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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73

택시 기사가 뭐 어때서? 어깨 펴고 살 일! 택시 기사에는 두 부류가 있다. 손님과 수다를 즐기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물론 손님도 이렇게 두 부류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한 달 전 밤늦게 택시를 탔다. 공교롭게도 내가 탄 택시 기사분은 전자였다. 늘 후자의 부류만을 만나서 그런지 어색했다. 택시 기사는 대뜸 내게 “사람은 너무 정직하게 살아서도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고 궁금해 할 틈도 없이 자기의 살아온 인생을 털어놓으신다. 마치 미드 의 시즌1 에피소드1의 첫 장면 같은 상황이다. 드라마는 훗날 나이가 든 주인공 테드가 자식들에게 그들의 엄마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인데, 첫 장면에서 주인공 테드가 아들과 딸에게 “너희 엄마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마.”라고 하자 아이가 대답한다. “저희가 뭐 잘못했나요?” 내 기분도 그와.. 2014. 3. 6.
떨어지고 해진 속옷을 버리며 속옷이 가관이다. 너덜너덜한 건 기본이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다. 이 상태가 된지도 벌써 오래되었지만 지금까지 견뎌왔다. 평소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한 수도승의 책이다. 은 향적 스님의 프랑스 카톨릭 수도원의 체험기다. 스님과 카톨릭 수도원이라니. 꽤나 흥미진진한 조합이 아닌가? 그렇다고 거부감 들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면 카톨릭과 불교는 개신교와 달리 타 종교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군대 있을 적 주말 종교 참석 시간에 나는 절에 다니다가 성당으로 갈아탄 적이 있었다. 나의 군 동기는 교회(개신교)에서 성당으로 갈아탄 친구였다. 종교의 역사나 맥락을 보자면 내가 더욱 몰매 맞을 변절자(?)였지만, 성당 .. 2014. 3. 6.
안녕 UFO, 나는 유에프오를 볼 수 있을까? 시작은 최근의 한 기사에서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평구 박사 연구팀이 2007년부터 2년간 45차례에 걸쳐 대전에서 채취한 초미세먼지(지름 2.5㎛ 이하 대기먼지)를 분석해 중금속 원소들의 화학적 함량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평구 박사? 평구....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약간은 촌스러운 이름. 아, 어디서 들었더라? 곧 나는 어렵지 않게 영화 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극 중 박상현(배우 김범수)은 여주인공인 최경우(고 이은주)가 이름을 묻자 머뭇거리다 주위의 ‘은평구’라는 글귀를 보고 자신의 이름을 평구라 말한다. 박평구. 여주인공 최경우는 이름이 부끄러워서 그랬냐고 괜찮다고 다독인다. 이 영화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여성과 연애에는 숙맥인 버스 운전기사 청년이 마음을 열고 .. 2014. 2. 26.
신비의 소나무에서 불운을 기다리며 우리 동네 근처에는 ‘신비의 소나무’가 있다. 물론 나무 자체도 바위 돌을 움켜쥐며 뿌리를 내린 모양세가 자못 신비함을 자아내지만, 이 나무가 유명해 진 데에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예전 인근 마을의 어느 집 어머니가 자식들이 잘 되길 바라며 날마다 이 나무에 기도를 드렸는데, 신기하게 자식들이 모두 하나같이 판검사 등이 되거나 어려운 고시를 패스했다는 전설 아닌 사실이 그것이다. 그 후 이 소나무는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알려지며 지역의 명물이 되었다. 설 연휴 내내 집안에만 있던 터라 연휴 셋째 날 바람도 쐴 겸 드라이브를 했다. 어차피 동네길이라 나는 잘 때 입는 편안한 옷에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이곳저곳 가보다가 신비의 소나무까지 당도했다. 개인 적으로는 두 번째 방문이었다. .. 2014. 2. 2.
서른일까? 친구들이 서른이 되었다. 나는 아직 아니다. 1 ,2월에 태어난 사람은 나이를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 굳이 몇살이냐 묻는다면 나는, 29.5세랄까?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는건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스무 살이 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의 반열에 올라서고, 마흔이 되면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며, 오십이 되면 이제 나도 늙었구나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서른도 어렸을 적바라보았을 때는 꽤나 의미 있는 나이였다. 그런데 막상 문턱에 들어서고 보니 정말 보잘것 없다. 옛날처럼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적령기가 아니기 때문이라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뉴스에서도 종종 떠들듯 대학생활이 길어지고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들이 독립을 빨리 .. 2014. 1. 19.
정치를 보았다 환경재단 최열대표가 2013년 2월 19일 구속 수감됐다. 1심 무죄판결을 받았던 알선수재 사항이 별다른 추가 심리나 추가 증거없이 2심에서 유죄로 뒤집어 졌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작 검찰에서 돈을 줬다고 지목한 금곡산업개발측의 인사는 검사의 '빅딜'을 까발렸다. “검사님, 최열 대표에게 정치자금 줬다고 증언하면 제 재판 건하고 인허가 건 봐준다고, 빅딜하자고 했잖습니까?” 담당 검사가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해당 검사는 뇌물 수수로 구속된 상태다.) 이 일련에 사건에서 나는 정치를 보았다. 진실이나 정의는 온데간데 없는, 그저 물욕과 권리욕을 근저에 두고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정치.... 순간 구역질이 났다. 인간 존재가 싫어졌다. 그리.. 2013. 7. 21.
21세기, 매국노도 없고 애국자도 없다 * 먼저 앞서의 포스팅 ‘국익에 관한 단상’을 읽기를 권한다. 태국에 가서 객관적인 자료를 전달하고 온 환경단체를 매국노라 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시각을 동의할 수는 없을지언정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재미있는 부분은, 그 환경단체가 국제적인 단체인 그린피스였다면 과연 매국노라는 비난을 들었을까하는 점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국노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두 단체에 이렇게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일까? 국적이 의미 없는 시대 사실 미리 밝히지만 나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 하지만 분명 단체나 구성원들의 국적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관련해서 삼성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삼성이 애플.. 2013. 7. 10.
국익에 관한 단상 대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국익은 아무래도 물질적인 이익, 즉 돈으로 환산되는 모든 것들을 통칭하는 개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소극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국가라는 틀을 넘어선, 이름만 들어도 이제 촌스러운, 십수년 전에나 유행했던 용어로 ‘지구촌 시대’인 현재에는 더더욱 매우 짧은 식견에서 나오는 해석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27일 KBS 9시뉴스에서 ‘해외 수주에 고춧가루’라는 제목으로 국내의 한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수자원공사의 태국 사업 수주에 관련하여 수자원공사를 헐뜯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였다. 과연 우리는 이 보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카더라 통신 KBS 현재 국내 기득 정치권 필요로 하는 물타기 이슈라는 점은 차치하고도 이 보.. 2013. 6. 28.
지구를 지켜줘! 어스아워(Earth Hour) “전등을 끄고 별을 만나요!” 일 년에 단 하루,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전등 1시간 끄기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 지구의 시간)가 올 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된 이 지구촌 행사는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에 진행되며, 이번 2013년은 3월 23일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가 전등을 꺼야할 시간이다. 작년에는 무려 152개국 7001여 개의 도시가 참여했으며, 우리나라도 서울시청, 남산N서울타워 등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 시민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세계적 행사는 각 나라의 시간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심야의 에너지 낭비 및 빛 공해가 심각하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지난 조사 결과를 보면, .. 2013.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