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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용감한 다큐멘터리 핵 마피아를 쫓다

불과 반세기를 조금 넘는 핵발전의 역사에서 인류는 무려 세 번의 대형 핵 사고를 일으켰다. 1979년 미국의 쓰리마일 사고,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 그리고 최근 2011년의 일본 후쿠시마 사고다. 전 세계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던 핵산업계의 주장이 무색하게 일어난 대형 사고는 인류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체르노빌은 여전히 접근이 금지된 버려진 땅으로 남아 있고, 후쿠시마는 3년 전의 폭발이 아직 수습조차 되지 못한 채 오늘도 방사능 오염수를 하루 수백 톤씩 내뿜고 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무감한 사람이라도 핵의 위험에 대한 교훈을 얻을 법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핵은 여전히 증식을 거듭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중인 핵발전소는 총 23기. 그런데 앞으로 18기 정도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란다. 대체 누가 우리를 핵의 위험으로 이끄는가? 16년째 기록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김환태 감독이 그 속내를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올해 내 공개를 목표로 제작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핵 마피아』다.

다큐이야기 김환태 감독


참혹한 원폭 피해 그리고

기록영화제작소 다큐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이 처음 핵 문제를 접한 것은 원폭 피해자들로부터였다. “2005년 지인들이 원폭 60년을 맞아 종이학을 들고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잘 모르던 분야였어요. 광복 60년이란 말만 들었지 원폭 60년이라는 말도 생소했어요.” 그때까지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졌다는 사실만 알았지 피해자 가운에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도, 한국인 사망자만 무려 수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렇게 지인들을 따라다니며 영상 기록을 시작했고, 원폭 피해자들과 피해자들의 2세, 3세들이 현존하며 그중 아픈 분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해의 기록이 『원폭 60년, 그리고』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탄생하며 방송도 되고 영화제에도 상영됐다. “그 뒤로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기록자로서 역할을 계속 해왔어요. 그러다 2012년 합천에서 비핵평화대회가 처음 열렸는데, 2005년 이후 알고 지내온 분들이 비핵평화대회에 상영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주길 원했어요. 전작을 발전시켜 2012년 10월 『잔인한 내림-유전』을 만들었지요.”

원폭 2세 환우들에 초점을 맞춘 두 작품을 만들고 상영하며 『핵 마피아』를 기획하게 됐다. 현장과 상영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덕분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문제였다. “경주에 방폐장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그 과정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 저장할 중저준위 폐기물보다 위험한 고준위 폐기물 즉, 사용 후 핵연료가 있는데 이것을 처리하는 데 10만 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너무 깜짝 놀랐어요. 10만 년이라니!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도 4만 년 전에 등장했는데 10만 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핵에너지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싸다라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는데……. 의심해 본 적이 없잖아요? 화석연료는 없어진다니까 이게 대안이라는 이야기만 들어왔던 거예요. 교육이든 뭐든.” 대체 이런 행동을 하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굴까? 그의 의구심들은 이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됐다.

회의중인 스태프들 사진출처 <핵 마피아> 블로그


핵 마피아와 9인의 탐정단

마피아는 본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을 근거로 둔 전통적인 범죄 조직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통용되어 두루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강력한 범죄 조직으로 경제활동을 통제하며 국가에 정치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는 그 속성은 큰 변함이 없다. 방치하면 할수록 사회를 좀먹으며 국민들을 끊임없이 위험으로 빠트린다. 김환태 감독에게는 이른바 ‘핵 마피아’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결국은 자본의 논리, 자본의 흐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어쨌든 이를 실행하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고민하게 됐어요. 그들의 면면들과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교육의 위선을 보여줘야겠다는 고민을 하면서 이 작품을 생각하게 됐지요. 핵발전이나 핵산업으로 이익을 보는 존재들이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 사람들이 관련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안위를 얻는 사람들일 텐데. 저는 묻고 싶어요. ‘핵발전이 안전하냐? 제가 처음 알고 깜짝 놀랐던 숨은 사실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말 자신 있느냐?’라고 직접 대면해서 묻고 싶어요.” 그는 만나야 할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있다며 귀띔한다. “수많은 악행을 했지만, 이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에요. 건설사 대표로 재직 당시 고리1호기를 지었던 인물이기도 하지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해외 원전 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자였던 일본이 망했다. 이제 누가 일본 원전을 사겠나? 이 기회에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팔자!’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혼자 그들을 찾아갈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9인의 탐정단을 꾸렸다. 영화배우부터 주부, 대학생, 가수, 탈핵활동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탐정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꾸려진 9인의 탐정단은 연구조사팀, 액션플랜팀, 퍼포먼스팀으로 나뉘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어제도 연구조사팀과 모여 핵마피아라고 하는 사람, 그룹들을 어떻게 그릴 것이냐를 고민했어요. 그리고 액션플랜팀을 통해서 직접 만나자며 이야기를 했어요. 핵 산업에서 해온 이들의 거짓들은 명백합니다. 이들이 그간 해온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조롱하고 거짓을 까발리는 행동은 퍼포먼스팀을 통해 할 거예요. 어렵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중적이면서 재미있게 이 사실들에 접근하고 싶어요.” 서글서글한 그의 인상 뒤로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9인의 탐정단 사진출처 <핵 마피아> 블로그


핵 마피아가 궁금하다면

다큐멘터리 『핵 마피아』는 현재 촬영이 진행중이다. 열정으로 작품을 시작했지만 독립영화의 현실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작품 제작을 위한 최소비용 마련이 쉽지 않는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2년까지는 사람들의 관심이 컸던 것 같아요. 이제 3년 정도 되자 피로감이 나타나는 거지요. 게다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니 무감각해지는 게 조금 보이는 것 같아요. 일상에 치이기도 하고. 시간이 결국 후쿠시마 핵문제를 밀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환경연합의 모태인 공해추방운동연합에서 골프장 반대활동도 했었던 그는 그래도 결집된 시민의 힘이 핵 마피아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만 원을 투자할 3000명의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도 이런 믿음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핵 마피아들에게 전했다. “기다리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 피하지 말고 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당당하게 토론도 해보고요. 판단은 보는 사람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핵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은가. 핵 마피아의 정체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오늘,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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