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90 바나나 멸종위기 : 바나나는 불안하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내게 바나나는 명절음식의 하나였다. 일 년에 두어 번 설이나 추석을 맞아 도시의 친지네를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는 실로 귀한 과일이었다. 친척 어르신들은 내가 시골집으로 돌아갈 때 으레 바나나를 몇 개씩 싸주시곤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도시에 사는 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1990년대 초반 바나나 가격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20여 년 전인데 가격은 두 배라니! 당시의 화폐가치를 생각하면 바나나의 위상은 더욱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이제 저렴한 가격에 한결같이 달콤한 바나나를 대형마트는 물론 동네 편의점에서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바나나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여러 가지 불편한 사실이 숨어.. 2013. 9. 2. [전국일주 13일차] ① 강진 읍내에서의 아침, 영랑생가 전국일주 13일차 이동경로 (7월 16일) 강진 월산마을 -> 영랑생가-> 다산초당 -> 백련사 -> 대흥사 -> 해남 만안리 7시가 되기 전 아침 일찍 월산마을을 나섰다. 마을회관에서 하룻밤 묵어간 것에 감사를 표하고 싶었으나 마땅히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몇 자 적은 포스트잇을 마을회관 유리에 붙여 놓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이장님 댁을 알았더라면 인사라도 드리고 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영랑생가는 강진 읍내에 있다. 그 덕에 10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강진읍내 여관에 묵으며 영랑생가를 다녀왔었다. 그런데 10년이란 세월이 길긴 길었는지 영랑생가의 주변경관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읍내 한쪽, 아파트와 문방구 틈에 있던 작은 집인 영랑생가는 주차장도 만들고 올라가는 길은 콘크리트 포장도로에서.. 2013. 8. 16. 동성애 법안에 대한 발언 뉴질랜드 국회 혹자는 국내 정치인 중 이런 유머와 위트를 가진 이로 노회찬을 뽑았다. 2013. 8. 10. 캠핑은 장비 자랑? :: 그곳에 캠핑은 없었다 잊지 못할 밤이었다. 경북 북부의 어느 인적이 드문 산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어둠 너머에서는 새소리, 벌레소리는 물론 산짐승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공포에 숨을 죽였다. 인간으로 태어나 의심 없이 품고 있던 우위감은 초라했다. 분명 그날 밤은 온전히 동물들의 것이었다. 서해의 바닷가에서 머물던 하루는 비가 왔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였다. 두어 겹의 얇은 직물인 텐트가 저 비로부터 나를 지킬 유일한 수단이었다. 늦은 밤 배수로를 파고 들어와 젖은 몸을 뉘였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텐트를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에 쉬이 잠이 들 수 없었다. 이따금 방전되는 하늘은 고스란히 나의 이부자리까지 그 미명을 전했다. 이 황홀했던 경험은 모두 작년 여름 직접 캠핑을 하며 겪었던 일이다. 201.. 2013. 8. 2. 강촌 레일바이크 타다 생애 처음으로 레일바이크를 탔다. 일전에 형제들과 여행할 때 레일바이크를 타볼자는 말에 '비싸기만 하지 별로일 것 같다'며 극구 반대하던 내가 내 발로 직접 타러 간 것이다. 경춘선이 전철로 개통됨에 따라 옛 선로는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것이 레일바이크다. 아마 전국에서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지역은 대부분 폐로에 따른 개발일 것이 분명하다. 옛 강촌역과 김유정역을 잇는 강촌 레일바이크는 양쪽에서 모두 출발 가능하다. 우리는 김유정역에서 내려 김유정 문학촌을 다녀온 후 그곳에서 레일바이크를 탔다. 김유정역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시작과 동시에 경사지고 긴 내르막 길이 있어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첫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모자가 날라갈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 다른 지역의 레일바이크를 타.. 2013. 7. 21. 정치를 보았다 환경재단 최열대표가 2013년 2월 19일 구속 수감됐다. 1심 무죄판결을 받았던 알선수재 사항이 별다른 추가 심리나 추가 증거없이 2심에서 유죄로 뒤집어 졌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작 검찰에서 돈을 줬다고 지목한 금곡산업개발측의 인사는 검사의 '빅딜'을 까발렸다. “검사님, 최열 대표에게 정치자금 줬다고 증언하면 제 재판 건하고 인허가 건 봐준다고, 빅딜하자고 했잖습니까?” 담당 검사가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해당 검사는 뇌물 수수로 구속된 상태다.) 이 일련에 사건에서 나는 정치를 보았다. 진실이나 정의는 온데간데 없는, 그저 물욕과 권리욕을 근저에 두고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정치.... 순간 구역질이 났다. 인간 존재가 싫어졌다. 그리.. 2013. 7. 21. 스티브 잡스 2013. 7. 11. 21세기, 매국노도 없고 애국자도 없다 * 먼저 앞서의 포스팅 ‘국익에 관한 단상’을 읽기를 권한다. 태국에 가서 객관적인 자료를 전달하고 온 환경단체를 매국노라 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시각을 동의할 수는 없을지언정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재미있는 부분은, 그 환경단체가 국제적인 단체인 그린피스였다면 과연 매국노라는 비난을 들었을까하는 점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국노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두 단체에 이렇게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일까? 국적이 의미 없는 시대 사실 미리 밝히지만 나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 하지만 분명 단체나 구성원들의 국적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관련해서 삼성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삼성이 애플.. 2013. 7. 10. 특별한 궁 창덕궁과 왕에게 꼭 필요했던 후원 창덕궁을 처음 방문한 것은 올해 초였다. 근처에서 십여 년을 살았지만, 그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남산타워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처음 접한 창덕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1926년 대조전에서 승하하는 날까지 기거하시던 곳인지라, 이제 까지 보아 온 그 어떤 궁과도 달랐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간 보았던 궁들은 텅 빈 곳간 같은 건물들만이 있었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도, 밥을 해먹는 공간도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에 비해 창덕궁은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현대 문물이 들어온 흔적이 보여 때론 이질적이기 까지 했다. 몇 가지 들자면 이렇다. 우선 천정에 전등이 달려 있었으며, 고급 호텔의 로비 앞에서나 볼 수.. 2013. 7. 5.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