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발족 1주년을 맞아 그간의 활동을 공유했다. 먼저 지난 4월 14일에는 시민의 모금으로 마련한 방사능핵종분석기를 통한 식품 방사능 분석 결과를 공개했고, 이틀 뒤인 16일에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들의 의료 방사선 피폭 문제를 지적했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고 싶은 시민의 바람으로 운영되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활동 보고와 문제 제기를 간략하게나마 공유한다.
식품방사능 분야
버섯 제외하면 수산물에서 검출 빈도 가장 높아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10개월 동안 총 545개의 시료를 분석했고 그중 36개 시료에서 세슘이 검출되어 평균 검출률은 6.6퍼센트로 나타났다. 분석된 핵종은 모두 세슘137이었으며 검출 농도는 대부분 1베크렐/kg 미만이었으나 일본산 녹차에서는 4.90베크렐/kg이 검출되기도 했다.
종류별로 보면 농산물의 13.2퍼센트에서 세슘이 검출됐으며, 수산물 6.6퍼센트, 가공식품 4.5퍼센트 그리고 공산품의 2.9퍼센트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농산물이 가장 높게 나온 이유는 방사능 흡수율이 높은 버섯 때문이었으며, 버섯을 제외하면 농산물에서는 단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원산지 세탁 없다면 국내산이 안전
원산지별로는 국내산의 6.3퍼센트에서 세슘이 검출됐으며, 러시아산은 20.6퍼센트, 일본산은 4.3퍼센트의 검출률을 보여주었다. 국내산이 비교적 높은데, 원산지가 국내산이 확실한 생협 시료의 경우는 3.9퍼센트의 검출률을 나타내어 원산지를 확신할 수 없는 일반 국내산의 검출률 10.6퍼센트와 무려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이는 원산지 세탁을 짐작게 하는 부분으로 일본산에 비해 러시아산의 검출률이 월등히 높은 이유도 비슷한 원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실제 국내산임을 확신할 수 있는 생협 수산물과 수입산 및 원산지 미표기 수산물의 세슘 검출률은 각각 1.7퍼센트와 13.5퍼센트로 8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원산지를 확신할 수만 있다면 국내산이 더 안전하다는 결과다.
주의해야 할 식품은
앞서 말한 대로 방사능 흡수율이 높아 방사능 지표식물로 쓰이는 버섯이 검출률 66.7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가리비와 임연수가 33.3퍼센트로 뒤를 이었고, 고등어 20.8퍼센트, 명태 14.8퍼센트, 대구 14.3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어와 명태, 대구 등은 그동안 방사능 오염도가 높을 것으로 추측해온 바 있다. 활동영역이 넓어 국내산에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와 검출률 차이가 큰 이유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평균 검출률은 6.6퍼센트였지만, 식약처의 평균 검출률은 0.6퍼센트에 불과하다. 무려 11배 정도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는 분석 장비 검출 한계의 차이 때문으로 추측된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경우 1만 초 검사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1800초 검사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1베크렐/kg 미만의 방사성 물질은 제대로 검출되지 않는다.
식약처의 기준서인 식품공전에는 방사능 측정 시간을 분명 1만 초로 규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식약처는 무슨 연유인지 자체적으로 방사능 신속검사법을 도입하여 1800초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검출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신속검사법을 도입해 2년 6개월 동안 국민 안전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된 부분이다. 식약처는 원칙적으로 1만 초 검사법을 적용하고 1베크렐/kg 미만의 방사성 물질 검출 수치도 공개해야 한다.
의료방사선 분야
의료 방사선이란
질병의 진단과정(CT검사 등)이나 치료과정(방사선치료)에서 노출되는 방사선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 중 의료상 피폭은 20퍼센트 정도로 그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자연 방사선 등 다른 부분과 달리 관리를 통해 충분히 감소할 수 있어 사실상 매우 중요하다. 실제 미국의 경우 80년대 초와 비교해 2006년 1인당 전체 피폭량이 3.6밀리시버트(mSv)에서 6.2mSv로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의료 방사선 피폭량은 0.53mSv에서 3.0mSv로 증가했다. 전체 증가분이 고스란히 의료 방사선 때문이었다.
의료 방사선의 피폭 기준은 따로 없지만,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자연 상태의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를 1mSv로 정하고 있다.
어떤 검사에서 주로 노출되나
의료 방사선의 주범은 컴퓨터단층촬영(CT)이다. CT의 사용 빈도는 전체 진단용 방사선 가운데 고작 2.8퍼센트지만, 피폭량으로 따지면 56퍼센트나 차지한다. 참고로 고주파의 음파를 이용하는 초음파검사나 자기장을 이용하는 MRI는 방사선 피폭 염려는 없다.
무분별한 방사선 기기 사용이 문제
꼭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무분별하게 쓰는 측면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재진료를 위해 병원을 옮기면서 30일 이내에 똑같은 부위를 재촬영하는 빈도가 무려 20퍼센트로 5명 중 한 명꼴이다. 환자 중심의 방사선 노출 기준이나 관리 제도가 전혀 없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영국 같은 경우 1992년부터 국가가 환자의 방사선량을 관리하고, 진료기록부에 방사선 노출량 기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의사는 기록을 보고 환자가 최근 CT를 찍거나 하여 이미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었으면 가급적 방사선 노출이 없는 다른 진단 방법을 이용한다. 이와 같은 정책으로 미국인의 연간 의료 방사선 피폭량은 3.0mSv인 반면 영국인은 0.4mSv에 불과하다. 관리를 통해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증거다.
이용할 때마다 암 확률 높아져
각종 검사별 방사선 유효선량을 보면 PET-CT의 경우 14.5mSv, 복부/골반CT 10.0mSv, 유방촬영 0.27mSv, 가슴 X-선(정면) 0.02mSv 등이다. 문제는 의료 방사선으로 인해 암 발생 위험이 발생한다는 점인데, 유효선량이 7.66mSv인 흉부CT(조영제 포함)을 기준으로 한 번 촬영할 때마다 남자는 10만 명당 69명, 여자는 10만 명당 105명이 암 발생 위험에 처한다. 건강을 위해 검진을 할수록 역설적으로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득과 실을 잘 따져야 하며 무분별한 방사선 검사를 멈추어야 하는 이유다.
검진 효과에 대한 연구 필요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서울소재 10개 대학병원의 검진 프로그램을 비교한 결과, 가장 가격이 비싼 숙박검진의 경우 평균 방사선 유효선량이 24.08mSv였다. 방사능 관련 업계 종사자의 연간 피폭 기준이 20mSv인 것을 고려하면, 숙박검진 한 번에 방사능 업계 종사자의 1년치 기준보다 더 많은 양에 피폭되는 셈이다. 사실 주기적인 사전 검진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의학계에서도 분분하다. 실제 올해 2월에는 유방암 X-선 검사가 유방암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유방암의 22퍼센트는 과잉진단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나오기도 했다. 정부와 학계는 의료 방사선에 대한 연구에 투자하고 시급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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