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접흡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짐에 따라 많은 관련법의 개정 및 제정이 따랐다. 이제 공원, 학교, 버스정류장 내 금연은 당연하고 150제곱미터 이상 대규모 음식점까지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흡연에 이어 폐암을 일으키는 두 번째 주요 원인인 라돈(Radon)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있을까?
침묵의 살인자 라돈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어느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그 중 의료행위에서 노출되는 부분을 빼면 85퍼센트는 자연방사선에 의한 것인데, 이 자연방사선의 절반이 라돈에 의한 노출이다. 폐암 유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은 무색·무미·무취의 기체로 사실 지구 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문제는 농도가 짙어진 실내의 라돈.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폐암 발생의 3~14퍼센트가 라돈에 의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또 미국 환경청(EPA)의 자료를 보면 미국인의 연간 폐암 사망자의 10퍼센트 이상인 약 2만여 명 정도가 라돈에 의한 것이며, 이는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자 수보다 더 많다고 한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라돈이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환경청은 라돈을 발암물질로 분류, 실내공기 중의 라돈농도를 관리토록 권고하고 있다. 라돈을 흡입하면 흡입된 라돈이 몸속에서 방사선을 방출해 폐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라돈 지도를 작성하고 홍보물을 만드는 등 라돈의 위험성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라돈의 위험성을 흡연의 위험성만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집은 안전할까?
실내 라돈의 85~97퍼센트는 건축물의 틈을 통해 토양으로부터 유입된 것이다. 이 때문에 건물 바닥이나 벽에 틈새가 많거나 건축연도가 오래돼 균열이 많이 발생한 건물은 라돈 농도가 짙기 쉽다. 반면 건물의 밀폐도가 높아도 환기가 부족한 건물 역시 라돈의 농도가 짙다. 그리고 대부분 토양으로부터 유입되는 라돈의 특성상 지층이나 1층 등 토양에 가까운 아파트 저층, 단독주택 등이 더 위험하다.
라돈이 유입되는 경로 출처 환경부
지난 1월 24일 국립환경과학원이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전국 7885가구의 실내 라돈 농도를 측정한 결과 1752곳에서 라돈 농도가 권고기준(세제곱미터당 148베크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다섯 가구당 한 집꼴로 라돈 농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강원도와 전북의 경우 무려 40퍼센트 이상이 권고기준을 초과하고 있었고 그 뒤로 대전, 충남, 충북이 약 30퍼센트 정도의 초과율을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운영하는 생활환경정보센터(www.iaqinfo.org)를 방문, 우리 지역 라돈 지도를 확인해 보자. 당신의 집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이내 깨달을 것이다.
서울시 라돈 지도
라돈을 피하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상생활에서 라돈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까? 먼저 토양 중 라돈농도가 짙은 지역은 건축물을 지을 때 건물 하부에 차단막을 깔면 라돈의 유입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처음부터 라돈 배출관을 설치할 수도 있다. 토양으로부터 유입되는 라돈이 집안을 거치지 않고 배출관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게 설계함으로써 효과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라돈의 실내유입을 고려하지 않고 지은 건물들은 실내 라돈 농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보강재를 이용해 갈라진 벽 등의 틈새를 막아 라돈의 유입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실내 라돈을 외부로 방출해주면 라돈의 위험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 특히 냉난방으로 환기를 꺼리는 겨울철과 여름철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임에도 무색·무미·무취의 특성상 인지하기 어려운 ‘침묵의 살인자’ 라돈 가스. 오늘부터는 창문을 열어 작별을 고하자. 작은 실천이 가족의 건강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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