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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419

택시 기사가 뭐 어때서? 어깨 펴고 살 일! 택시 기사에는 두 부류가 있다. 손님과 수다를 즐기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물론 손님도 이렇게 두 부류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한 달 전 밤늦게 택시를 탔다. 공교롭게도 내가 탄 택시 기사분은 전자였다. 늘 후자의 부류만을 만나서 그런지 어색했다. 택시 기사는 대뜸 내게 “사람은 너무 정직하게 살아서도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고 궁금해 할 틈도 없이 자기의 살아온 인생을 털어놓으신다. 마치 미드 의 시즌1 에피소드1의 첫 장면 같은 상황이다. 드라마는 훗날 나이가 든 주인공 테드가 자식들에게 그들의 엄마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인데, 첫 장면에서 주인공 테드가 아들과 딸에게 “너희 엄마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마.”라고 하자 아이가 대답한다. “저희가 뭐 잘못했나요?” 내 기분도 그와.. 2014. 3. 6.
떨어지고 해진 속옷을 버리며 속옷이 가관이다. 너덜너덜한 건 기본이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다. 이 상태가 된지도 벌써 오래되었지만 지금까지 견뎌왔다. 평소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한 수도승의 책이다. 은 향적 스님의 프랑스 카톨릭 수도원의 체험기다. 스님과 카톨릭 수도원이라니. 꽤나 흥미진진한 조합이 아닌가? 그렇다고 거부감 들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면 카톨릭과 불교는 개신교와 달리 타 종교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군대 있을 적 주말 종교 참석 시간에 나는 절에 다니다가 성당으로 갈아탄 적이 있었다. 나의 군 동기는 교회(개신교)에서 성당으로 갈아탄 친구였다. 종교의 역사나 맥락을 보자면 내가 더욱 몰매 맞을 변절자(?)였지만, 성당 .. 2014. 3. 6.
“해양투기 중단” 약속 깬 기업들 2014년은 결국 해양투기 오명의 해로 남게 됐다. 정부는 애당초 예정되어있던 2014년 해양투기 전면금지를 포기하고, 기업들이 올해도 계속 바다에 폐기물을 버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런던협약·의정서 가입국 중 우리나라가 산업폐기물을 바다에 버려 오염시키는 유일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야 한다”던 정부가 결국 자처해서 불명예를 떠안은 것이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올해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바다에 폐기물을 내다버리는 국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기만이 도를 넘었다. 해양투기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대국민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국민 기만한 기업들 지난해 환경연합 바다위원회는 정부가 2014년 해양투기 전면중단 유예 움직임을 보이자 해양투기 중단을 촉구하는 각종 활동과 함.. 2014. 3. 4.
낭비하는 물, 이제 기부하실래요? 워터팜의 제안! 전 세계를 통틀어 사람이 죽는 이유 1위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각종 암도 아니고, 잔혹한 살상이 벌어지는 전쟁도 아니다. 연간 5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가는 그것, 바로 오염된 물이다. 그런데 아직도 10억 명의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 있다. 그중 5세 미만 어린이가 1억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많은 국제 구호단체들이 생겼고, 그간 세계 각지에서 우물을 파 왔다. 그런데 여기 조금은 색다른 우물을 파려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로 지구 반대편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려는 소셜벤처 워터팜(Water Farm)의 대표 박찬웅 씨(31세)다. 그의 콘셉트는 단순하며 명쾌하다.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는 물을.. 2014. 3. 4.
안녕 UFO, 나는 유에프오를 볼 수 있을까? 시작은 최근의 한 기사에서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평구 박사 연구팀이 2007년부터 2년간 45차례에 걸쳐 대전에서 채취한 초미세먼지(지름 2.5㎛ 이하 대기먼지)를 분석해 중금속 원소들의 화학적 함량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평구 박사? 평구....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약간은 촌스러운 이름. 아, 어디서 들었더라? 곧 나는 어렵지 않게 영화 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극 중 박상현(배우 김범수)은 여주인공인 최경우(고 이은주)가 이름을 묻자 머뭇거리다 주위의 ‘은평구’라는 글귀를 보고 자신의 이름을 평구라 말한다. 박평구. 여주인공 최경우는 이름이 부끄러워서 그랬냐고 괜찮다고 다독인다. 이 영화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여성과 연애에는 숙맥인 버스 운전기사 청년이 마음을 열고 .. 2014. 2. 26.
시계 선물 이른바 손석희 시계라 불리는 카시오 시계를 선물 받았다. 고급스런 은색 메탈바디에 방수기능, 스톱워치, 알람 그리고 전자식 백라이트까지 겸비한 첨단 디지털 시계! 시계 브랜드로 유명한 카시오의 야심작!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자랑스레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모두 한결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거 우리 (할)아버지가 쓰시던 것 같은데……” 아! 이것은 스테디셀러의 방증이리라? (고마워요. 잘 쓰겠습니다. 이제 시계에 어울리는 옷을 사 주세요.) 2014. 2. 16.
아이 간식 책임지는 엄마들이 떴다! “엄마, 집에 밥 있어? 밥 먹고 가야돼?” 해가 일찍 저문 어느 겨울날 저녁,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 있는 한 카페로 중학생 남자아이가 들어온다.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있다. 집에 밥이 없었는지 아니면 엄마가 바쁜 탓인지 아이는 음식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돈은 내지 않았다. 대신 점원이 내민 장부에 무언가를 끄적인다. 외상이라도 하는 걸까? 게다가 대개 부모란 아이가 믿을 수 있는 집밥을 먹길 원하는데 전화기 너머 어머니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색적인 풍경의 이곳, 마을기업으로 설립된 친환경 간식 카페 ‘바오밥나무’다. 엄마의 마음에서 탄생 바오밥나무는 아이들에게 조미료와 첨가물이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엄마들이 직접 만든 카페다. 음료도 팔지만 무엇보다 .. 2014. 2. 5.
자동차가 길을 지배한다! 길 위의 민주주의 몇 년 전 어느 외국에서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차가 오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려 했다. 그런데 가까이 달려오던 자동차가 먼저 멈춰서는 게 아닌가? 당황하고 미안한 마음에 뛰다시피 길을 건넜다. 차가 사람을 기다려 주다니! 감히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간 언제나 ‘차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됐다. 이후 귀국을 하자 나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길을 못 찾거나 방향을 분간 못 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길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길 자체를 잃었을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시작한다. 길을 지배하는 자동차 “차 조심해야지!” 부모라면 누구나 길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다.. 2014. 2. 4.
신비의 소나무에서 불운을 기다리며 우리 동네 근처에는 ‘신비의 소나무’가 있다. 물론 나무 자체도 바위 돌을 움켜쥐며 뿌리를 내린 모양세가 자못 신비함을 자아내지만, 이 나무가 유명해 진 데에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예전 인근 마을의 어느 집 어머니가 자식들이 잘 되길 바라며 날마다 이 나무에 기도를 드렸는데, 신기하게 자식들이 모두 하나같이 판검사 등이 되거나 어려운 고시를 패스했다는 전설 아닌 사실이 그것이다. 그 후 이 소나무는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알려지며 지역의 명물이 되었다. 설 연휴 내내 집안에만 있던 터라 연휴 셋째 날 바람도 쐴 겸 드라이브를 했다. 어차피 동네길이라 나는 잘 때 입는 편안한 옷에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이곳저곳 가보다가 신비의 소나무까지 당도했다. 개인 적으로는 두 번째 방문이었다. .. 2014.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