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행/전국일주 캠핑

[전국일주 8일차] ⑤ 국립 부여박물관

자루가 부러진 칼로만 알았던 청동기 시대의 유물. 실제는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반달돌칼, 가락바퀴 등 의 사용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부여로 방향을 잡은 우리는 보령 성주사지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얼마 가지 않아 개화초등학교가 나왔는데, 학교 앞에 과속단속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운전자라면 알듯 학교앞은 시속 30km 아래로 서행해야 한다. 따라서 이 과속단속용 카메라도 시속 30km에 맞춰져 있었다. 경력이 오래되는건 아니지만 운전대를 잡은 이래 처음 보는 카메라였다. 시속 30km를 단속하는 카메라라니! 나는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이 장치가 마음에 들었다. 학교 앞에서는 서행해야 한다지만 정작 이 규정속도가 지켜지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학교 앞 마다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렇게 도착한 국립 부여박물관. 주차장에 들어서며 꽤 기분 좋은 것을 발견했다. 바로 경차 전용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경차는 일반 소형차가 주차에 필요한 공간보다 폭과 길이가 좁아 더 많은 차를 주차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주차선이 좁고 더 촘촘했다. 주차가능한 차량 수도 늘리고 또 경차도 장려되는 작지만 훌륭한 정책이었다. 여행을 하며 경차 혜택을 많이 봤다. 주차료가 일반 중소형차에 비해 반 또는 그 이하였기 때문이다. 유가가 높다며 모두들 불평하지만 그에 비해 아직 경차 이용률은 낮다는 것이 개인적인 입장이다.

 

부여박물관은 별도의 기한을 공지하기 전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나에게 이곳은 작년 여름, 생에 처음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가 본 이래 두 번째로 가보는 국립 박물관이었다. 국립 중앙박물관의 경우 규모가 어찌나 크던지, 선사시대부터 시작한 상설전시관 관람이 중세로도 넘어가지 못했었다. 훗날 다시 방문해 연이어 보기로 다짐했는데 그 기회가 찾아오지는 않았던 것이다. 

 

처음 이렇게 큰 박물관을 관람해 본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큰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국사 교과서를 열심히 들여다 봤을수록. 나 또한 엄청난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인즉 수많은 유물들이 책 속 한 장의 사진을 보며 나름대로 상상했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빗살무늬 토기가 그랬다. 사진에서는 양 손 안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어마하게 컸던 것이다. 이렇게 그 크기에 대해 오해했던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이곳 국립 부여박물관에서 나는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사진이나 이름만 봐서는 도무지 용도를 알 수 없던 것들이 박물관에서는 알 수 있었다. 암기식 교육을 폐해라 할지 지방 사는 이들의 서러움이라 할지. 실제로 수도권에 쭉 살았던 푸딩은 중고등학생 시절 박물관 답사를 몇번인가 했었고, 내가 지금에서야 안 사실들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TV프로그램 <황금어장>에 나와서 한 말이 있다. 해외 유수 박물관의 경우 사진촬영이 플래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충분히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무턱대고 금지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나도 공감하는 바였다. 어릴 적 경주 천마총으로 소풍을 다녀온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대체 왜 플래쉬를 사용하지 않는 촬영을 불허하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실제 2006년 경향신문의 한 기사[각주:1]에는 재미있는 문제도 제시되었다.

 

문제 하나. 다음 중 전시품에 대해 사진촬영을 가장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곳은?
①파리 루브르 박물관 ②런던 대영 박물관 ③로마 바티칸 미술관 ④경남 고성 공룡박물관

 

모두가 설마하면서도 생각했듯 답은 4번이었다(확인 결과 현재는 경남 고성 공룡박물관도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곳 부여박물관은 플래쉬와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촬영이 가능했다. 마치 몇달전 뉴스에서 '시민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것과 달리 영화관에 외부 음식물 반입 가능' 소식을 접했을 때와 진배없는 충격이었다. 그래서 관람을 하며 기록에 남기고 싶은 것은 몇몇개 촬영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워낙 몸에 베어있는 고질적인 습관인지라 자꾸 눈치가 보이고 죄를 짓는 것 같았다. 급기야 직원에게 "플래쉬를 쓰지 않는다면 사진 촬영해도 되는거죠?" 라고 재확인까지 했다.

 

직접 찍은 백제금동대향로. 출판물이나 웹상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에 비해 아마추어 적이지만, 직접 찍었기에 애착이 간다.

사실 박물관 내부는 어둡기 때문에 일반인의 사진촬영은 쉽지 않다. 때문에 촬영불허를 주장하는 측의 저작권 2차 도용 문제도 해결이 된다. 그에 반해 일반인들의 사진촬영을 허용함에따라 우리는 좀더 유물을 공부하고 또 직접 본 경험을 떠올리기 쉬워지며 나처럼 이런 사실들을 다른 사람과 나눌 때에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여러모로 좋지 아니할 수 없다.

 

 

부여박물관 전시물의 최고봉은 역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라 할 수 있겠다. 앞에는 의자도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앉아 오랫동안 감상하기에 좋았다.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백제금동대향로를 보았는데 아마 이곳 부여박물관에 있는 것이 진품이것 같았다. 

 

사실 딱히 진품가품 여부를 떠나 나는 부여박물관의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전시되어 있는 구조에서부터 차이를 보이지만 무엇보다 문화재는 원래의 자리가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똑같은 박물관 건물의 내부지만, 이곳 부여박물관은 여기에 오기까지 둘러본 다른 유적들과 그 고장의 분위기 그리고 역사적 배경까지 한데 어우러져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진품이 서울이 아닌 이곳에 보관되는 이유 중 하나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1. 경향신문 기사. http://durl.me/xn7bp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