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86 [전국일주 8일차] ④ 보령 성주사지의 허망함과 놀라움 네비게이션이 말썽을 부린 것인지 아님 사용자가 말썽을 부린 것인지. 성주사지를 향해 달려온 우리는 정작 엉뚱한 곳에 도착했다. 네비게이션은 아무것도 없는, 안개만이 자욱한 산 중턱에 우리를 데려다 놓은 채 이곳이 목적지라고 소리쳤다. 나는 잠시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차에서 내려 바깥 공기를 한번 들이마신 후 다시 성주사지를 검색했다. 다행이 몇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흔히 보령이라면 대부분 보령 머드축제를 떠올릴 것이다. 그 외에 이 고장에 무엇이 있냐고 하면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나 또한 그랬다. 성주사지를 향하면서도 이 절터가 어느 지방에 속해있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래서 이런 다소의 무지를 조금이나마 채워 볼 요량으로 보령시청 홈페이지를 찾았다. 그런데 문화유적은 생각보다 많.. 2012. 9. 24. [전국일주 8일차] ③ 간월암, 동자승을 만나다. 간월암은 처음부터 계획에 있던 방문지는 아니었다. 해미읍성을 나온 우리는 보령에 있는 성주사지로 바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간은 아직도 아침인지라 너무 일렀고, 성주사지까지는 60km가 넘는 거리로 마냥 달리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불과 어제만 해도 200km가 넘는 장거리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여행도 무려 8일차나 되었지만 바다 한 번 보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서해 바다가 코앞인데 다시 육지로만 파고든다는 여행자의 도리도 아닌듯 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간월암이다. 우리가 서산에서 출발했다면 649번 지방도를 타고 부석면을 지나 간월암을 본 뒤 서산A지구방조제를 건너갔을 것이다. 그런데 출발지가 해미였던 탔에 홍성군으로 내려가 방조제를 건너 간월암을 본 뒤 다시 방조제를 건너올 수 밖에.. 2012. 9. 23. 자전거 산책 운동이 필요했다. 환절기 때 마다 편도선에 감기로 고생하는 편인데, 유산소 운동으로 폐기능을 향상시켜야 환절기를 덜 탄다고 한다. 달리기를 해 볼까 잠깐 생각했지만 너무 힘든데다가 재미도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달리기는 포기,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우리집 자전거는 비록 기어도 없고 앞에는 바구니가 달려있지만, 동네길에선 타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경품으로 받은 것이니 마음은 더 가벼우리라. 그런데 막상 페달을 밟기 시작하니 도무지 어느 정도를 달려야 하는지 감이 안왔다. 큰 도로인 아스팔트 길은 안전상의 이유로 나가고 싶지 않았기에 루트의 제한이 있었다. 일단 가장 긴 직선 길인 하천 제방길을 달렸다. 비포장이라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았던 서쪽 제방이 몇달 전 포장되어 자전거로 달리기 좋아진 덕분이다. .. 2012. 9. 22. 동부콩을 심다 내 방 서랍을 정리하던 중 한줌의 콩이 든 주머니를 발견했다. 지난 초여름 커피콩을 싹 틔우려다 실패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커피콩이 든 주머니를 잃어버렸는데 나는 이 주머니가 그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부모님께 여쭤보니 이건 커피가 아니라 동부콩이라는 식물이었다. 작년 집 뒤에 동부콩을 조금 키웠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겨우 수확한 것이 한줌이었던 것이다. 6개를 싹틔워 화분 세 개에 두 개씩 나눠 심었다. 겨울동안 실내에서 녹색 식물들을 키워 볼 요량으로 싹을 틔워 본 것인데, 예상 외로 무럭무럭 자라 화분에 옮겨심지 않을 수 없었다. 동부는 콩의 일종이므로 줄기가 쭉쭉 뻗어 올라갈 것이다. 내 방이 온통 콩덩쿨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적당히 키워야 겠다. 옛날에는 동부콩을 밥에도.. 2012. 9. 21. 익어가는 벼 가을이 오고 벼가 익어간다. 하지만 연이은 태풍이 3개나 지나가자 여기저기 쓰려진 벼들이 생겼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태풍이 오기 전 논에 물을 채워놓는다. 벼가 물에 잠기면 그만큼 지지하는 힘이 생겨 덜 쓰러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태풍의 거센 바람은 피해갈 수 없었다. 쓰러진 벼는 일으켜 세워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벼에서 싹이 나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또한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할 때 기계에도 좋지 않다. 산촌인 우리동네는 논농사를 많이 짓지 않기 때문에 덜한 편이다. 곡창지대인 평야에서는 이렇게 태풍으로 벼가 쓰러지면 군대의 대민지원등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쓰려진 벼를 전부 일으켜세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집은 언제부터인가 먹을 만큼의 벼농사만 짓고 있다.. 2012. 9. 21. 성의식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를 따르는가? 그 이중성에 대해 '호주 갔다 온 여자, 필리핀 갔다온 남자와는 결혼 안한다'는 세간의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로, 필리핀으로 여행가는 많은 한국 남성들이 성매매를 경험한다는 사실과 호주에 다녀 온 많은 여성이 남성과 장기간 동거를 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 말로 해석된다. 특히 호주의 경우 내가 저 우스갯소리를 접한지 얼마되지 않아 많은 '전문'여성들이 성매매를 위해 호주로 떠난다는 기사가 보도 되었다. 때문에 이제는 다른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할수도 있다. 그러나 본래의 의미는 '동거'에 있다. 나는 둘 중 호주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필리핀에 대해서는 비록 들은 바는 있으나 현지에서 본 것은 아니기에 일단 뒤로 한 채. 1995년 7월 호주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한 이래 수많은 국내 청년들이.. 2012. 9. 14. 무연휘발유와 클레어 패터슨 Clair Patterson 당신은 무연휘발유의 '무연'이 무슨 뜻인지 아는가? 어릴적 나는 무연휘발유는 연기가 나지 않는(無煙) 휘발유로 생각했었다. 실제 집에서 사용하던 고물 디젤엔진트럭은 연기가 풀풀 나는 것에 비해, 무연휘발유를 연소하는 세단 승용차들은 연기가 거의 나지 않았으며 엔진 소리도 조용했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무연은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뜻의 무연(無煙)이 아니라 납이 첨가되지 않았다는 무연(無鉛)이란 의미였다. 그렇다면 유연(有鉛)휘발유도 있을터인데, 과연 납의 함유에 따른 차이는 무엇일까? 1923년 2월 1일부터 판매된 유연휘발유의 대표적인 상품이 TEL(테트라에틸납)을 첨가한 에틸사(社)의 유연휘발유였다. 납을 첨가함에 따라 옥탄가를 높임으로써 경제면에서는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었.. 2012. 9. 12. 반찬장사 트럭 "굵고 싱싱한 계란이 왔습니다.... 칼치 고등어 물명태 오징어 꽁치.. 포도 바나나 감자 당근 파 오뎅 칼국수 만두 떡국 떡볶이 맛살 김 소시지... 청국장 간장 물엿 엿질금 당면 화장지 퐁퐁 밀가루 다시마 미역 무 배추 정구지 버섯.. 호박 생강 액젓.. 콩나물 두부가 왔습니다." 갖은 부식을 실은 포터트럭이 동네 골목으로 진입한다. 십수년 전 부터 들어오던 똑같은 멘트. 아무래도 같은 아주머니가 꽤나 오랫동안 장사를 하신 것 같았다. 시골에서 흔히 '반찬장사'라 부르는 부식판매트럭은 확성기를 믿자면 없는게 없을 정도다. 직접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대부분을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지자체의 지원으로 버스비가 거리에 상관없이 1000원으로 통일되었지만, 예전에는 읍내까지 가려면 5000원 가까이 들었었.. 2012. 9. 7. 호주 쉐어룸의 밤 처음 낯선 이국땅에 도착하면 대부분 백팩커스에 짐을 푼다. 하지만 이내 쉐어룸이라고 하는 주거형태를 이용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워홀러(워킹홀리데이를 온 여행자)들은 가난하기 때문이다. 백팩커스 보다 가격인 싼 쉐어룸은, 일반 가정집의 방을 몇명이서 공유하는 방식이다. 주로 크기에 따라 2~3명이 한 개의 방을 공유(쉐어룸)하는데, 때에 따라 거실에서도 사람이 살기도 하며 극악한 상황에서는 베란다에서도 잔다는 소문도 들은 바 있다. 어쨋든 보웬이라는 토마토가 유명한 농장지대에서 오래 머물렀다. 역시나 나도 쉐어룸을 이용했고 방이 아닌 거실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살았다. 방은 총 3개였고 6명이 나눠살고 있었으니 이 집엔 총 9명정도가 살고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사건은 모두가 잠든 어느날 밤중에 일어났다. .. 2012. 9. 5.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