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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강바닥이 시궁창 같다." 4대강 현장 조사단 동행

by 막둥씨 2014. 7. 30.

지난 7월 6일 오전 11시경, 전국 각지에서 온 학계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경남 함안군 칠북면 낙동강 창녕함안보 우안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앞으로 닷새간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을 모두 아우르며 4대강사업으로 인한 하천의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4대강사업 이후 3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강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은 심심찮게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보가 완성되자 정확히 3년 연속 심각한 녹조 현상이 나타났고,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원인은 알 수 없지만 4대강사업 때문은 아닌’ 이상한 논리의 물고기 떼죽음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이름도 생소한 태형동물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증식현상이 금강을 필두로 보고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닷새 동안 4대강 현장 조사단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동행취재를 진행했다. 그 첫날인 낙동강 구간, 다소 세찬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현장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큰빗이끼벌레 파편을 들고 있는 염형철 환경연합 사무총장(우)과 이를 설명중인 공주대 정민걸 교수(좌)

10분 만에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집결 후 조사단은 창녕함안보 상류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강의 유속측정과 강바닥 토양 조사를 위해서는 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재질의 인공부유물로 만들어진 선착장에는 수자원공사 소속의 배 두 대가 정박해 있었다. 그중 하나에는 비료처럼 생긴 포대가 쌓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녹조·적조 제거용’ 살포제였다. 그제야 배에 설치된 기계가 녹조 제거제 살포기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이는 창궐하는 녹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다행히 이날은 비가 오는 탓에 녹조가 작은 알갱이 형태로만 나타날 뿐 얼마 전까지처럼 강을 뒤덮고 있진 않았다.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가 이끄는 조사팀이 유속측정과 토양 채취 장비를 준비하는 사이, 환경연합 물환경특위 김종술 위원이 강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렸다. 큰빗이끼벌레였다. 선착장에 도착한 지 불과 10여 분만의 발견이다. 금강에서 처음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증식을 발견해 세상에 알렸던 김종술 위원과 몇몇 전문가 외에는 모인 기자들도 조사단원들도 모두 큰빗이끼벌레를 처음 보는 눈치였다. 삽시간에 모두의 관심이 이 특이한 모양의 벌레에 쏟아졌다.

이끼벌레는 조류, 박테리아, 기타 유기물들을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큰빗이끼벌레는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를 감소시키므로 좋은 동물이 아닐까? 조사에 참여한 공주대 환경교육과 정민걸 교수는 기자의 질문을 일축하며 “큰빗이끼벌레도 유기물 덩어리다. 녹조도 많이 가라앉으면 썩을 때 문제가 되듯 큰빗이끼벌레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라고 답했다. 또한 “(4대강사업으로) 물이 바뀌니 사는 미생물 등도 바뀌고, 생태계 전체에 영향이 크다. 처음에는 식물성 조류인 녹조가 문제 되고, 다음에는 먹이사슬에 따라 한 단계 위의 동물(큰빗이끼벌레)이 문제 되고, 올라가다 보면 사람이 있다.”라며 앞으로도 문제는 지속될 것이며 인간에게 더 직접적인 해를 끼칠 것을 암시했다.

 

강바닥에서 채취한 저질토를 들어보이는 관동대 박창근 교수

시궁창으로 변한 강바닥

한바탕 큰빗이끼벌레 소동이 지나가고 박창근 교수팀의 배가 조사를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배에서 내린 박 교수는 큰 그릇 하나를 사람들 앞에 내려놨다. 안에는 마치 개펄에서 퍼온 듯한 새까만 흙이 가득했다. 강바닥에서 채취한 토양이었다. 그는 냄새를 맡아보라며 흙이 묻은 손을 내밀었다. 하수구 인근에서 한 번쯤 맡아봄 직한 불쾌하고 역한 냄새가 났다.

박 교수는 강의 유속이 초속 6~14센티미터 정도로 측정됐다면서 “보가 없다면 초속 60~70센티미터가 나와야 할 유속이 8~10배 정도 정체되어 이런 오염물질들이 강바닥에 쌓이게 되는 것”이라 밝히며 “마치 시궁창 같다.”라고 표현했다. 조사 결과를 본 환경연합 염형철 사무총장도 “원래는 모래가 있던 강”이라며 토질 변화를 염려했다. 한편, 주위를 둘러보던 기자는 선착장 주위 물속에서 뽀글뽀글 방울이 올라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정민걸 교수는 “강바닥에 뻘층이 쌓이면서 썩어 기포가 올라오는 것”이라 귀띔했다.

날이 저물 때까지 합천보, 달성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유속측정과 저질토 조사가 진행됐다. 결과는 모두 첫 조사를 했던 창녕함안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강바닥에선 어김없이 냄새나는 저질토가 올라왔다.

 

강 유속을 측정중인 박창근 교수팀

대구 사문진교 아래에 죽어 있는 물고기

영남의 젖줄이 썩는다

이튿날 조사단은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로 집결했다.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박창근 교수팀이 배를 이용해 조사하는 사이 남은 이들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느 보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중 물속에 설치된 스크류 장치가 모두의 눈을 사로잡았다. 부산환경연합 민은주 국장이 물속으로 들어가 라벨을 살펴보더니 “수중믹서”라고 소리쳤다.

수중믹서가 설치된 곳은 죽곡취수장 바로 앞이었고 가까이에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식수원을 책임지는 매곡취수장이 있었다.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은 “보를 만들고 나자 취수장에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니, 전기로 인공적인 물의 흐름을 만들어 녹조가 흩어지게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수자원공사가 3년간 창궐하는 녹조에 내놓은 미봉지책이었다.

강정고령보 상단 4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사문진교로 이동했다. 강가에 발을 내딛자마자 악취가 진동했지만, 강은 흐르지 않아 고요했다. 물에 떠 있는 나무토막이 정지해 있다가 강의 흐름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정체현상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내 큰빗이끼벌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팔뚝만 한 물고기가 죽어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 앞으로는 ‘하천오염 및 악취발생으로 낚시행위를 금지합니다.’라는 비교적 최근에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현수막이 있었다. 낚시를 하면 하천오염 및 악취발생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도였겠지만, 악취에 얼굴 찡그린 기자의 눈에는 오히려 악취가 심해 낚시를 할 수 없다는 말로 보였다.

이렇게 낙동강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이틀간 많은 지역 주민과 4대강 자전거 길 여행자들이 조사단을 스쳐 갔다. 그러나 그들은 조사단을 힐끗거릴 뿐 조사단이 무엇을 하는지, 또 강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느 한 사람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 사이 1000만 영남인의 젖줄 낙동강은 서서히 썩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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