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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나우루 공화국의 비극

by 막둥씨 2011. 4. 20.

 인간의 가장 오래된 고민은 바로 어떻게 먹고 사는가 이다. 절대적 빈곤을 넘어 눈부신 발전을 이룬 현대에 와서도 그 고민은 똑같이 건재한다. 그렇다면 물질적 풍요로움이 전재되어 먹고 사는 걱정에서 해방된다면, 인간은 훨씬더 자유롭게 사고를 할 수 있어 윤택한 정신적 활동을 가능해질까? 아니면 생각하기도 관두고 그저 게으름으로 이어져 멸망으로 치달을까?

 극장용 애니메이션 <WALL-E>를 보면 하나의 추측이 가능하다. 배경은 미래의 지구. 쓰레기만 넘쳐나는 그곳은 더이상 생명이(말 그대로 풀 한 포기도) 살 수 없게 되고 인간은 그저 그곳을 탈출, 우주를 떠돌며 먹고 자고 노는 일만을 일삼으며 스스로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비만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이는 더이상 상상속 애니메이션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지구상에서 실제로 벌어진 '나우루 공화국의 비극'이 있다. 과연 이 작은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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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루는 호주와 하와이 사이의 작은 섬나라로 전체 크기가 21㎢밖에 되지 않는다.

 나우루는 1968년 1월31일 독립했다. 그런데 이 작은 나라에는 척박한 땅에서 농업을 하기 위한 비료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광물인 인광석이 났다. 나우루 공화국은 인광석 채굴을 계속해 수출했고 이는 막대한 부를 불러왔다. 급기야 1980년대 초에 나우루는 아랍 에미리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나우루 자본은 미국 호놀룰루·워싱턴, 호주 시드니 등 세계 곳곳에서 대형 빌딩을 사 들였고, 런던 뮤지컬 제작에까지 투자했다. 주민들은 전통 식품을 버리고 서구 수입 식품과 알콜에 맛을 들였다. 걸어서 4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도, 집집마다 여러 대의 자동차를 갖췄다.

 하지만 1990년대 인광석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나우루의 ‘짧은 영화’도 끝이 났다. 인광석 수출을 제외한 산업이 전무한 나우루는 일순간 빈곤 국가로 추락했다. 유일한 항공사 에어 나우루가 자금 문제로 2005년 운항을 중단해 10개월간 섬이 고립될 정도였다. 나우루 자연의 80%는 100년의 인광석 채굴 끝에 황무지로 변했다. 

 2006년 말, 나우루의 인구는 9265명이었다. 전에는 인구가 그보다 많았으나, 2006년, 인광석의 양이 급격히 준 것이 원인이 되어, 1500여 명의 키리바시와 투발루 노동자들의 대귀환이 이루어졌다. 나우루인이 58%, 기타 태평양 섬나라의 출신이 26%, 화교가 8%, 백인이 8%이다. 모든 백인들은 독립 때 남겨진 영국인이다.

 나우루는 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성인의 90%는 BMI 지수가 평균 이상이다. 또한, 당뇨병 발병율이 4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신장, 심장병도 흔하다. 2006년의 기대수명은 남자 58세, 여자 65세이다. 주민세가 없으며, 실업률은 90%에 달한다. 나우루의 근로자중 95%는 정부에 고용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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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어제.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에 붉은 달이 떠 있다. 순간, 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찾을 수 없다. 한없이 몽롱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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