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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기상 오늘 놀라운 일이 있었다. 어제밤 평소보다 빨리 잠자리에 든 탓도 있고 또 아침 일찍 엄마가 나가셔야 되는 날이라 집안이 소란스럽기도 한 탓에 나는 다소 일찍 잠에서 깼다. 어찌되었건 새벽 5시는 내가 일어나기에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그 놀라운 일은 6시 30분쯤 일어났다. 집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잠결에 들린 것이다. 시골에서는 집안 어른을 부를때 자식의 이름을 대신 부르곤 한다.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아버지도 아니고 그냥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나는 으레 부모님을 찾는 목소리로 생각했고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으므로 이를 확인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다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반쯤 잠에 취해 있어서 대답할 정신도 없었다. 그런데! 이 목소리의.. 2012. 6. 16.
이웃의 양파수확 어제는 오후 내내 비가 오는 바람에 양파를 캐던 작업이 중단되었다. 그래도 이 동네에서는 가장 농사를 대량으로 하는 집이라 나도 처음으로 양파캐는 기계를 구경 - 아쉽게도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라 정지해 있는 기계만 구경 - 할 수 있었다. 산촌동네에 가까운 이곳은 좁은 땅에 주민들이 옹기종기 살아왔기 때문에 대량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논이나 밭이 없다. 그래서 대량으로 한가지 농사를 짓는 집이 잘 없었다. 이 집은 아마 이런 면에서는 동네에서 유일할 것이다.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에 한낮일 무렵 다시 한 번 나가보았지만 수확은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땅이 질어 수확하기 좋지 않은것 같았다. 결국 인터넷으로 이 기계를 찾아보았다. 자주식 - 자주식이라는 말은 트랙터나 경운기등 다른 동력의 연결없이 스.. 2012. 6. 16.
caution : fragile 조용한 나날들의 연속이다. 게다가 예기치 않은 병까지 얻어 꼼짝없이 집에만 머물고 있다. 하긴 그 전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머물긴 했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과 불가능해서 못하는 것의 심리적 차이는 꽤 크다. 이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종종 젊은 사람은 모두 떠나고 없고 연로하신 어르신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계신다는 사실을 언급하곤 했다.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 아닌 이사를 온 지 만 4개월. 요즘 흔히 하는 속된 말로 '멘탈이 붕괴'되는 기분이 든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는 단순히 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 즉,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 동일한 세대가 없기 때문이었다. 절망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런데 얼마 전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젊은.. 2012. 6. 13.
양파 수확 동네에서 맨 처음으로 양파를 캐냈다. 그저 집에서 먹을 만큼만 할 요량으로 심어 놓은 것이라 상자는 4개만 들고갔는데 무려 총 8상자나 나왔다. 그래도 팔기위해 대량으로 한 것은 아니라 세 식구 모두가 나오니 수확에는 3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비가 오려해서 더 서두른 감도 없지않아 있었는데 비는 오지 않았다. 양파는 익으면 매우 달아지기 때문에 볶아 먹어도 맛있고 찌게에 넣어 먹어도 맛있는 훌륭한 식재료다. 오늘 캔 양파는 이제 올해 겨울때 까지 먹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봄이 올 때 까지 창고에 넣어뒀는데 다 썩어버려 봄에는 양파를 먹지 못했다. 냉동창고가 없으니 이듬해 봄까지 보관하기는 다소 힘든 모양이다. 요즘은 난지형 마늘 수확이 한창이다. 시골 어르신들은 이런 난지형 마늘을 흔히 스페인 마늘.. 2012. 6. 13.
보리 보리가 익었다. 아뇩다라삼막삼보리. 아뇩다라삼막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 산스크리트어 ‘anuttarasamyaksambodhi’의 음역어인 이것은 부처님의 지혜를 뜻한다. 아(阿)는 중국말로 번역하면 무(無)자에 해당하며 뇩다라(耨多羅)는 위(上)라는 뜻이다. 그래서 아뇩다라(阿耨多羅)는 ‘이 위에 다시없다.’라는 무상(無上)의 뜻이다. 삼막삼(三藐三)의 삼막(三藐)은 정(正), 즉 올바름을 말하며, 삼(三)은 변(遍), 즉 넓음을 말한다. 본래 변(遍)은 두루하다, 넓게 퍼져 있다는 뜻으로 ‘두루 편’이라 발음하지만, 불교에서는 변이라고 발음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보리(菩提)는 깨달음 또는 지혜(智慧)를 뜻한다. 따라서 아뇩다라삼막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는 이 위에 다시없는 올바르고 두루한 깨달.. 2012. 6. 10.
달팽이의 여행 그제 밤 욕실에서 발견한 작은 달팽이. 새끼손톱 크기의 1/9정도 밖에 안 될만큼 작은 이 달팽이는 말이 없었다. 좁은 욕조속에 몸을 뉘었을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 주진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않았다. 사실 나도 욕조속에 몸을 뉜건 아니었으니까. 여튼 대형 돋보기를 들이대고서야 찍을 수 있었던 이 작디 작은 달팽이에 귀를 다 기울이고 나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과연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든 것이다. 워낙 귀여워서 그냥 그대로 둘 까도 싶었다. 하지만 욕실에 습기는 충분하겠지만 먹이는 없을 것 같았고, 그대로 둔 달팽이가 작은 욕실창문을 통해 스스로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그러고 보니 애초에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도 .. 2012. 6. 9.
위험! 고구마 밭 지난 5월 10일 고구마를 집 앞에다 심었었다. 고구마는 씨를 뿌린다거나 모종을 사서 심는게 아니라, 장에 가면 모종을 판매하는 집에서 고구마 줄기도 함께 파는데 그 줄기를 사서 그대로 밭에 꽂아 심는다. 사진 처럼 넣은 다음 흙을 부어 주고 물을 주면 알아서 성장하는 것이다. 며칠만에 가 보니 몇 포기는 죽어 있었다. 그래서 자라난 살아있는 포기의 줄기를 떼어내어 빈 곳에 다시 심었다. 어차피 줄기를 심으면 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전에 말 한 적이 있듯 이 고구마 줄기를 노루놈들이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최대한 집 가까이 심어 놓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이곳에 동물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분명 노루놈일 것 같은데 발자국이 꽤 컸다. 집 바로 앞 인데다가 중간에 시내도 있고 봇도랑도 있고 나무도.. 2012. 6. 9.
소금과 호수 한 젊은 청년 스님이 절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스님은 불만이 많아 항상 투덜거렸다. 그래서 어느날 큰스님을 찾아가, 그동안의 불만과 고통을 털어 놓았다. 그러자 큰 스님께서 표주박에 소금을 가득 퍼주면서 먹어보라고 했다. 큰스님 曰 "맛이 어떠냐" 젊은스님 曰 "당연히 짭니다 스님....!!" 그러자 큰스님은 근처 호수로 가서 그 소금을 호수에 뿌리고 표주박에 호숫물을 받아서 먹어보라고 했다. 큰스님 曰 "이번엔 맛이 어떠냐?" 젊은스님 曰 "당연히 안짭니다 스님.." 큰스님 曰 "거 보거라.. 고통은 담는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호수가 되자! 2012. 6. 6.
콩을 심다 모종판에서 키우던 까만콩을 담배밭 한 구석의 남은 공간에 옮겨심었다. 그제 심었는데 물을 적게줘서인지 몇 피가 시들하길래 물을 길어와 좀 더 준 것이다. 그런데 길을 지나던 동네분들이 보고서는 더무 달게(촘촘히) 심었다고 하신다. 간격이 두 배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농삿일을 지어오신 어머니도 모든 것을 다 아시는 것은 아닌가보다. 밭을 오가는 농부들은 자신들은 논밭만 보는것이 아니라 두루두루 살피기 때문이 서로 조언을 해 주거나 혹은 문제가 생겼을때 알려주기도 한다. 때로는 배우기도 하고 때로는 가르치기도 하면서 새로운 작물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어린시절 나는 콩을 싫어했다. 콩밥, 두유, 콩나물(대가리), 두부 등 콩과 관련된 음식 전반이 싫었던 듯하다. 지금은 가공된 콩인 두부나 두유는.. 2012.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