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421 비오는 한 주를 보내고 지난 주 내내 저녁이면 비가 내렸다. 한번은 낮에 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미친 듯 폭우가 쏟아졌다. 때마침 점심밥을 먹으러 나가던 참인데, 15미터 앞 식당까지 가는데 바지가 홀랑 다 젖을 정도였다. 물론 우산은 쓰고 있었다. 이날은 사무실 안에 있자니 천둥번개와 함께 또다시 억수가 쏟아진다. 마당의 물 빠짐 속도가 하늘이 빗물을 쏟아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이내 작은 웅덩이가 된다. 한옥 지붕 테두리에 설치된 기울어진 물 받침에서는 폭포수가 떨어졌다. 거 참 시원하다!며칠 전 마당 한 켠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우측 상단에 보이는 타일로 둘러진 가로로 긴 부분이 그것이다. 본디 잡다한 물건들이나 장독 따위를 올려놓을 수 있는, 마당의 콘크리트 선반이었는데, 콘크리트 부분을 깨 들어내고 흙을 .. 2014. 6. 26. 아파트 층간소음, 이웃은 철천지원수인가? 언젠가 술자리에서 직장 선배들이 언쟁을 한 적이 있다. 도마에 오른 주제는 다름 아닌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였다. 중재를 위한 나의 갖가지 노력은 전혀 소용이 없었고, 끝내 둘의 입장 차는 좁아지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도, 그렇다고 같은 동네에 사는 것도 아닌 이들이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두 선배의 아파트 생활 그날 언쟁을 했던 선배 중 ㄱ선배는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다. 그런데 위층 가정에 아이들이 있었다. 주말에 늦잠을 잘라치면 쿵쾅거리는 소리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 키우는 집이니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에 참았지만, 소음은 점점 더 심해졌고 결국 관리실에 연락했다. 그런데 인터폰이 꺼져 있어 위층에 연락이 안 된단다. 어쩔 수 없이 위층을 방문했다. 아이.. 2014. 6. 20.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 1년,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름을 예고하는 볕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5월 중순의 어느 오후. 서울시 강동구 성내2동 주민센터 앞 승용차 아래에 길고양이가 숨어있다. 얼마 후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자 길고양이는 어슬렁대며 나와 시민들이 마련해 놓은 물을 마시고 밥을 먹었다. 경계를 완전히 풀진 않았지만 해코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동구의 50만 구민과 함께 살고 있는 길고양이 2000여 마리는 이렇게 주민센터를 이용한다. 지난해 5월 시작한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이 만 1년을 맞았다. 만화가 강풀의 제안과 기부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한 사업은 단기간에 훌륭한 성과를 냈다. 사업 이후 길고양이로 인한 부정적인 민원은 크게 줄었고, 길고양이를 잡아 중성화 후 방사하는 TNR사업의 성과는 두 배나 늘었다. 시.. 2014. 6. 20. 식품 방사능&의료 방사선, 우리는 안전할까?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발족 1주년을 맞아 그간의 활동을 공유했다. 먼저 지난 4월 14일에는 시민의 모금으로 마련한 방사능핵종분석기를 통한 식품 방사능 분석 결과를 공개했고, 이틀 뒤인 16일에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들의 의료 방사선 피폭 문제를 지적했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고 싶은 시민의 바람으로 운영되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활동 보고와 문제 제기를 간략하게나마 공유한다. 식품방사능 분야 버섯 제외하면 수산물에서 검출 빈도 가장 높아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10개월 동안 총 545개의 시료를 분석했고 그중 36개 시료에서 세슘이 검출되어 평균 검출률은 6.6퍼센트로 나타났다. 분석된 핵종은 모두 세슘137이었으며 검출 농도는 대부분 1베크렐/kg 미만이었으나 일본산 녹차에서는 4.. 2014. 5. 12. 용감한 다큐멘터리 핵 마피아를 쫓다 불과 반세기를 조금 넘는 핵발전의 역사에서 인류는 무려 세 번의 대형 핵 사고를 일으켰다. 1979년 미국의 쓰리마일 사고,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 그리고 최근 2011년의 일본 후쿠시마 사고다. 전 세계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던 핵산업계의 주장이 무색하게 일어난 대형 사고는 인류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체르노빌은 여전히 접근이 금지된 버려진 땅으로 남아 있고, 후쿠시마는 3년 전의 폭발이 아직 수습조차 되지 못한 채 오늘도 방사능 오염수를 하루 수백 톤씩 내뿜고 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무감한 사람이라도 핵의 위험에 대한 교훈을 얻을 법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핵은 여전히 증식을 거듭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중인 핵발전소는 총 2.. 2014. 5. 12. 풀뿌리 민주주의 :: 지방선거에 대처하는 과천 여성들의 특별한 방법 언제 어디서 누구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사실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게다가 몸집이 거대한 현대사회에서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이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간접 민주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어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조금씩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나를 대변할, 진정 내가 뽑은 후보인가? 아니면 단지 특정 정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뽑은 후보인가? 여기 이런 의문을 넘어 몸소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들이 있다. 기존 정치인도 정당인도 아닌, 평소 지역 발전과 시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노력하던 ‘아줌마’들이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초순의 아침, 그들을 만나러 과천을 찾았다. 생활인이 하는 정치 과천역에서 안내를 받아 한 아.. 2014. 4. 27. 세월호 참사 속 노란 리본 물결을 보며.. 단상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노란 리본을 올리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피해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의미다. 그러나 카카오톡 주소록이 점점 노란 물결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오히려 씁쓸한 미소가 흘러 나왔다. 사람이 사람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희망을 염원하는 모습에 냉소적인 태도는 또 무엇인가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근간을 파고드는 물음이다. "우리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 허공에 질문을 던져본다. 노란 리본을 달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반적인 산업계 규제 완화의 하나로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동안, 그래서 청해진해운이 18년 된 낡은 선박을 구매하여 무리한 선박 증축을 하는 동안,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대대적인 규제완.. 2014. 4. 25. 공유경제│자동차부터 지식까지, 이제 공유하실래요? 몇 년 사이 각종 매체를 통틀어 공유경제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 이웃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을 터다. 혹은 ‘공유경제가 좋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 같은 의문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본디 모든 처음은 낯설기 마련 아니겠는가? 사실 고백하건대 나도 말로만 듣던 공유경제였다. 그래서 모두를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직접 나섰다. 다행히 필요한 부분에 만족스런 서비스가 존재했다. 특히,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2년 ‘공유도시(Share City) 서울’ 선언 이후 주거 공간 공유, 도서 공유, 공구와 기술 공유 등 각종 공유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험적인 단계의 서비스도 있지만 몇몇은 이미 안정적인 수준에 올랐다. 과연 함께 쓰고 나누어 쓴다는 건 어떤.. 2014. 4. 2. "生의 기록" 후쿠시마 3주기 탈핵 문화제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지 만 3년. 많은 사람들이 그 날의 악몽을 서서히 잊기 시작했다. 일본산 수산물은 지금도 수입되어 어디론가 소비되고 있고, 일본은 다시 핵발전소를 가동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누군가 말하길,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후쿠시마의 재앙은 분명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금도 매일 수백 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만들어지고 바다로 지하수로 흘러들고 있다. 녹아내린 노심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며 나아가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핵사고가 스쳐 간 땅은 죽음으로 변했다. 일본의 한 연구소는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제거 비용이 후쿠시마 현만 한화로 최대 5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10킬로미터나 .. 2014. 4. 2.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