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587 캠핑은 장비 자랑? :: 그곳에 캠핑은 없었다 잊지 못할 밤이었다. 경북 북부의 어느 인적이 드문 산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어둠 너머에서는 새소리, 벌레소리는 물론 산짐승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공포에 숨을 죽였다. 인간으로 태어나 의심 없이 품고 있던 우위감은 초라했다. 분명 그날 밤은 온전히 동물들의 것이었다. 서해의 바닷가에서 머물던 하루는 비가 왔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였다. 두어 겹의 얇은 직물인 텐트가 저 비로부터 나를 지킬 유일한 수단이었다. 늦은 밤 배수로를 파고 들어와 젖은 몸을 뉘였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텐트를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에 쉬이 잠이 들 수 없었다. 이따금 방전되는 하늘은 고스란히 나의 이부자리까지 그 미명을 전했다. 이 황홀했던 경험은 모두 작년 여름 직접 캠핑을 하며 겪었던 일이다. 201.. 2013. 8. 2. 강촌 레일바이크 타다 생애 처음으로 레일바이크를 탔다. 일전에 형제들과 여행할 때 레일바이크를 타볼자는 말에 '비싸기만 하지 별로일 것 같다'며 극구 반대하던 내가 내 발로 직접 타러 간 것이다. 경춘선이 전철로 개통됨에 따라 옛 선로는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것이 레일바이크다. 아마 전국에서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지역은 대부분 폐로에 따른 개발일 것이 분명하다. 옛 강촌역과 김유정역을 잇는 강촌 레일바이크는 양쪽에서 모두 출발 가능하다. 우리는 김유정역에서 내려 김유정 문학촌을 다녀온 후 그곳에서 레일바이크를 탔다. 김유정역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시작과 동시에 경사지고 긴 내르막 길이 있어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첫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모자가 날라갈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 다른 지역의 레일바이크를 타.. 2013. 7. 21. 정치를 보았다 환경재단 최열대표가 2013년 2월 19일 구속 수감됐다. 1심 무죄판결을 받았던 알선수재 사항이 별다른 추가 심리나 추가 증거없이 2심에서 유죄로 뒤집어 졌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작 검찰에서 돈을 줬다고 지목한 금곡산업개발측의 인사는 검사의 '빅딜'을 까발렸다. “검사님, 최열 대표에게 정치자금 줬다고 증언하면 제 재판 건하고 인허가 건 봐준다고, 빅딜하자고 했잖습니까?” 담당 검사가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해당 검사는 뇌물 수수로 구속된 상태다.) 이 일련에 사건에서 나는 정치를 보았다. 진실이나 정의는 온데간데 없는, 그저 물욕과 권리욕을 근저에 두고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정치.... 순간 구역질이 났다. 인간 존재가 싫어졌다. 그리.. 2013. 7. 21. 스티브 잡스 2013. 7. 11. 21세기, 매국노도 없고 애국자도 없다 * 먼저 앞서의 포스팅 ‘국익에 관한 단상’을 읽기를 권한다. 태국에 가서 객관적인 자료를 전달하고 온 환경단체를 매국노라 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시각을 동의할 수는 없을지언정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재미있는 부분은, 그 환경단체가 국제적인 단체인 그린피스였다면 과연 매국노라는 비난을 들었을까하는 점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국노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두 단체에 이렇게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일까? 국적이 의미 없는 시대 사실 미리 밝히지만 나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 하지만 분명 단체나 구성원들의 국적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관련해서 삼성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삼성이 애플.. 2013. 7. 10. 특별한 궁 창덕궁과 왕에게 꼭 필요했던 후원 창덕궁을 처음 방문한 것은 올해 초였다. 근처에서 십여 년을 살았지만, 그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남산타워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처음 접한 창덕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1926년 대조전에서 승하하는 날까지 기거하시던 곳인지라, 이제 까지 보아 온 그 어떤 궁과도 달랐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간 보았던 궁들은 텅 빈 곳간 같은 건물들만이 있었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도, 밥을 해먹는 공간도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에 비해 창덕궁은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현대 문물이 들어온 흔적이 보여 때론 이질적이기 까지 했다. 몇 가지 들자면 이렇다. 우선 천정에 전등이 달려 있었으며, 고급 호텔의 로비 앞에서나 볼 수.. 2013. 7. 5. 국익에 관한 단상 대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국익은 아무래도 물질적인 이익, 즉 돈으로 환산되는 모든 것들을 통칭하는 개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소극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국가라는 틀을 넘어선, 이름만 들어도 이제 촌스러운, 십수년 전에나 유행했던 용어로 ‘지구촌 시대’인 현재에는 더더욱 매우 짧은 식견에서 나오는 해석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27일 KBS 9시뉴스에서 ‘해외 수주에 고춧가루’라는 제목으로 국내의 한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수자원공사의 태국 사업 수주에 관련하여 수자원공사를 헐뜯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였다. 과연 우리는 이 보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카더라 통신 KBS 현재 국내 기득 정치권 필요로 하는 물타기 이슈라는 점은 차치하고도 이 보.. 2013. 6. 28. 밥은 먹고 다니냥?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 저는 고양이입니다. 간혹 목에 줄을 매고선 사람들과 함께 산책하는 고양이도 봤지만, 저는 그리 사람과 친한 편은 아닙니다. 저는 도시의 빌라 콘크리트 틈에서 태어났습니다. 볕은 거의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안전한 장소였습니다. 엄마는 나에게 먹이 찾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도시에는 먹을 것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주로 길에서 비닐봉지를 찾고, 그 속에서 먹을 것을 구해야 했습니다. 밥을 먹는데 종종 사람들이 엄마와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위협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번갈아 망을 보며 밥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자 겨울이 왔습니다. 뚱뚱했던 엄마는 겨울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겨울은 춥기도 하지만 먹을 것도 매우 부족했습니다. 혼자 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내 몸도 엄마처럼 뚱뚱해졌습.. 2013. 6. 24. 길고양이 탐방 강동구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문을 열었다. 급식소를 이용하는 고양이를 만나보고 싶어 무작정 강동구를 찾았다. 30도를 오르내리는 6월 중순 한낮의 뜨거운 온도 때문일까? 길고양이들은 한 마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등은 땀으로 젖어왔고 땡볕에 콧잔등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래…… 너도 이런 날씨에는 그늘에서 쉬겠지.’ 문득 생각 없이 대낮에 찾아온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첫 번째 방문은 허탕을 쳤다. 두 번째 방문은 늦은 오후를 택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동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셔터를 눌러대는 내가 수상쩍게 보였나보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경계의 눈빛으로 다가오며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하고 물었다. “고양이 사진 찍는데요…….” 경찰은 카메라가 향한 곳에 고양이가 있음을 직접.. 2013. 6. 24.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