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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76

고집 있는 신부 장슬아 씨의 특별한 결혼식 10월의 첫 주말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센터 앞마당. 파란 가을 하늘, 선선한 바람 그리고 따스한 볕 아래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였다. 오는 손님도 손님을 맞이하는 이도 모두 입가엔 햇살 같은 눈부신 미소를 머금었다. 환경센터와 마당을 보고는 ‘여기가 뭐하는 데야?’ 표정 역력했던 사람들도 이내 평온을 찾고 흡사 학창시절 소풍 같은 풍경에 흡수된다. 오늘의 주인공은 장슬아 씨 부부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자신의 발로 환경연합을 찾아 회원이 된 장슬아 씨는 이날 회화나무 아래에서 세상 가장 아름다운 약속을 통해 한 쌍의 부부로 거듭났다. ‘진짜가 나타났다!’ 어떻게 그녀는 회화나무 아래에서 백년가약을 맺게 된 것일까? 그녀의 결혼 이야기가 궁금했다. 며칠 뒤 장슬아 씨를 다시 회화나무 아래에서 만났다. 신.. 2015. 10. 28.
“에너지 문제, 비즈니스로 풀겠다.”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 전문가가 제시한 해결책은 A, B, C 안으로 총 세 가지. A안은 혁신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반면, C안은 보수적이면서 현실적이다. 해결책을 제시한 이는 혁신적인 A안을 선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부나 기업이나 열 중 여덟은 C안을 선택한다. “기존에 있던 대로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공무원은 순환보직이어서 뒷사람에게 욕을 먹기도 싫고 승진에도 영향이 없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소극적입니다.” 시민 주도로 에너지 체제 개편을 꿈꾸는 이,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가 경험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루트에너지와 에너지히어로 탄생의 서막이다. 에너지 전문가가 된 청년 대학 졸업 후 2008년부터 3년 정도 환경 관련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던 윤 대표.. 2015. 10. 12.
꿈의 도시에는 고가차도가 있을까? 고가차도가 경제 성장과 도시 발전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해 차 위로 차가 다닌다거나, 하늘을 가로지르며 건물이나 하천 위로 길이 생기는 등 기존의 수평적 확장에서 입체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도로는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한편, 고가차도 건설은 자동차의 증가를 전제하기에 부국의 상징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여러 도시 개발 조감도에서도 고가차도는 빠짐없이 등장해 미래상의 한 단면으로 장식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2000년 이후 서울에서는 이미 18개의 고가차도가 철거됐다는 사실을. 사라지는 고가차도 지난 2002년 동대문구 전농동의 떡전 고가차도가 철거된 이후 노량진수원지고가, 원남고가, 청계고가, 미아고가 등 서울의 고가차도는 꾸준히 철거됐고, 지난 2015.. 2015. 10. 7.
드론이 대세다. 그런데 안전은? 무선조종 비행장치인 드론(drone)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간에 전파되고 있다. 방송 분야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헬기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항공 영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쇼핑 업계에서는 앞으로 드론이 상품을 배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단다. 한편, 서울시는 드론을 재난현장에 투입할 계획을 짜고 있으며, 올여름 부산 해운대에서는 이미 조난 구조 업무를 위해 드론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혁신적인 일은 저렴하고 다양해진 가격에 이제 드론이 개인의 취미생활로도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드론 사건 사고 드론을 통해 그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던 하늘길이 개인에게 열리고 있다. 특히, 드론의 확장성과 결합해 활용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드론과 관련해 세계 각지에서 .. 2015. 10. 2.
지구온난화, 흰빛 옥상으로 막자! 인간의 오감 중 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바로 시각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일찍이 색은 인간을 지배해 왔다. 그 영향력은 때론 상징으로 또 때론 의미로 성립되고 발현되며 우리와 함께했다. 일례로 피와 같이 붉은색은 정렬과 사랑의 뜻을 품게 됐고, 흰색은 빛으로 본 모든 색상의 총화로 순결과 순수를 내포해 왔다. 빛이 없거나 모든 빛이 잠식당한 어둠은 죽음과 부활 그리고 장엄함을 상징하는 검은색으로 드러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이 가진 본원적인 미적 갈증의 해소에 색이 큰 영역을 차지했다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건물 옥상을 흰색으로 칠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주목한 건 색이 가진 상징도 의미도 아니요, 색을 통한 통속적인 미의 완성도 아닌 색에 숨어있는 또 다른 비밀, 이른바.. 2015. 10. 2.
"공공기관이 먼저 수돗물 먹어야" 1908년 서울 뚝도 정수장 건설로 공급이 시작된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현재 수질 순위 세계 8위로 프랑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국내 수돗물의 직접 음용률은 불과 5.4퍼센트로 일본 47퍼센트, 미국 56퍼센트, 영국 70퍼센트 등 다른 선진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 수돗물을 생산, 공급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들은 국민들에게 수돗물을 믿고 마시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정작 내부적으론 어떨까? 지난 7월 14일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조례안 하나가 경기도의회에 상정됐다. 경기도 공공기관 등에서 일회용 병입수 제공을 금지하고 수돗물 음수대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기도 일회용 병입수 제공 금지 및 수돗물 음용 촉진 조례안’이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양근서 의원을 만나봤다. 공.. 2015. 8. 22.
빙수의 귀환, 팥과 얼음의 연대기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2001년 발매된 가수 윤종신의 9집 히트곡 『팥빙수』의 한 구절이다. 당시 청춘을 보낸, 현재 30·40대 즈음의 독자들은 분명 멜로디까지 붙여 따라 불렀으리라.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노래가 나온 시기는 사시사철 빙수를 판매하는 전문 업체가 생겨나 빙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때였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다. 흥행하던 사계절 빙수 가게들은 하나둘 사라지며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오늘 다시, 빙수의 시대, 팥빙수의 계절이 왔다. 새로운 이름, 조금 다른 콘셉트를 표방하는 빙수 전문점들이 몇 년 사이 우후죽순 생겼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커피에 내줬던 디저트 시장이 다시 빙수로 돌아오고 있다. ‘빙수.. 2015. 7. 10.
당신의 ‘시원차림’은 몇 단계인가요? “여성들은 치마를 입는데 왜 남성들은 반바지를 못 입나!” 남자로서 여름마다 들었던 생각이다. 무더위에도 고집해야 하는 긴바지는 덥기도 하거니와 무언가 불공평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두어 해 전부터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반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 ‘입든지 말든지’ 정도의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왜 진작 입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아직 많은 조직에서 반바지는 금기의 영역일 것이다. 이쯤에서 젊은이다운 생각을 한번 해보겠다. 분명 한여름 무더위는 공평하게 찾아온다. 따라서 회사 사장도 부장도 대리도 모두 더운 건 똑같다. (물론 사장실의 에어컨 강도는 불공평할 수 있다) 게다가 공적으로 만나야 하는 협력사나 거래처의 직원도 마찬가지로 더울 것이다. 행정기관은 여름에 강력한 절전 .. 2015. 6. 19.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동반자 '마리몬드' 지난 1월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인 수지의 휴대전화 케이스가 이슈된 적 있다. 꽃을 눌러 제작한 압화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디자인의 원작자는 다름 아닌 위안부 피해 할머니. 제작사는 제품에서 나오는 수익을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기부한다고 했다. 실제 작년까지 2년간 누적매출인 7억 원 가운데 1억 원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했다. 영업이익의 거의 전부에 가까웠다. 그 회사가 바로 ‘마리몬드’다. 마리몬드는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마리포사(Mariposa)’와 새로운 생명과 부활, 회복의 메시지를 담은 고흐의 그림 ‘꽃 피는 아몬드 나무’의 ‘아몬드(Almond)'가 만나 탄생한 이름이다. 나비가 내려앉음으로 꽃이 만개하는 것처럼, 디자인 제품과 콘텐츠로 존귀함의 회복을 실현하고자 한다.. 2015.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