온다.
 
피곤하고 나른한 육체 하지만 잠이 오지는 않는 무언가 고통스러운 상태. 집중할 에너지가 모두 소비되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산더미 처럼 쌓여 있는 과제도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고, 재미있는 어떠한 것을 생각해 봐도 찾지 못해 심심할 뿐이다. 아니 너무 피곤해 놀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낮과 밤의 경계인 해질녘 어스름속 금잔디 광장은 시끌벅적, 학내주점은 붐비고 무대위의 밴드는 자신들의 정겨운 노래를 부른다. 발걸음을 멈추고 언덕배기에 선 채 노래를 들으며 금잔디 광장의 풍경에 시선을 놓아 본다. 살짝 찬 저녁 봄바람이 불어와 온몸을 휩쓸고 지나가지만 머리 속은 맑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듯 하다.

그나마 기분좋은 일은 잠깐의 만남이다. 하지만 피상적일 뿐이고 순간적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언젠가는 더욱 나를 슬프게 할 뿐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니 그 순간 사람이 무척이나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휴대전화의 통화 버튼을 누른다.

집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밴드는 knockin' on heaven's door를 부르기 시작한다. 갈증이 밀려온다. 한 잔의 맥주가 생각난다. 어떻게 한 잔의 맥주도 없이 이 저녁을 견딜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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