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584 고인 물은 썩는다 오늘 집 근처 깊은 산중에 있는 절을 찾았다(http://poolsoop.com/866 참조). 선암산 자락에 위치한 이 암자는 조용하니 고즈넉한 맛이 아주 좋은데, 오늘은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하루 전이라 그래도 사람이 있는 편이었다. 몇 해 전 겨울에 이곳을 찾았을 때 밥도 얻어 먹고 스님이 깎아 주시던 생마도 맛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때 마침 방문한 우체국 직원의 말로는 우편배달도 눈이나 기타 여건에 의해 1주일에 한 번만 오던 때였으니, 우리의 방문이 스님도 반가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가니 초파일 전날이라 그런지 도시에서 온 손님도 많고 근처 동네에서 온 손님도 많았다. 얼마 전 불교관련 단체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면접관 중 한명으로 계셨던 스님의 질문에 '이사장님이 무.. 2012. 5. 27. 눈부신 오후의 들판을 달리며 국가의 부름이 있어 이웃 읍내로 나갔다가 운전해서 돌아오는 길. 달리는 차창 안으로 늦은 오후녘의 느긋한 햇살에 운전대를 잡은 두 손까지 빛으로 물든다. 밖을 내다 보니 넓은 초록들판도 눈부시게 빛났다. 아름다운 날씨다. 초등학교로 바뀌기 전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아침버스가 없어 늘 3킬로 남짓한 거리를 걸어서 등교했다. 하교길도 2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있는 버스를 놓치거나, 버스비로 쓸 돈으로 군것질을 하고 나면 으레 걸어서 와야 했다. 3킬로의 시골길은 어른 걸음으로는 30분이면 충분하지만 고작 초등학교 1, 2 학년인 어린이의 걸음으로는 한시간 남짓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부지런히 걷는 법도 없으니 말이다. 어쨋든 그렇게 걸어오는 길은 힘들고 지루한 길이다. 하지만 집까지 온전히 걸오는 일 또한 .. 2012. 5. 18. 토마토 오늘은 5일과 10일에 열리는 집 근처 오일장에 다녀왔다. 오일장은 대형마트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거나 간혹 시장에 가더라도 매일 장이 열리는 도시권에 사는 사람들에겐 생소할지도 모른다. 반면 시골에서 살거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중장년층들에겐 그리운 단어일것이다. 요즘은 오일장도 시골의 급격한 인구감소로 예전만 못하다. 말 그대로 5일만에 열리는 장이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장날엔 물건파는 상인들로 꽉 찼던 시장터도 이제는 반이나 휑하니 남아있다. 그래도 오늘 방문했던 장은 조금 성황을 이루었다. 한창 봄철인 요즘 밭에 심을 각종 모종을 사러 또 팔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갔던 집 근처 오일장도 상인들의 절반이 모종판매상이었다. 우리는 고구마줄기 - .. 2012. 5. 10. 우박 사실 오늘은 단비만 내린 것이 아니었다. 쏟아지던 비는 한 때 작은 구슬만한 우박을 동반했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덩어리를 보며 나는 자연의 경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울이 아닌 계절의 얼음이란 냉장고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어느덧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박은 좀처럼 보기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양이 많아 구석진 곳에는 쌓이기 까지 하는 우박을 보며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작물이 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방 녹기에 냉해는 아니지만 작물의 대가 부러진다던가 잎에 구멍이 나면 성장에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음날 비가 그치고 농부들은 밭을 둘러 본다. 이장님이 동네 방송으로 농작물의 피해가 있는지 신고하라고 하신다. 다행이 우리 동네에는 걱정할 만큼의 .. 2012. 5. 8. 고추 심기 오늘 고추를 밭에다 옮겨 심었다. 고추는 심자마자 흙을 떠 부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 길쭉한 고추모종이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흙을 떠 부어 주면 잡초도 덜 자란다고 한다. 흙이 햇빛을 가리기 때문에 비닐 안에서 잡초가 자라지 못하는 것이다. 마침 오후늦게 부터 비가 내렸다. 작물을 심고 나서 내리는 비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나무를 심고나서 물을 주듯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는 작물에게 이 비는 문자 그대로 단비인 것이다. 2012. 5. 8. 비단개구리 이름은 고급스럽고 아름답기까지 한 비단개구리. 하지만 이 비단개구리는 시골에서도 징그러움의 대명사다. 초록색 바탕에 검은 점박이무늬인 등은 우리나라 군복의 색과 비슷한것이 일종의 보호색인 셈인데, 그 표면이 울퉁불퉁해 징그러움을 더한다. 게다가 이녀석을 건드리면 배를 하늘을 향해 발랑 뒤집은 채로 죽은 척을 하는데 배 부분은 또 색이 달라 빨간색 바탕에 검은 점박이를 띄고 있다. 이런 징그러우면서도 화려한(?) 색상 덕분에 정식명칭은 오히려 비단개구리인 것 같다. 어쨋든 백문이불여일견이듯 직접 보는 것이 나을 것인데, 아마 여름철 시골을 방문해 본적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비단개구리를 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가장 흔한 개구리인 것이다. 이 무당개구리(비단개구리)는 여름철이면 밤마다 논에 숨어 온동네가.. 2012. 5. 8. 표고버섯 집 앞에서 키우는 표고버섯. 판매용이 아니라 먹기위해서 키우는데 그 양이 꽤 많아서 일년 내내 두고두고 먹는다. 겨우내 냉동실에 얼려 놓았던 것은 이제 다 먹었고, 새로운 것이 올라온다. 해가 한 번 지난 것이다. 지금은 가물 때라 사진처럼 하얗게 갈라지고 단단한 것이 수확된다. 여름 장마철이 되면 비가 많이 내려 물컹해 지며 색도 시커먼 것들만이 수확되다. 내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사토야마 시리즈 중 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부가 앞서 말한 하얗고 단단한 것은 '해의 자식' 그리고 비가 많이와 시커먼 것은 '비의 자식'으로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해의 자식'이 상품성이 있고 더 좋은 버섯이라고 말했다. 표고는 향이 좋다. 그래서 별다른 조리 없이 그냥 삶아서 초장에 직어 먹어도 그 맛이 .. 2012. 4. 15. 뛰시오? 중고등학생들의 소풍이나 현장답사. 과연 그들은 무엇인가 느끼고 또 배우고 갈까? 아니면 그저 해만 끼치는 것일까? 어릴적 기억을 보충하기 위해 이곳에 재방문한 나로서는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싶었다. 천천히 걸어서 절터까지 올라온 나를 맞이했던 이 팻말은 사실 귀여운 축에 속했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에는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것 같은 이들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한 국립공원에서 사적지인 바위에 낙서를 한 한국인 남녀 유학생이 수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건이 떠올랐다. 단순히 벌금이나 처벌의 경중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의식의 문제다. 아는 만큼 느끼고 보인다는 말은 부정할 수 없는 명언이다. 조금만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저 한글을 깨우친 이들의 눈에도 감은사탑이 도화지로 보이지는.. 2012. 4. 14. 아침 안개 연이은 따스한 봄날이 이어지다 어제는 비가내렸다. 덕분에 오늘 아침에는 온 마을이 안개속에 잠겼다. 마치 땅에서 피어오르는 것 처럼 보이는 안개는 동시에 바람에 쓸려 저 멀리 들판으로 날라가 버린다. 2012. 4. 14.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