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부름이 있어 이웃 읍내로 나갔다가 운전해서 돌아오는 길. 달리는 차창 안으로 늦은 오후녘의 느긋한 햇살에 운전대를 잡은 두 손까지 빛으로 물든다. 밖을 내다 보니 넓은 초록들판도 눈부시게 빛났다. 아름다운 날씨다.
초등학교로 바뀌기 전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아침버스가 없어 늘 3킬로 남짓한 거리를 걸어서 등교했다. 하교길도 2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있는 버스를 놓치거나, 버스비로 쓸 돈으로 군것질을 하고 나면 으레 걸어서 와야 했다. 3킬로의 시골길은 어른 걸음으로는 30분이면 충분하지만 고작 초등학교 1, 2 학년인 어린이의 걸음으로는 한시간 남짓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부지런히 걷는 법도 없으니 말이다.
어쨋든 그렇게 걸어오는 길은 힘들고 지루한 길이다. 하지만 집까지 온전히 걸오는 일 또한 드물었다. 자가용을 타고 지나가던 도시사람들이 태워주기도 했고, 학교 앞 슈퍼에 아이스크림을 배달하는 냉동차 아저씨 - 이 아저씨는 종종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주시기도 했다 - 가 태워주시기도 했다. 또 인심 좋은 버스운전기사 아저씨는 중간에 걸어가던 아이들을 공짜로 태워주시기도 했다.
이런 풍경은 내가 고학년이 되면서 사라졌다. 한 집 두 집 트럭을 사게 되면서 아침에는 부모님들이 학교까지 태워주셨기 때문이다. 트럭 한 두대만 있으면 모든 아이들이 등교할 수 있었다. 또 하교길은 늦게 마치는 고학년들에겐 차 시간이 맞았던 탓인지 크게 걸어온 기억이 없다.
그렇게 어리던 내가 이제는 직접 운전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 여전히 불편한 시골교통을 잘 알기에 시골길을 오가는 날이면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하지만 이제 시골에는 학교를 오가야 할 아이들이 거의 살지 않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