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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419

20100622 피곤한 하루 하루 종일 양파와 마늘을 수확했다. 피곤이 몰려온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 그것이 힘들다. 불을 끄고 책상에 홀로 앉아 있는데 여전히, 개구리 운다.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말을 아끼게 되는 날이다. - - - - - - - - - -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 중의 고등 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입니다.” - 백남준 2010. 6. 22.
20100621 늦은 오후의 대화 자전거를 밟아 들판 한가운데 있는 작은 정자로 갔다. 하늘은 푸르렀고 바람은 맑았다. 돌아올 때 쯤엔 이미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따스한 빛이다. 그리고 따스한 마음이다. 하지만. 오늘의 우문현답愚問賢答 나 : 사랑이 뭐야? ㅂ : 잘 알지 못해도 할 수 있는 것. * 이 대답을 나에게 해 준 뒤 ㅂ은 다시, 잘 알지도 못해'도' 할 수 있는 것과 잘 알지 못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놓고 고민했다. - - - - - - - - - - Shelby Lynne - Wall In Your Heart I feel your pain I feel the rain What happened to you I can't get to you Cause there's a wall In your heart That n.. 2010. 6. 21.
20100620 싱그러운 초록 속 나른한 하루 시골에 내려온지 둘째날. 창고화 될 뻔 했던, 중학교때까지 쓰던 내 방을 깨끗이 치우고 작은 책상을 가져다 놓았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창밖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과 녹음의 풍경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하루종일 농삿일을 도왔다.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며 가볍게 맥주 한 잔. 그리고 다시 오후 내내 일을 했다. 일이 끝나고 샤워한뒤 현재 위의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나른하지만 좋은 기분.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컴컴한 창문 밖으로 다시 개구리 운다. 좋다. 누님이 낮에 따 오신 오디와 산딸기를 맛본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다. 2010. 6. 20.
20100619 별이 진다네 서울에서 시작한 여행은 대전과 대구를 거쳐 결국 시골집에서 마무리 되었다. 이틀만에 급박하게 바뀌는 풍경은 나에게 사소한 우울을 불러 온다. 대전역에서의 밤 공기에도 대구의 대낮 뜨거운 공기에도 슬며시 그 사소함이 고개를 내민다. 시골집으로 온 첫날밤.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피곤함이 몰려든다. 일찍 잠자리에 들려다 맥주를 한 잔 마셨다. 창문을 열자 개구리 소리가 온 방안을 가득 메운다. 비가 오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즈음. 시골에서는 한밤중이다.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밖으로 나가 들었던 소리를 소박하게 담아 본다. 개구리 운다. 모두들 그러하다. 사진 // 대전역 플랫폼 - - - - - - - - - - - 별이 진다네 - 여행스케치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 뿐이야.. 2010. 6. 20.
20100618 이상한 동네의 뷔지아노 이야기 했던 제목으로 글을 쓴다. 이상한 동네의 뷔지아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랄까. 그제까지만 해도 해야 할 일에 치였던 생활이었는데, 갑자기 무한한 여유가 생겼다. 게다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장소.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그런 나를 토끼는 자신의 추억의 장소들로 데려다 주었다. 나는 지금 몽환적인 기분의 낮잠을 자고 있다. - - - - - - - - - - 죽음을 앞둔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진리보다는 환상이 더 좋은 것일 수 있다. 환상이라는 것은 그것이 지속되는 한 세상에 대한 해석을 확고하게 하며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환상 자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는 기본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中 2010. 6. 19.
20100617 끝이 아닌 끝 세상에 무엇이든 끝이 있겠냐만은 일단은 종강이다. 학기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홀로 나오며 구름을 통해 확산되어 나오는, 아늑하지만 동시에 눈부신 빛으로 둘러싸인 세상을 보았다. 밝지만 희뿌연 그 모습. 나의 한 학기가 그러했고 앞으로 다가올 방학도 그럴 것 같다. 뭐 그래봤자 학생 나부랭이의 푸념이자 배부른 소리가 되겠지만. 주어진 두 달이라는 시간.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이 필요하다. 일단은 일주일 쉬고. 3주 만에 나타난 ㅌㅇ이는 이상하게 마치 엊그제 만난것 처럼 친근했다. 녀석은 착실하게 엽서도 보냈고 고맙게 선물도 사 왔다. 선물은 아이패드!!! ... 가 아니라 술안주였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 하지만 풀어 놓았을때의 파장도 또한 어렵다. 여기서도 진.. 2010. 6. 17.
20100616 시간이 없어 길게 씁니다 시험이 두 개나 있었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잠에 들었던 긴 하루. 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짧게 느껴져 아쉬운 그런 하루. 시간이 없어서 길게 쓴다고 파스칼은 지인에게 편지를 쓰며 말했다고 한다. 2010. 6. 16.
20100614 비공개 문단 사람의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열정적이며 결코 변하지 않을 지극한 사랑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먼저 나는 어떻게 그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확신 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 확신을 할 수 없기에 늘 고민한다.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은 겉모습만 보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일 뿐이다. 그래서 차라리 신뢰의 문제라면 더 쉬울지도 모른다.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리고 사랑이 깊어 지는 것. 그것이 나의 인간관계론이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홀로인지도 모른다. 잘 생각해 보면 일방적인 지극한 사랑을 바라는 것과 동시에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는 것은 모순이다. 2010. 6. 14.
20100614 케 세라 세라 (Que Sera Sera) 2년 동안 나의 궁금증의 자아내던 떡볶이 집. 손님도 없는데 2년간 그 자리에 묵묵히 있는 걸 보며, 나는 어떤 부잣집 젊은이들이 취미생활로 하는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그 정체를 탐구하러 큰 맘먹고 갔더니.... 떡볶이 집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와플집이 들어서 있었다. 장사가 안돼 망한건지 혹은 2년을 끝으로 취미생활을 바꾼건지 더 나아가 맛은 어떠했는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차일피일 미루면 이렇게 된다. 강원도에서 직접 공수한 태양초 고추로 만들었다는 떡볶이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진 // 차를 마시고 공부를 하고 책도 읽던 중. 한 줄기 따스한 햇살이 창을 투과해 나를 감싼다. - - - - - - - - - - 며칠전 학림다방에서 ㅂ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나온 말이 있.. 2010.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