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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을 써는 작두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늦겨울의 비닐 하우스 안. 일전에 뿌려놓은 씨가 일정정도 자라면 포터로 옮겨심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포터를 놓아둘 자리 아래에 작두로 짚을 썰어 채워넣는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모종에 물을 줄때 짚이 함께 젖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모종이 따뜻하게 자랄 수 있다. 2012. 2. 21.
집 앞 과수밭 동네 물놀이터로 가는 길목에 있어 어릴적 우리들의 서리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사과나무밭이 며칠전 사라졌다. 과수원을 운영해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려 나가 사라진 과수밭이 동네에도 이미 몇 있다. 한창 물놀이를 할 여름에는 아직 초록빛의 풋사과만이 달려있다. 나를 포함한 동네 아이들은 그런 풋사과를 물놀이 가는 길에 따서 물놀이 하는 내내 물에 띄워 놓아 차갑게 만들었다가 지쳐 배고파질 무렵 먹곤 했다. 여름방학 가정통신문에 풋과일 먹지말기가 늘 순위에 올라 있었지만 그 맛을 우리는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오래전 부터 동네 아이들이 사라져 사과 서리에 대해 호통 칠 일도 없음에도 주인은 더 이상 사과밭을 유지할 수 없다. 2012. 2. 15.
준비해야 할 시간 어제에 이어 오늘도 눈이 내린다. 이번엔 얼음 같은 눈이다. 왼쪽 하단에 보이는 비닐하우스에 고추나 담배 씨를 뿌려야 할 시기인데 며칠 날이 계속 흐려 아직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날리던 눈발이 점심무렵 뚝 그치더니 이내 푸른 하늘을 보였다. 덕분에 씨를 뿌렸다. 모종이 꽤 클때까지는 당분간 하우스에서 키우게 된다. 그리고는 밭에 옮겨심기를 할 것이다. 그 전까지는 하루도 집을 비울 수 없다. 물을 줘야 하고 밤이면 보온덮개를 덮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물을 줘야하는데 겨우내 얼었던 수도는 작동하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냇가까지 가서 물을 퍼 날라야 한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장도 담그지 못하고 있다. 사람도 아기들은 더욱 조심스레 대하듯 이제 막 씨를 뿌려 싹이 올라오는 모종들도 그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 2012. 2. 14.
이기적인 사랑은 없다 사랑.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입에 내기엔 참으로 남사시럽은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연 사랑이 무엇인가? 사실 사랑의 정의는 제각각이다. 세상에 70억의 사람이 있으면 70억 종류의 사랑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반적인 정의를 시도해 볼 수는 있다. 물론 나는 위의 근거를 들어 그런 시도를 해보진 않았지만 주위 지인들에게 종종 그런 질문을 던져 보곤 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니?” 하고. 이런 추상적인 우문은 생각하기에 따라 한 없이 쉬운 질문일수도 또는 한 없이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다. 여튼 돌아온 대답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전에도 한 번 말 한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사랑은 ‘누구나 하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이란.. 2012. 2. 13.
우리 농(農)이 하는 일 2004년도 무렵에 '우리 농(農)이 하는 일, 당신의 생각 곱하기 12.5'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진행되었던 하나의 캠페인이 있었다. 그 의미인즉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우리 농촌이 하는 일이 단순한 식량생산 뿐이라고 여기는데 실은 거기에 홍수조절, 토양보전, 산소발생, 대기정화등의 환경적 기능이 더 있다는 것이다. 또한 '뉴욕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센트럴 파크, 만일 그곳이 없었다면 지금쯤 그 자리에 그만한 크기의 정신병동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 처럼 그 정서적 기능까지 합친다면 실제 우리 농촌이 하는 일은 식량생산 가치의 12.5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농촌의 다원적 가치라고 부르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04년 12월 연구보고서(오세익, 김동원, 박혜진)인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 2012. 2. 7.
집 생활 1주일 차 사실 그 전에도 방학 때나 휴학했을 적에 한 두달 씩 집에 머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서울에 적을 둔 것이 아니기에 내게 있어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집으로 내려온 지 만 1주일 째. 잉여킹이 된 것 같다. 매서운 겨울 추위에 바깥 나들이는 고사하고 마당 앞에도 나갈 일이 거의 없다. 그 대신 하루종일 방 안에 앉아 영화를 보거나 청소를 하거나 할 뿐이다. 현대인은 일 할 때도 컴퓨터 놀 때도 컴퓨터 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어릴 적 그래도 이 동네에는 예닐곱 명의 같이 노는 또래 아이들이 있었다. 여름이면 매일 같이 물놀이를 했고 겨울이면 얼음을 지치거나 눈썰매를 탔다.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달리기도 했으며 산에 들어갔다가 옻독이 오르기도 했다. 당시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집은 부잣집이었다. .. 2012. 2. 7.
물건들을 정리하며 이사를 했다. 일반적인 살림에 비해 단촐한 생활이었기에 상자 서너개에 모든 짐이 들어갔다. 사실 더 줄일 수도 있을것 같았다. 꼭 가져갈 필요가 없는 것은 버리고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쉽게 그러하지 못하고 결국 옷걸이 하나까지 모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이사를 다 하고 나서 또 한 번 짐정리를 했다. 같이 정리하던 우리집 장남은 상자를 하나 가져오며 '향후 10년 동안 쓸 일 없는 것은 여기다가 버릴 것'을 명했다. 하지만 내가 보아도 분명 향후 10년간 쓸 일이 없어 보이는 물건도 그것이 아직 기능상 이상이 없으니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는 기능상 이상이 없으나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애착이 간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버려진 물건을 많이.. 2012. 2. 6.
한 겨울 며칠전 내린 눈이 추운 날씨에 얼어붙어 며칠째 녹지 않고 있다. 덕분에 세상은 온통 눈밭이다. 어릴적 이런 날에는 동네 친구들과 앞산 뒷산 뛰어 다니며 비료포대를 이용한 썰매타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가장 타기 좋은 곳은 잔디가 깔려 있고 적당한 비탈이 형성되어 있는 무덤가였다. 보통은 고인에 대한 예우(?)를 차려 봉분 자체에 올라가진 않았지만 한참 놀다 보면 올라 가기도 했다. 그래서 동네 어른들에게 종종 혼났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어여삐 봐주셨을 것같다. 아마 시골에 아이들이 없어 그런 풍경도 사라진 지금은 그때를 그리워 하실지도 모른다. 2012. 2. 6.
도시적 삶의 환경성과 전원생활 최근 읽은 하버드대학 경제학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는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국내의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말한것 처럼 그의 요지는 일반 사람들의 상식과는 반대로 도시가 훨씬 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자가용을 이용하는 지역보다 일인당 에너지소비량나 탄소발생량이 적을 뿐 더러 그들이 사는 아파트는 열효율 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직적으로 설계된 도시의 빌딩은 그만큼 녹지를 덜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신빙성 있는 말이며 많은 부분 수긍이 간다. 하지만 동시에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나는 그가 도시의 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조를 한 것은 대부분 도시에서 가까운 교외의 지역이었다. 그는 .. 2012.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