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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20100519

by 막둥씨 2010. 5. 20.

며칠간 화면깨짐 등 안좋은 증상이 발생하더니 드디어 어제 저녁 노트북이 제대로 사망하셨다. 전원도 켜지고 액정도 들어오는듯 한데 화면이 안나오는걸 보니 그래픽쪽 불량일것 같았다. 아... 노트북은 온보드라 하나가 고장나면 메인보드 전체를 갈아야 한다고 하던데. 견적이 얼마나 나올지 후덜덜거렸다. 덕분에 오늘 있던 과제도 하나도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어쩌랴. 일단 필요한 기기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 컴퓨터로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동대문 운동장에 하나 있고 한성대와 성신여대 사이쯤에 하나 있다. 8번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와 대학로에서 환승, 한정거장 만에 한성대 도착, 그리고 조금 걸으니 서비스 센터에 다다를수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컴퓨터를 맡기고 형님께 대체 견적이 얼마까지 나오면 고치는게 낫고 얼마 이상이면 안고치고 새로 사는게 나을지 물었다. 대답은 20만원선. 그 이상이면 돈 아깝다고 한다. 삼사십분쯤 기다리니 수리 하시는 분께서 나를 불렀다. 앞에는 수리가 다 됐는지 화면이 제대로 들어오고 있는 내 컴터가 보였고 그분의 한손에서는 부품을 간 듯 보이는 메인보드 하나를 손에 쥐고 계셨다.

"여기 보이는 이 그래픽 칩셋이 고장난 겁니다. 붙어있는거라 메인보드를 통째로 갈았습니다."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이럼이룹믿푸애ㅔㅁ퍄ㅓ대ㅜ, 견적을 일단 알려주고 고칠지 말지를 물어봤어야...ㅠㅠㅠㅠㅠ' 라는 생각과 함께
"저.... 아... 네.... 그런데 얼마죠...?"
"아 수리비는 없습니다. 그냥 가져가세요^^"

순간 신천지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이유인즉 메인보드만 그리고 국내사용자에 한해 3년동안 보증서비스를 한다는 것이었다.
럭키!!! 이렇게 한가지 일은 풀렸다. 아. 하나라도 풀려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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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인간에 대한 불신을 말하자는 건가? 그래? 너는 언제 크리스천이 되었지? 하고 비웃는 사람도 간혹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반드시 종교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비웃는 사람들도 포함하여, 인간은 서로간의 불신 속에서, 여호와고 나발이고 염두에 없이 태연히 살고 있지 않습니까?
(중략)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아주 사사로운 일례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로 속이고, 그러면서도 이상하게도 상처 입는 사람도 없이,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정말로 완벽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충만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인간실격> 첫 번째 수기 中, 다자이 오사무)


"하지만, 너도 이제 적당히 계집질은 그만둬야지. 더 이상은 세상이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세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인간의 복수(複數)일까요? 어디에, 그 세상이란 것의실체가 있을까요? 하지만, 어쨌든, 강하고, 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이제까지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의 그 말을 듣고는 문득,
'세상이란, 자네가 아닐까?'
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려다가, 호리키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 싫어서, 그만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는다.'
'세상이 아니야. 당신이 용납하지 않는 거지요?'
'그런 짓을 하면, 세상으로부터 호되게 당할걸.;
'세상이 아니라, 당신이지요?'
'머지않아 세상으로부터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라, 매장하는 건, 당신이지요?' (<인간실격> 세 번째 수기 中, 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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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저녁 만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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