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인용한 부분은 2006년 TED 컨퍼런스에서 켄 로빈슨이 했던 강연의 일부이다.
실로 학위 인플레이션이라 할 만하다. 예전에는 중학교,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구 할 수 있었고 또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던 직업과 일을, 이제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 일의 수준이 높아진 것인가 하면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평균학력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배움은 늘 긍정적이다. 전반적인 교양 수준의 향상은 마땅히 추구하여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과연 이를 위해 우리가 대학에 수년의 시간과 수천만원이나 하는 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있을까 생각하면 나는 회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갈수록 높은 학위를 요구하는 기업과 사회 분위기는 대학이라는 또 하나의 기업을 살찌우게만 하고 있는 것 같다. 학위 인플레이션을 통한 장사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런 분위기에 너도나도 장사를 위해 대학을 세웠고, 2000년대 들어 국내 전체 학생수가 줄자 일부 대학들은 문을 닫았고 다른 많은 대학에서는 학생 유치를 위해 교수가 발벗고 영업을 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나아가 교수임용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몇해전 진중권씨가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 교수로 초빙될뻔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과정에서 그는 학교측으로부터 제지당했다. 이유인즉, 진중권씨가 박사학위가 없어 교수 자격 미달이라는 것이다. 나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하지만 자질에 의심이 가는 교수를 여럿 본 적이 있다. 학위가 능사는 아닌 것이다. 얼마 후 학교측은 박사학위가 없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업적이 있는 자는 교수가 될 수 있다며 그에게 오기를 다시 희망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떠난 뒤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일부는 전반적으로 학력을 하향 조정키 위해 상급학년 진급 자격제도를 시행하자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개혁'수준의 것이라 쉽게 실행되기는 힘들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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