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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택시 기사가 뭐 어때서? 어깨 펴고 살 일!

by 막둥씨 2014. 3. 6.

Photo(cc) via Kim Hanwool / flickr.com

택시 기사에는 두 부류가 있다. 손님과 수다를 즐기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물론 손님도 이렇게 두 부류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한 달 전 밤늦게 택시를 탔다. 공교롭게도 내가 탄 택시 기사분은 전자였다. 늘 후자의 부류만을 만나서 그런지 어색했다.

택시 기사는 대뜸 내게 “사람은 너무 정직하게 살아서도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고 궁금해 할 틈도 없이 자기의 살아온 인생을 털어놓으신다. 마치 미드 <How I Met Your Mother>의 시즌1 에피소드1의 첫 장면 같은 상황이다. 드라마는 훗날 나이가 든 주인공 테드가 자식들에게 그들의 엄마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인데, 첫 장면에서 주인공 테드가 아들과 딸에게 “너희 엄마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마.”라고 하자 아이가 대답한다. “저희가 뭐 잘못했나요?” 내 기분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택시 기사분에게 인생의 조언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늦은 밤 집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관문처럼 느껴졌다.

그가 말한 “너무 정직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의 근거가 되는 인생의 요는 이랬다. 본디 그는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정직하고 곧은 사나이였다. 때문에 함께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동기들이 사무관 달고 승진할 때 본인은 제자리걸음을 해야만 했다. 퇴직을 하고 나서도 동기들은 모두들 건물 하나씩 갖고 부유하게 살고 있는데, 본인은 이 나이에 택시나 몰고 있다고 그는 스스로를 비하했다. “너무 정직할 필요 없어요. 적당히 아부도 하고 그렇게 유들유들하게 살아야 해요.”

유들유들하게 사는 것 좋다. 적당한 아부도 나쁠 것 없다. 너무 정직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거짓말을 하지 말고, 그렇다고 진실을 다 말하지도 마라’는 명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너무’ 정직할 필요는 확실히 없다.) 떼어 놓고 보니 그의 말은 하나하나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이 말들은 나를 적잖이 당혹케 했다. 왜냐하면 그의 말들은 부패와 부도덕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든 몇 가지 생각을 나열해보면,

1. 괄목할만한 축재를 하지 않더라도... 공무원 연금, 괜찮지 않나?
2. 택시 기사라는 직업이 뭐 어때서
3. 자신의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정말 너무 정직하게 살아와서일까?
4. 그래서 나더러 어떻게 살라는 거지?

그냥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내뱉은 의미 없는 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서도 잊히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는 내 인생에 개입을 한 셈이다. 그래서 나도 자신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학교에서 가르치는 도덕과 청렴의 가치 같은 것들은 다 부질없는 건가?’ 할증이 붙어도 5000원이면 당도하는 거리인지라 그와는 금방 작별했다. 그래서 더 깊은 대화도, 어떤 의미 있는 대답도 나는 할 수 없었다. 순발력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또 그런 건 없다.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나는 드디어 답을 찾았다. 그리고 인생의 후배지만 그날의 그 택시 아저씨께 감히 한 마디만 해 드리고 싶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아빠이지 않나요?” 당시 만약 그가 양심을 팔았다면 빌딩을 샀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식에게 떳떳할 수 없었을 테고, 자식도 아빠를 떳떳하게 여길 리 없었을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세상이 힘들게 해도 어깨 펼 일이다. 한 달 전 승차한 승객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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