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419 세계화 시대 속 정(情) 요즘은 방송에서도 외국인이 많이 나온다. 아니 예전에 로버트 할리나 이다도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방송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 처럼 꽤나 오래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에서 집대성 되었고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프로그램이 끝났지만 이미 는 현재에도 활동하는 수많은 방송인을 배출했다. 이렇게 어느 방송이든 외국인이 나오면 누구나 거쳐야 할 관문이 있으니 바로 '김치'다. 한국 사람들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외국인에게 김치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뒤 그들이 맛있게 먹으면 좋다고 박수까지 친다. 아마 김치를 먹지 못했다면 실망한 낫빛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한 외국인은 이렇게 외국인에게 김치를 강요하는 한국인들의 문화가 한 편으로.. 2012. 8. 31. 동물원 며칠 전 동물원을 산책했다. 날씨는 전날까진 비가 내렸는데, 이날은 다시 해가 났고 더위가 찾아왔다. 동물들은 그늘에서 쉬거나 아니면 볕을 쬤다. 그리고 한결같이 낮잠을 자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맘편히 쉬고있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동시에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다'는 생각은 우리들을 큰 착각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고도의 지능을 지닌 이 동물들이 우리에게 이런 '사육'에 대한 착각을 심어준 다음 우리를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낮잠이나 퍼질러자는 이 동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가 잠든 사이 동물들은 조용히 우리를 열고 나오며 우리 인간들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사진.. 2012. 8. 29. 느린 학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헛간에 앉아 잠깐 일을 하는데 라디오에서 관심을 끄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자인지 아나운서인지 모를 어떤 이가 말하길 이제 곧 개학이라 걱정이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올 해 대구에선 학생들의 잇다른 자살로 큰 논란이 있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개학이라 걱정이라니... 이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몰랐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본 적이 있었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굳이 이야기 하라면 그저 몇몇은 찾아보고 싶었고, 또 친하지는 않았더라도 다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름도 낯선 이들도 몇명 있었고,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의 다이어리에서 나는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2012. 8. 14. caution : fragile 2 며칠 전 ㅈ형의 이야기를 잠깐 꺼냈을 때 사실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ㄱ형. 그는 누구보다 곧은 사람이었다. 위계질서가 철저히 지켜지던 세계에서 만났던 그는 나의 상사였지만 나는 그가 금새 좋아졌다. 그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팍팍함이나 괴팍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직함과 곧은 성격에서 우러나는 그런 카리스마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그를 좋아했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고 나서도 그와의 인연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미처 알지 못했다. 곧은 것은 쉽게 휘진 않지만 한계를 넘으면 부러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그를 보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동료들 중에서도 유독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던 나와 운이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2012. 7. 3. 날씨가 나를 부른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못배기는 날씨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그런 날씨였다. 햇볕은 모든 것을 말려버릴 듯 강렬히 쏟아졌지만 전혀 뜨겁지는 않았고, 기분좋은 바람은 불어와 나무들이 손짓하게 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설명들이 다 무색할 만큼의 날씨라는게 최선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이런 날엔 그저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으며 할 일이 없어도 밖을 나가게 된다. 일 년 중 몇 안되는 날이라 경험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하릴없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자전거로 동네를 한 바퀴를 느긋하게 돌았다. 바라보는 모든것이 눈부셨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사진들이 자동으로 찍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을 찍는 법은 어떠한 테크닉이나 장비의 도움도 아닌 바로 '그 때 그 곳에 카메라를 든 내가 서 있.. 2012. 6. 19. 강제 기상 오늘 놀라운 일이 있었다. 어제밤 평소보다 빨리 잠자리에 든 탓도 있고 또 아침 일찍 엄마가 나가셔야 되는 날이라 집안이 소란스럽기도 한 탓에 나는 다소 일찍 잠에서 깼다. 어찌되었건 새벽 5시는 내가 일어나기에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그 놀라운 일은 6시 30분쯤 일어났다. 집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잠결에 들린 것이다. 시골에서는 집안 어른을 부를때 자식의 이름을 대신 부르곤 한다.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아버지도 아니고 그냥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나는 으레 부모님을 찾는 목소리로 생각했고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으므로 이를 확인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다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반쯤 잠에 취해 있어서 대답할 정신도 없었다. 그런데! 이 목소리의.. 2012. 6. 16. caution : fragile 조용한 나날들의 연속이다. 게다가 예기치 않은 병까지 얻어 꼼짝없이 집에만 머물고 있다. 하긴 그 전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머물긴 했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과 불가능해서 못하는 것의 심리적 차이는 꽤 크다. 이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종종 젊은 사람은 모두 떠나고 없고 연로하신 어르신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계신다는 사실을 언급하곤 했다.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 아닌 이사를 온 지 만 4개월. 요즘 흔히 하는 속된 말로 '멘탈이 붕괴'되는 기분이 든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는 단순히 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 즉,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 동일한 세대가 없기 때문이었다. 절망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런데 얼마 전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젊은.. 2012. 6. 13. 보리 보리가 익었다. 아뇩다라삼막삼보리. 아뇩다라삼막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 산스크리트어 ‘anuttarasamyaksambodhi’의 음역어인 이것은 부처님의 지혜를 뜻한다. 아(阿)는 중국말로 번역하면 무(無)자에 해당하며 뇩다라(耨多羅)는 위(上)라는 뜻이다. 그래서 아뇩다라(阿耨多羅)는 ‘이 위에 다시없다.’라는 무상(無上)의 뜻이다. 삼막삼(三藐三)의 삼막(三藐)은 정(正), 즉 올바름을 말하며, 삼(三)은 변(遍), 즉 넓음을 말한다. 본래 변(遍)은 두루하다, 넓게 퍼져 있다는 뜻으로 ‘두루 편’이라 발음하지만, 불교에서는 변이라고 발음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보리(菩提)는 깨달음 또는 지혜(智慧)를 뜻한다. 따라서 아뇩다라삼막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는 이 위에 다시없는 올바르고 두루한 깨달.. 2012. 6. 10. 달팽이의 여행 그제 밤 욕실에서 발견한 작은 달팽이. 새끼손톱 크기의 1/9정도 밖에 안 될만큼 작은 이 달팽이는 말이 없었다. 좁은 욕조속에 몸을 뉘었을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 주진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않았다. 사실 나도 욕조속에 몸을 뉜건 아니었으니까. 여튼 대형 돋보기를 들이대고서야 찍을 수 있었던 이 작디 작은 달팽이에 귀를 다 기울이고 나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과연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든 것이다. 워낙 귀여워서 그냥 그대로 둘 까도 싶었다. 하지만 욕실에 습기는 충분하겠지만 먹이는 없을 것 같았고, 그대로 둔 달팽이가 작은 욕실창문을 통해 스스로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그러고 보니 애초에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도 .. 2012. 6. 9.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47 다음