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90 자동차가 길을 지배한다! 길 위의 민주주의 몇 년 전 어느 외국에서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차가 오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려 했다. 그런데 가까이 달려오던 자동차가 먼저 멈춰서는 게 아닌가? 당황하고 미안한 마음에 뛰다시피 길을 건넜다. 차가 사람을 기다려 주다니! 감히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간 언제나 ‘차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됐다. 이후 귀국을 하자 나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길을 못 찾거나 방향을 분간 못 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길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길 자체를 잃었을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시작한다. 길을 지배하는 자동차 “차 조심해야지!” 부모라면 누구나 길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다.. 2014. 2. 4. 신비의 소나무에서 불운을 기다리며 우리 동네 근처에는 ‘신비의 소나무’가 있다. 물론 나무 자체도 바위 돌을 움켜쥐며 뿌리를 내린 모양세가 자못 신비함을 자아내지만, 이 나무가 유명해 진 데에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예전 인근 마을의 어느 집 어머니가 자식들이 잘 되길 바라며 날마다 이 나무에 기도를 드렸는데, 신기하게 자식들이 모두 하나같이 판검사 등이 되거나 어려운 고시를 패스했다는 전설 아닌 사실이 그것이다. 그 후 이 소나무는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알려지며 지역의 명물이 되었다. 설 연휴 내내 집안에만 있던 터라 연휴 셋째 날 바람도 쐴 겸 드라이브를 했다. 어차피 동네길이라 나는 잘 때 입는 편안한 옷에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이곳저곳 가보다가 신비의 소나무까지 당도했다. 개인 적으로는 두 번째 방문이었다. .. 2014. 2. 2. 서른일까? 친구들이 서른이 되었다. 나는 아직 아니다. 1 ,2월에 태어난 사람은 나이를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 굳이 몇살이냐 묻는다면 나는, 29.5세랄까?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는건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스무 살이 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의 반열에 올라서고, 마흔이 되면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며, 오십이 되면 이제 나도 늙었구나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서른도 어렸을 적바라보았을 때는 꽤나 의미 있는 나이였다. 그런데 막상 문턱에 들어서고 보니 정말 보잘것 없다. 옛날처럼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적령기가 아니기 때문이라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뉴스에서도 종종 떠들듯 대학생활이 길어지고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들이 독립을 빨리 .. 2014. 1. 19. [전국일주 15일차] ① 강진, 푸른 것을 만나다1 15일차 이동경로 강진 석문공원 -> 청자박물관 -> 보성 차밭(대한다원) -> 강골마을 -> 벌교 오랜 기간 떠나는 여행이 매일매일 특별할 리가 없다. 잊을 수 없는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각종 해프닝으로 추억에 남는 날이 있다면, 그저 하루 종일 무얼 해도 고만고만해서 기억도 잘 나질 않고, 기억이 난다 해도 특별히 사람들에게 말할 것이 없는 날도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 아닌가 싶다. 물론 많은 지역 다양한 동네에 들렀고 많은 것들을 보았다. 하지만 깊이 있게 다가온 것은 그다지 없었다. 오해 마시라. 방문했던 장소들이 매력이 없었던 것이 절대 아니다. 그냥 계절, 시각, 날씨, 배경지식, 피로도 등이 뒤섞여 나에게만은 훌륭한 여행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뿐이다. 아아! 이날은 개인적인 카테고리 분류상 .. 2014. 1. 12. 일기장이 없다 블로그로 옮겨오기 전부터 치자면 7년 가까이 쓰던 잡설(혹은 쓰레기통) 코너인데, 문득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하소연할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이전부터 깨닫고는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소화하기 힘든 개인적인 배설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몇 개인가의 블로그를 새로 개설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관리상의 어려움만 깨닫고 다시 지금의 블로그로 돌아오곤 했다. 왜 쓰지 못했을까? 사적인 블로그임에도 사적이게 느껴지지 않은 탓이 컸다. 그래서야 이도저도 아니지 않는가? 이제 사적으로도 좀 써봐야지!! 새해라는 건 이게 좋다. 무언가를 공식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주위에서도 응원해주고 말이다. 어쨋든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그래서 나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어 넣.. 2014. 1. 11. 잘 들어오지도 않는 집을 왜 삽니까? :: 집을 묻다 일전에 고향 친구를 만났다. 아파트를 샀단다. 배가 아프다. 그런데 이야기하다 보니 가격이 장난이 아닌 게 ‘억’ 소리가 몇 번이나 난다. 자세히 보니 녀석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열심히 일해서 대출금을 갚아야 한단다. 다큐영화 하나가 오버랩 된다. 2013년 10월 EBS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작은 집에 산다는 것』. 영화 속 청년은 큰 집을 샀던 부모님이 대출금을 갚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그는 묻는다. “잘 들어오지도 않는 집을 왜 삽니까?” 불행이 되어버린 집 우리는 늘 더 넓은 집을 꿈꿔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2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주거면적은 78.1제곱미터로 6년 전인 2006년 67.3제곱미터보다 10.8제곱미터(3.2평)가량 넓어진 .. 2013. 12. 29. [전국일주 14일차] ② 땅끝에 서다 땅끝! 세상의 중심이라 불리는 호주 울룰루나 경외감을 자아내는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처럼 무언가 거대한 스케일과 강렬한 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장소일 것 같은 이름 땅끝은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의 어촌마을이다. 이곳은 한반도의 최남단에 있어 땅끝마을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의 최남단인 마라도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육지의 가장 끝 부분, 땅끝인 것이다. 해남군은 땅끝을 ‘한반도의 시작’이라 홍보하고 있다. 물론 시작과 끝, 위와 아래라는 게 보는 사람의 시점에 따라 완전히 뒤바뀔 수 있고, 이곳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명소라는 점은 알겠지만, 나 같은 일반 사람의 눈에는 땅끝이 그리 한반도의 시작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늘 북쪽이 위를 향하고 있는 지도만을 보아서 그런 .. 2013. 12. 1. [전국일주 14일차] ① 미황사, 절집이 가장 절집다울 때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전날 밤은 지붕 튼튼한 정자 아래 비바람 막을 방수포 벽까지 설치하고 잔 터라 다행히 물난리는 전혀 없었다. 벽에 설치된 방수포만이 물에 젖어 있었을 뿐이다. 마을회관 현관 앞에서 즉석카레와 냄비밥, 캔 참치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정리했다. 여행자에게 가공식품은 그야말로 필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신선한 재료를 장기간 보관할 수 없는 여름철에는 더더욱. 조촐한 식사가 후 젖은 방수포는 비닐로 둘러싸 트렁크에 넣고, 나머지 텐트와 식기 등은 젖지 않았기에 어렵지 않게 정리해 실었다. 자 이제 떠나볼까? 오늘의 첫 목적지는 미황사다. 미황사는 사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예정에 없던 코스였다. 그러나 백련사를 거치며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어제 함께 차를 나누었던 백련사.. 2013. 11. 25. 방사능 시대 급식 안전,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준치 이내라 안전하다고 홍보하며 후쿠시마 농산물을 1년간 직접 먹었던 일본의 한 아이돌 가수가 방사능 내부 피폭이 된 것으로 최근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나타난 방사능 피폭의 80~90퍼센트도 음식물을 통한 피폭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 정부의 현행 방사능 식품 안전 대처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방사능 노출에 더욱 치명적이기에, 선택권도 없는 아이들 단체 급식이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일본 8개 현 지역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그 외 지역의 수산물이나 가공식품에 대한.. 2013. 11. 18.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