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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14일차] ② 땅끝에 서다 땅끝! 세상의 중심이라 불리는 호주 울룰루나 경외감을 자아내는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처럼 무언가 거대한 스케일과 강렬한 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장소일 것 같은 이름 땅끝은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의 어촌마을이다. 이곳은 한반도의 최남단에 있어 땅끝마을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의 최남단인 마라도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육지의 가장 끝 부분, 땅끝인 것이다. 해남군은 땅끝을 ‘한반도의 시작’이라 홍보하고 있다. 물론 시작과 끝, 위와 아래라는 게 보는 사람의 시점에 따라 완전히 뒤바뀔 수 있고, 이곳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명소라는 점은 알겠지만, 나 같은 일반 사람의 눈에는 땅끝이 그리 한반도의 시작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늘 북쪽이 위를 향하고 있는 지도만을 보아서 그런 .. 2013. 12. 1.
[전국일주 14일차] ① 미황사, 절집이 가장 절집다울 때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전날 밤은 지붕 튼튼한 정자 아래 비바람 막을 방수포 벽까지 설치하고 잔 터라 다행히 물난리는 전혀 없었다. 벽에 설치된 방수포만이 물에 젖어 있었을 뿐이다. 마을회관 현관 앞에서 즉석카레와 냄비밥, 캔 참치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정리했다. 여행자에게 가공식품은 그야말로 필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신선한 재료를 장기간 보관할 수 없는 여름철에는 더더욱. 조촐한 식사가 후 젖은 방수포는 비닐로 둘러싸 트렁크에 넣고, 나머지 텐트와 식기 등은 젖지 않았기에 어렵지 않게 정리해 실었다. 자 이제 떠나볼까? 오늘의 첫 목적지는 미황사다. 미황사는 사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예정에 없던 코스였다. 그러나 백련사를 거치며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어제 함께 차를 나누었던 백련사.. 2013. 11. 25.
방사능 시대 급식 안전,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준치 이내라 안전하다고 홍보하며 후쿠시마 농산물을 1년간 직접 먹었던 일본의 한 아이돌 가수가 방사능 내부 피폭이 된 것으로 최근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나타난 방사능 피폭의 80~90퍼센트도 음식물을 통한 피폭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 정부의 현행 방사능 식품 안전 대처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방사능 노출에 더욱 치명적이기에, 선택권도 없는 아이들 단체 급식이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일본 8개 현 지역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그 외 지역의 수산물이나 가공식품에 대한.. 2013. 11. 18.
광우병 쇠고기 논란 5년 “최선은 다하셨나요?” 광우병 촛불 시위가 있은 지도 어느덧 5년이다. 그동안 논란과 재평가가 많았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잠잠해진 상태다. 위험을 지나치게 부풀렸다느니 혹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고작 40억분의 1이니 하는 주장들은 제쳐놓고, 단 하나의 인터뷰에 주목해 보자. 일본의 의과대학 신경생리학 교수가 국내 시사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미국은 식중독으로 연간 수백 명이 죽는데, 그것에 비하면 광우병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일본은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한 명이라도 싫다.” 재수 없는 한 명이 걸릴지 모르는 확률일지언정 굳이 감수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과연 어느 편이었나? 호주산이나 국산으로 둔갑하는 미국산 2008년 촛불 시위가 거세지고 국민들의 불안이 수그러들.. 2013. 11. 16.
[전국일주 13일차] ⑤ 해남 만안리 공포의 밤 기복이 심한 날이었다. 백련사에서 차와 점심을 대접받고 김치 등 간단한 반찬을 얻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이날 그만큼의 불운도 있었다. 시작은 대흥사 주차장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리는 대참사를 겪는 것부터다. 액정 보호커버는 살아있었지만, 정작 안에 있는 액정이 깨진 탓에 이제 찍은 사진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특유의 낙천성으로 “필름 카메라 같고 좋지 뭐”라고 푸딩에게 말했다. 슬슬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한 이유가 컸지만, 그래도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이 카메라를 액정 없이 사용했다.) 부서진 카메라와 함께 13일차 밤을 보내기 위한 정자를 찾았다. 밤에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던 탓에 정자가 더욱 절실했다. 남쪽으로 차를 내달리다 마을회관 앞에 서.. 2013. 11. 5.
[전국일주 13일차] ④ 야자수가 있는 절 대흥사 대흥사로 들어가는 울창한 숲과 천혜의 계곡은 여전히 전국에서 손꼽을만한 수려한 풍경이었다. 10년 전 당시 나와 친구들은 겨울의 추위도 잊은 채 숲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을 걸었었다. ‘겨울인데도 이렇게 멋진데 봄이나 여름은 대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덕분에 한겨울의 바람과 추위도 우리를 가로막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게 거대한 규모의 숲과 넓은 계곡,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로 만든 흔들다리를 모두 거쳤던 여행길의 묘미는 이제 학창시절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오늘은 차를 타고 이 아름다운 계곡을 지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오늘은 10년 전 두 발로 걸어 이 길을 만끽했던 나와 지금 차를 타고 도로를 달려 계곡을 관통하는 나 사이의 간극이 가장 큰 변화였다. '결.. 2013. 11. 5.
[전국일주 13일차] ③ 백련사, 다산을 찾아서2 사람의 기억이란 것이 때론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종종 느끼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유홍준 선생의 책에도 소개된 동자 석상이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산중턱에 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오르고 올라도 석상은 나오지 않았다. 모 선생은 또 얼마나 달려드는지 절로 욕이 나왔다. 빌어먹을 모기놈들!! 천천히 걸어서는 모기밥이 될 것이었기에 우리는 거의 뛰는 것에 가까운 속보로 800미터의 산길을 내달렸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땀이 뻘뻘 흘렀다.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여행의 즐거운 마음도 사라질 지경이었다. 이차저차 결국 만덕산을 다 넘고 백련사 경내가 눈에 들어왔지만 끝내 석상은 나오지 않았다. ‘뭐지? 석상이 없어졌나...’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 10. 13.
서울 한복판 죽음의 땅, 어찌할 것인가? 2016년 반환을 앞둔 서울 용산 미군기지는 1998년 기지 내 초등학교 인근 기름유출 이래 오염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밝혀진 것만 해도 십수 건에 달한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환경부에 통보한 것은 불과 단 한 건으로, 2002년 5월 발생한 캠프 코이너 기름 유출 사건뿐이다. 미군은 토양오염으로 90년대부터 지하수를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알리지 않아 담 너머 인근 주민들이 최근까지도 지하수를 마셨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15년 가까이나 이어져 온 용산 미군기지 오염문제가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무엇일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낳은 갖가지 문제부터 우리 정부의 곤혹스런 대처까지, 우리 땅 곳곳을 죽음으로 내모는 문제점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하나, 내부 오염 조사조차 불가.. 2013. 10. 6.
케이블카로 물든 나의 첫 설악산국립공원 지금이야 수학여행을 비행기 타고 외국도 간다지만, 사실 우리나라 수학여행의 메카는 단연 경주와 설악산이다. 경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겠고 설악산은 동해가 펼쳐지는 수려한 풍광과 암석지대를 보유한 으뜸 국립공원이니 이 둘은 그간 별 이견 없이 수학여행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소가 되어왔다. 그런데 정작 나는 한 번도 설악산을 가본 적이 없다. 경주는 고향과 가까워 십수 번을 갔지만, 설악산은 멀기도 할뿐더러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그 사이 설악산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바로 케이블카 문제다. 이미 설악산국립공원에는 ‘설악케이블카’가 40년 넘게 수많은 논란 속에 운행중이다. 그런데도 설악산 자락에 있는 지자체 한 곳이 케이블카를 하나 더 짓겠다고 나섰다. 양양군 서면 오색리를 하부정류장으.. 2013.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