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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해양투기 중단” 약속 깬 기업들

by 막둥씨 2014. 3. 4.

ⓒ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2014년은 결국 해양투기 오명의 해로 남게 됐다. 정부는 애당초 예정되어있던 2014년 해양투기 전면금지를 포기하고, 기업들이 올해도 계속 바다에 폐기물을 버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런던협약·의정서 가입국 중 우리나라가 산업폐기물을 바다에 버려 오염시키는 유일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야 한다”던 정부가 결국 자처해서 불명예를 떠안은 것이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올해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바다에 폐기물을 내다버리는 국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기만이 도를 넘었다. 해양투기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대국민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국민 기만한 기업들

지난해 환경연합 바다위원회는 정부가 2014년 해양투기 전면중단 유예 움직임을 보이자 해양투기 중단을 촉구하는 각종 활동과 함께 기업들로부터 해양투기 중단 약속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총 14개 그룹, 24개사가 2014년부터 해양투기 중단을 약속했었다. 이들의 해양투기는 전체 투기량의 30퍼센트에 육박했기에 그 의미가 컸다.

그러나 정작 2014년이 되자 많은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바다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이후 산업폐기물 해양투기 계속여부 업종별 주요기업 현황’을 보면, 10월 말 서울우유는 11월 예산 결의과정을 통해 해양투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하림도 공문을 통해 해양투기 중단을 약속했었고, 대상은 폐기물 에너지화 설비를 추진해 해양투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이트진로와 삼성석유화학도 중단 의사를 밝혔었고,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조기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바스프는 지난해 8월부터 사료화 테스트중으로 해양투기를 중단할 것이라 했으며,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올해 봄 슬러지 건조시설을 완공한다며 중단 의사를 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모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지켜보는 국민을 기만하는 파렴치한 행위였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서울우유와 하림(하림, 올품), 대상(대상, 순창), 한국바스프 등은 여전히 많은 양의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겠다며 해양투기 유예를 신청했다. 지난 12월 31일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2014년 이후 해양배출 신청 업체 명단’을 보면, 각 기업들이 바다에 내다버릴 폐기물은 서울우유 7475톤, 하림 1만8722톤, 대상 2만6594톤, 한국바스프 2938톤 등이다. 다른 약속을 어긴 기업들이 그나마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배출량을 줄인 것과는 확연히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처음부터 약속을 어길 생각이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양투기 중단 약속을 어긴 기업들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

기업들은 올해부터 예정대로 해양투기를 중단하기가 그토록 어려웠을까? 대답은 ‘글쎄요’다. 최예용 환경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양투기를 대체할 육상처리 기술이 없다는 게 예외조항의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기술 부재보다는 비싼 육상 처리비용을 아끼려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바다야 오염되든 말든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기업들의 얄팍함과 정부의 느슨한 정책 의지가 2014년에도 해양투기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폐기물 처리비용은 해양투기할 경우 톤당 5만 원, 육상처리할 경우 톤당 15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해가며 연장을 신청한 기업들은 한해 적게는 2600만 원에서 많아 봐야 20억 원 내외의 돈이 아까워 온 국민들이 공유하는 정서적 안식처이자 수산물 먹거리 생산지인 바다에 산업 폐기물을 갖다 버리겠다고 한 것이다. 그것도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바다가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바다에 폐기물을 쏟아내는데 바다가 아프지 않을 리 없다. 지난 2007년 한국해양연구원이 동해의 해양투기 지역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일부 바닷물은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할 만큼 오염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투기해역의 표층퇴적물 수은 농도는 대조 해역보다 2배나 높았고 크롬, 카드뮴, 아연, 구리 오염도 심각했다. 중금속은 수산물을 통해 다시 우리 입으로 들어온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지난 2007년 동해병 배출해역의 홍게 어업을 금지시키고, 어선 10척에 대해 약 30억 원의 보상금을 지불한 바 있다. 바다에 폐기물을 버리니 우리가 먹는 수산물도 중금속 등에 오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의 해양투기 중단 거짓말에 눈감는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총 485개 기업이 올해도 해양투기를 계속 하겠다며 신청했다. 지난해 해양투기 업체 817곳의 60퍼센트다. 2014 해양투기 전면중단 선언은 이미 무색해졌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해양투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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