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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학위 인플레이션

by 막둥씨 2011. 4. 20.

 "유네스코에 의하면, 역대 졸업생 숫자 보다는 앞으로 30년 동안의 졸업생 숫자가 더 많을 거라고 합니다. 그건 지금까지 저희가 얘기했던 모든 것들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그리고 기술의 변화가 직업과 인구구조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 갑자기 학위라는 것이 가치가 없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제 학창시절에는 학위를 따면 직장을 구할 수 있었어요. 직업이 없었더라면, 원치 않아서 그랬던 것이었죠. 솔직히 저도 그 중의 한 명 이였습니다. (웃음) 요새는 학위를 가진 아이들이 집에 앉아서 오락이나 하고 있지 않나요? 전에는 학사를 필요로 한 직업이 이제는 석사 학위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석사 학위를 요구했던 직업들은 이제 박사 학위를 요구합니다. 학위 인플레이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걸 보시면 교육제도의 전체적인 구조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저희는 지성을 보는 관점을 많이 바꾸어야 됩니다."

 앞서 인용한 부분은 2006년 TED 컨퍼런스에서 켄 로빈슨이 했던 강연의 일부이다. 

 실로 학위 인플레이션이라 할 만하다. 예전에는 중학교,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구 할 수 있었고 또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던 직업과 일을, 이제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 일의 수준이 높아진 것인가 하면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평균학력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배움은 늘 긍정적이다. 전반적인 교양 수준의 향상은 마땅히 추구하여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과연 이를 위해 우리가 대학에 수년의 시간과 수천만원이나 하는 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있을까 생각하면 나는 회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갈수록 높은 학위를 요구하는 기업과 사회 분위기는 대학이라는 또 하나의 기업을 살찌우게만 하고 있는 것 같다. 학위 인플레이션을 통한 장사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런 분위기에 너도나도 장사를 위해 대학을 세웠고, 2000년대 들어 국내 전체 학생수가 줄자 일부 대학들은 문을 닫았고 다른 많은 대학에서는 학생 유치를 위해 교수가 발벗고 영업을 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나아가 교수임용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몇해전 진중권씨가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 교수로 초빙될뻔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과정에서 그는 학교측으로부터 제지당했다. 이유인즉, 진중권씨가 박사학위가 없어 교수 자격 미달이라는 것이다. 나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하지만 자질에 의심이 가는 교수를 여럿 본 적이 있다. 학위가 능사는 아닌 것이다. 얼마 후 학교측은 박사학위가 없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업적이 있는 자는 교수가 될 수 있다며 그에게 오기를 다시 희망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떠난 뒤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일부는 전반적으로 학력을 하향 조정키 위해 상급학년 진급 자격제도를 시행하자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개혁'수준의 것이라 쉽게 실행되기는 힘들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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