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 근처 깊은 산중에 있는 절을 찾았다(http://poolsoop.com/866 참조). 선암산 자락에 위치한 이 암자는 조용하니 고즈넉한 맛이 아주 좋은데, 오늘은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하루 전이라 그래도 사람이 있는 편이었다. 몇 해 전 겨울에 이곳을 찾았을 때 밥도 얻어 먹고 스님이 깎아 주시던 생마도 맛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때 마침 방문한 우체국 직원의 말로는 우편배달도 눈이나 기타 여건에 의해 1주일에 한 번만 오던 때였으니, 우리의 방문이 스님도 반가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가니 초파일 전날이라 그런지 도시에서 온 손님도 많고 근처 동네에서 온 손님도 많았다.
얼마 전 불교관련 단체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면접관 중 한명으로 계셨던 스님의 질문에 '이사장님이 무언가 잘못을 하신다면 나는 말씀드릴 것이다'고 답변했더니 난색을 표하셨다. 상하관계가 있고 체계가 있는데 그것은 곤란하지 않냐는 말씀을 하셨다. 지인을 통해 아는 스님이 스님들 사이의 정치싸움에 상처 받은 이야기를 일전에 들을 터라 나는 이런 모습들이 성직자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였다. 사람이 여럿 있는 곳에는 정치가 생겨나기 마련인가 하는 생각과 동시에 권위에 젖지 않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우연찮게 그러부터 며칠 뒤 승려들의 음주 도박 파문이 터졌고 종단 내 쇄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에는 전국의 수좌승 10명이 총무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도 발표했다고 한다. 조계종 승적을 가진 승려 1만200여명 중 수행에 정진하는 수행승은 1000명 안팎이며 이들 수행승을 이끄는 것이 100여명의 수좌승이라고 한다. 즉, 수행에 전념하시는 스님들이 세속의 행정을 맡고 있는 스님들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부처를 신격화 하지는 않지만 그의 가르침은 늘 생각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의 추종자들이 보여주는 많은 모습들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때로는 그들이 가르침대로 살고자 하는지 아니면 가르침으로 장사를 하고자 하는지 분간이 가지 않을때가 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팔만대장경을 열람해 봐도 모순된 점은 없지만, 부처님 제자들이 하는 짓을 보면 아니꼬워 나는 불교에 귀의를 못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조용한 시골의 산사에 서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추가
부처님 오신 날 당일인 28일 힐링캠프에 법륜스님이 나왔다. 그가 젊은시절 봉암사 서암스님을 찾아가 불교의 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했더니 서암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논두렁에 앉아 마음을 깨끗이 하면 그 사람이 중이네. 그곳이 절이야. 이것이 불교라네"
중이 아닌 외부인인 내가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을 서암스님의 말씀을 빌어 이렇게 옮겨 적는다. 참고로 법륜 스님은 승적이 없다.
+추가2
학생시절 수업에서 루카치가 말한 총체성과 파편의 세계는 아직도 그 진행이 유효한 듯 하다. 법륜이 고1때 도문스님을 만난 후 출가를 할 당시 그의 어머니가 찾아와 도문스님께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문스님의 "이 아이는 단명할 아이요" 한 마디에 어머니는 놀라며 아무 말씀도 못하시고 발길을 돌리셨다고 한다. 불과 40여년 전이지만 당시는 그것이 가능하던 시기었다. 물론 자식의 둔 부모의 심리라는 것이 작용도 했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일이 있다면 과연 어머니는 그대로 발길을 돌리실까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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